8. 에필로그: 그들은 안드로메다로 떠났다...

글쓴이
bozart
등록일
2010-01-1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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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내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초기의 영향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승자가 항상 달콤한 것은 아니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난 후에도, 끊임없는 새로운 경쟁자들과 싸워서 이겨야 할 뿐만아니라, 고객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패자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더욱 뭉치고, 노력해서 다음 세대에는 멋지게 복수할 수 있으니까.

1. 승자의 딜레마

90%의 마켓을 잡는 그들은 항상 욕을 먹게 되어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욕할 생각은 없다.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그대로 받아들이 뿐이다.

(추가) 윈-텔은 CISC (사실 CISC라는 단어 자체가 RISC 진영의 비야냥이 섞인 것이다) 를 고집했다. 그 이후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과정에서, 반도체 기술과 시장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CISC는 high-level language 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프로그램을 짤 수 있었고, 그 결과 Software 산업의 폭팔적인 성장을 가져 왔다. (그래도 솔직히 마이크로 소프트는 좀 욕을 먹을만 하다. 넷스케이프 예에서 보듯이 기술보다는 마케팅이 강했다고나 할까.)

안타까운 것은 1위라는 자신들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몇 번 놓친 것이다. 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바로 잡으려했지만, 끝끝내 backward compatibility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위의 업보다.


2. 패자들의 반격

(추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만약 RISC 진영이 (Alpha, PowerPC) 일찍 성공했다면, 지금까지 컴퓨터 산업은 소수 전문가 영역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반도체기술은 결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을 것이며, 10대의 소프트웨어 영웅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엄청나게 발전한, 그래서 정체된,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다시 각광받게 된 것이 RISC이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ARM으로 대표되는 RISC의 반격이 바로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년전 기술적 우위의 자만에 빠져 패배했던 그들이 뿌린 씨앗들이 지금 자라나서, 새로운 세대를 열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잡스가 벌이고 있는 일들은 오래전 그와 그의 동료 패배자들이 꾸었던 꿈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비록 그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했지만, 자신들의 꿈마저 포기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3. 꿈을 쫒다.

가끔 이곳의 인생상담란에 이런 글들이 올라온다. "어디가 잘나가냐, 무슨 전공을 해야 취직이 잘되냐..." 정신차리고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다 웃기는 얘기다.

지금 잘나가는 전공 분야가 당신이 졸업하고 취직할 때까지 잘나갈 수 있을까? 역으로 지금 천시받는 분야가 언제 다시 각광 받을지 알 수 없다. 나는 이런 기막힌 반전에 대한 예를 수도 없이 들 수 있다.

당신이 소위 잘나간다는 분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자신들의 꿈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쓸 때 없는 곳에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다.

적어도 한가지 일에 미쳐본 후 그런 이야기를 해라.


4.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고향으로...

이런 영화들이 있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지구인들 속에 살다가, 우여곡절끝에 숨겨져 있던 우주선을 다시 작동시켜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런 뻔한 영화들. 나는 컴퓨터 초기의 개척자들의 삶의 궤적을 지켜보면서, 가끔 이들이 외계인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이제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이룬 후 불시착한 우주선을 다시 가동시켜 자신들이 꿈꾸던 고향, 안드로메다로 돌아가려 한다. 그들이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 Alan Kay -


(후기)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번 글타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에 글에 기술적인 조언을 해주신 전문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Neo Blue ()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Sincerely to you.! THQ

  • Wentworth ()

      bozart님의 말씀에 추가하고 싶은 코멘트

    ―한국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계획을 세우지 마라."

    ―미래학자가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충고하나?

    "그렇다. 스무 살에 이걸 하고 그래서 다음에 이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a href=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isatoron&no=6767 target=_blank>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isatoron&no=6767</a>

  • 박영록 ()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중에서 피터잭슨(감독은 아니지만)이 제작한
    District 9 이란게 있습니다만,
    거기서도 외계인이 우주선을 고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용이 나옵니다.
    뜬금없이 그냥 생각나네요

  • bozart ()

      제가 본문의 내용을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몇 개 문장을 추가했습니다. 다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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