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에 이어...연구비 및 과제 관련한 해결안으로서...

글쓴이
천칠이
등록일
2002-10-20 14:1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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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겪었던 것과 달리 많은 분들이 단결해서 나서자고 외치시는 것 같군요. 그러고 싶으신 분들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파업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리고 정작 파업하자고 했을 때 과연 얼마나 동조할 것 같습니까? 예전에 한의대 사태 때처럼 모든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단결력을 보여 줄 것인지는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파업을 통해서 우리가 주장할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요? 지금은 행동하기 전에 차분히 우리들의 행보를 생각해보고 전략을 짜고 해결책을 토론해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382번에 이은 논의를 좀더 심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에게는 철저한 원칙 하에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들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인과응보님과 소요유 님의 댓글로 이어지는 토론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과응보님은 과제 수행에서 과제 책임자의 연구비 활용 한계를 없애어 원하는 대로 연구비를 사용하게 한 후 결과로 평가하자는 요지이시고, 소요유 님은 국세로 이뤄지는 연구는 매우 까다롭게 정산되어 마땅하며 지금과 같은 범위(20%~30%)의 비목간 전용 허용으로도 연구비 활용 자유도는 충분하다는 요지이십니다. 그 절충안으로서 박상욱 님께서 총액 범위에서 자유 집행하게 하되 그 내역을 남기게 해서 사후에 사적 용도의 전용이 있었는지 철저히 감사를 하자는 안을 내 놓으셨습니다.


우선 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지금 상태에서 연구비 사용의 자유를 늘리는 것은 더 큰 비리를 부를 소지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후에 철저히 감사를 한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사실 지금 시스템으로도 철저히 감사한다면 비리를 다 적발하지 않겠습니까?

현재 굳어져버린 구조는, 대학원생은 교수들에게 예속되어 있고 막강한 권력의 교수를 견제할 세력이 학교에는 없는 상태입니다. 왜냐면 연구관리기관 역시 비슷한 부정적 방식으로 대학원생이나 기타 하부인력에 기생하고 있고, 행정적 부서의 장은 교수들이 보직으로서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 안타까운 것은, 안에서는 그런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는 집단이, 밖에 나가서 정작 과학기술인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고위 공무원이나 실무 공무원들과의 맞짱 자리에서는 약해져 버린다는 거죠.

따라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교내 행적직들에게 본래의 업무를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영수증 정리, 과제 예산 관리, 온갖 계획서며 정산서, 전부 그쪽이 알아서 하고, 그쪽에서 기술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그러면 연구자들은 그냥 몇 마디 던져주거나 자료만 제공하고 끝내는 거죠. 서류작성, 복사, 정리, 공문, 감사 전부 연구관리 기관, 혹은 교내 행정조직이 다 담당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당연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것은 단순히 일만 줄이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좀더 나가서 생각해보면, 각종 연구나 실험에 사용되는 재료, 설비, 장비의 구매, 유지, 보수 및 대학원 연구실 자체-사무실, 사무 환경, 복지 환경 등-의 관리를 전부 그런 관리기관이 책임져야 합니다. 대학원 연구실을 단순히 교수와 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수업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일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학원이 앉아서 책이나 읽는 곳이 아니라, 위에 열거한 이런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당신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많은 것이 바뀔 것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인프라 확충과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렇게 함으로써

첫째 비리의 근원이 되는 비자금을 조성할 명분이 사라집니다. 사무환경이나 연구, 실험 시설이 정당한 국가재원에서 원칙적으로 조성이 되면 이런 것들이 연구비 처리가 안된다는 이유로 인건비를 걷을 이유도 없습니다.

둘째 회계 관련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기관이 책임지게 하여 대학원생들을 통한 현금 유용의 가능성이 사라집니다. 간단한 말입니다. 대학원생/또는 교수가 직접 영수증을 손에 쥐고 또 돈을 쥐고 쓰는 것이 아니면 가짜 영수증을 만들 일도, 카드깡을 할 일도 없어집니다. 이후에 그런 비리가 생기는 것은 전부 관리기관이 책임져야 합니다.

세째, 이를 정착시킴으로 해서 교수와 연구관리 기관 사이에 견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맞설 힘도 없는 대학원생들이 매개가 되지 않으므로, 연구비 관리 업무에서 생기는 불편과 갈등은 그들 사이의 일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과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연구비 카드제를 확대하여 실시간으로 연구비 집행을 공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나, 예산에 맞춰 현금 집행하는 대신 현물 실비로 정산하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죠.

이상은 주로 과제와 관련한 부분에서 인프라 개선(그냥 확충이 아니라)이 가질 수 있는 효과를 생각해 본 것들입니다. 자세한 논의를 위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정신이 없어서 잘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혹 토론을 통해 다듬을 시간이 주어지면 후에 잘 정리를 하도록 하고 다음에는 과제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과, 대학원생 간의 문제가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짚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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