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추락

글쓴이
김일영
등록일
2002-11-0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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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바로 코앞에 다가왔을때 대학원에 진학한 나는 대학원에서 혼독한 IMF의 한파를 겪고 사회에 발을 디뎠을때 얼마나 많은 괴리와 천대 속에서 답답했다. 일명 3류대를 나오고 대학원을 진학한 나는 전문연구요원으로 갈 곳이 그리 많지 않았고 몇몇 기업에서는 소위 일류대의 졸업생과의 최종 면접에서 몇 번의 고배를 마시고 거의 낙심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모 벤처 기업에서 열심히 나의 맏겨진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이 기업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대우와 봉급 그리고 여러가지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이엔지를 알게 되었고 답답한 현실에 대해 조금씩 토로하는 이들의 글을 보면서 반갑고 동감하였다.

요새 가장 답답한 일은 대학의 위상 추락에 이어 대학원의 지식 추락으로 이어지는 학문의 붕괴 현상이다. 어제도 나의 동생이 자신의 다니는 회사의 대리가 회사에서 좀더 좋은 곳으로 직장을 이직하기 위해서 야간 대학원에 등록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은 Y대 야간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은 소위 학벌 세탁 또는 간판 따기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난 지금도 이 말을 깊이 공감한다. 왜냐하면 사회에 나와 2년 넘게 겪어본 경험으로써는 이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느낀다. 어느 대학 나왔어. 대학원은 나왔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디서 태어났다는 것까지 따진다. 학연에 지연에 거기에 옮아맬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지 옮아 모아 서로간의 집단화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얼마전에 산업은행 신규 행원 채용에 석박사 뿐만 아니라 회계사 등의 뛰어난 사람이 많이 몰려 은행 관계자가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신문 내용을 보았다. 이것이 과연 정상 적인 일일까? 누구나 생각해 보아도 이건 정말 비정상적인 일이다. 물론 은행에서 특별한 업무나 사업을 위해 석박사가 필요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행원에 석박사는 오히려 거추장 스러울 뿐이다.

이러한 것을 난 우리나라의 지식의 추락으로 본다. 얼마전 모 사이트에서 채팅을 하면서 만난 사람은 H 대학을 졸업해서 현재 교도관을 하는데, 과거 20년 전만해도 교도관은 모두 고졸이었는데 지금은 지식의 양이 팽창하고 사회적으로 보편화가 되어서 대학을 나와서 교도관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21세기가 된 시대에서는 대학원을 나와야 보편화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석박사 학위는 보편성을 추구하기위한 라이센스 용일 뿐이고 아무런 연구와 학문의 탐구에 대한 표증은 없는 것이 된다.

IMF를 겪으면서 91학번 이후로는 모두 저주받은 세대라고 가끔 말은 한다. 나의 고등학교 선배도 IMF때 100군대도 넘는 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취업이 안되어서 한 2년간 단기 계약직으로 하더니 지금은 핸드폰 가계를 차려서 산다. 그리고 지금도 나의 대학 후배들은 취업할 곳이 없어서 아예 포기하고 지금부터 계약직 또는 파견직 등의 업체를 알아보거나 일찌감치 대학원으로 도피성 진학을 한다.

문제는 바로 이 도피성 진학에 있다. 이것이 결국 5년이 지난 지금에 지식의 추락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도화선이 아니라 이미 터진 곳이 마구 무너지는 시초라고 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아는 많은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이 R&D와 같은 것과는 너무나 다른 일은 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 대학원을 나왔는가 하는 자조섞인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정부는 이러한 지식의 추락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같다. 대학원의 내실화를 추구하는 방안이라던지 대학원의 학위 과정에 개입해서 학위 과정을 엄중하게 한다는 등의 여러가지 자구책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보는 것은 신문을 장식하는 야간 대학원 석사 학위 과정의 입학 안내만 늘어간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에서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 다시 박사 과정에 진학을 하게 되고 박사 과정에서의 부실화와 맞물려 학문적 깊이는 점점 추락하고 있다. 얼마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박사 논문 대필은 500만원이고 석사 대필은 50-150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이 든다. 더욱더 한심한 것은 같은 대학원 연구실에서 일명 밀어내기 식의 박사 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 고사가 결국 지식의 추락으로 인해 국내 학위의 위치를 위태롭게 하고 가치 추락으로 인해 학문 자체가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대선 주자들은 이러한 지식의 추락에 대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누구를 영입과 야합에 안타깝기만 하다.

끝이 보이는 길은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듯이 끝이 보이는 길은 이번 대선을 통해 갈지 가지 않을지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길에서 판단을 하리라 생각한다.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과연 21세기에 대한민국은 존립할 수 있을런지 세상 안타깝다.

  • 이공기피 ()

      좋은 지적 이십니다.

  • 소요유 ()

      가슴에 와 닿으면서 한편 핵심을 찌르는 글이군요. 

  • 상식이통하는사회 ()

      이글을 읽다 문득 든 의문인데요..... 도피성 대학원 진학이라면 스스로 행한 선택인데, 왜 정부탓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도피성 진학을 한 사람이라면 깊은 공부를 위해 대학원을 간게 아니고,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해서 간것은 아닌가요? 그리고 어디에선가 봤는데, 여전히 지방에 있는 회사들은 사람을 구하기 힘다고 한 기사를 본 것 같은데..... 단지 서울에 남고 싶어서 스스로 간판만 높여서 그 가치를 추락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배성원 ()

      도피를 왜 했겠습니까? 하고 싶어서 했겠습니까? 자꾸 구석으로 몰아만 가고 해결책이 제시돼지 않으니 정부탓을 하는 거겠지요.

  • 이민주 ()

      도피성진학을 하지 않았을경우에는 어떤경우의 수가 있을지 알아봅시다.  1) 집에서 놀다가 기껏해야 도서관 다니다가 경력상으로 2-3년 백수 공백이 생겨서 어디에 원서하나 낼데 없는 무능력자로 찍힌다.  2) 그러다가 군대 끌려가서 열나게 20살짜리 고참에게 맞는다. 화장실가서 운다.. 3) 기타등등..

  • 김일영 ()

      도피성 진학의 문제는 그들에 대한 학업 및 학위 욕구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학위 과정을 밝게함이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학위 과정이 아니라도 수료과정 및 연구과정등 여러가지 과정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위로 일률화된 과정에 집어 넣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러한 도피성 진학을 하지 않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미취업자들에 대한 교육 및 인터쉽 등의 제도를 십분활용해서 젊은 사람들의 구직 의욕에 대한 만족감을 해소시켜주어야 하지요. 그런데 이러한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정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 박지훈 ()

      5번째 문단..'서로간의 집단화를 보면서'라는 부분에 100% 공감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연고를 찾아서 찾아해메는 그 모습들..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못할게 없다라는 무서운 사람들... 또 소위 도피성 진학이라는 부분에도 공감합니다. 오랫만에 좋은 글을 읽었네요.감사

  • 정문식 ()

      은행 잔고는 늘어가지만 그에 비례하여 경제는 망해 가던 1930년대 대공황기의 그 끔찍한 모순을 아십니까? 현재 한국의 학력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많은 석, 박사과정 학생들이 만약 진학을 하지 않았다면 진학을 대체할 만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여?? 결코 아닙니다. 결국 학력 인플레 문제나 '기러기 아빠'의 비극은 모든 다양한 대안을 봉쇄해 버린 사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결코 그 개인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정문식 ()

      결국 '도피성 진학'의 근본적 해결책은 all or nothing의 사회경제 구조의 개혁과 대학 교육의 다양화를 통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 정문식 ()

      저도 김일영님이 하신 고민을 하느라 몇 년 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_-;;;(이건 좀 거짓말 같군...) 한 번 김일영님을 뵙고 소주나 같이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머리가 뽀개질 때까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까 대공황 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비유를 했지만 괴이하게도 한국은 '가방끈' 또는 소위 '교육열'이라는 이름의 광기에 비례하여 학문 또는 지식이 추락하고 있어 더욱 문제라고 봅니다.

  • 김일영 ()

      정문식님과 같은 분의 초대라면 제가 황송하지요. 아직 사회에서는 새카만 후배인데요. 언제 초청해주시기 바랍니다. <a href=mailto:tensun@naver.com>tensun@naver.com</a>으로 메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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