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글쓴이
Simon
등록일
2003-05-0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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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박사’ 이유미· 서민환씨 부부

단 한번의 부부싸움 없는 완벽한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나무를 사랑하는 남자, 들꽃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할 일이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81학번 동기동창인 이유미(41·국립수목원 연구관)·서민환(41·국립환경연구원 연구관)씨





▶"매일매일 나서는 일터가 자연이라는 사실은 큰 축복"이라며 행복해하는 이유미·서민환씨 부부. 이들은 "식물학자가 되겠다는 한나의 꿈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덕훈기자
단 한번의 부부싸움 없는 완벽한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나무를 사랑하는 남자, 들꽃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할 일이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81학번 동기동창인 이유미(41·국립수목원 연구관)·서민환(41·국립환경연구원 연구관)씨는 결혼 14년동안 목청 돋궈 싸워본 기억이 없는 잉꼬부부다. “마음이 들끓다가도 연구실 앞 세 그루 전나무를 바라보면 속좁은 바둥거림이 시시하게 느껴진다”는 아내. 보도블록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풀 한포기만 봐도 가슴이 두근댄다는 서씨는 “항상 자연이 우리를 지켜봐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일명 ‘숲박사’인 이들 부부는 요즘 무척 바쁘다. 꽃피고 녹음 우거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들과 산을 넘나들며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들, 따로 보호해서 증식시켜야 할 나무와 꽃들을 채집하고 조사하는 일.

두사람의 일은 얼핏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영역이기도 하다. 전공이 식물분류학인 아내가 꽃 한송이,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를 하나하나 관찰한다면 산림생태학을 전공한 남편은 숲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연구한다.
최근 나온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풀 백과사전’을 비롯해 ‘한국의 천연기념물’ ‘숲으로 가는 길’ 등 너댓 권의 공저를 낼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어느 산에 올라가면 이런 꽃, 이런 나무를 만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건 아내의 몫이고, 그 숲의 역사와 생태계의 훼손 정도를 분석해주며 대안을 모색하는 건 제 몫이지요. 서로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랍니다.(웃음)”

두 사람의 사랑을 싹트게 한 것도 한그루 나무였다. 아카시아 나무의 꿀 분비량과 개화(開化)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한밤중이면 산길을 올라가야 했던 대학원 시절. 그때 서슴없이 동행한 사람이 서씨다. 그는 별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프러포즈를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씨의 이름을 새겨놓은 일기장. 신혼여행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남들 하듯 해보겠다고 제주도 가서 택시 대절해 관광지를 돌았죠. 반나절 지나니 도저히 안되겠어서 기사분께 비자림에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이상한 숲에 들어가서는 한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자 아저씨가 우릴 찾아나오셨어요. 그러더니 물으세요. 거기 뭐 볼 게 있어요?”

볼거리야 무궁무진하다. 그야말로 꽃한송이에 소우주가 담겨있다고 하지 않던가. 찬기운 남아있는 산자락에서,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들녘에서 갖가지 빛깔로 피어나는 들꽃과 나무를 발견하는 기쁨! 임신 9개월까지 답사를 다닌 이씨의 몸에서 태어난 한나(9)는 엄마를 쏙 빼닮았다. 한번 출장 가면 이삼일은 코빼기도 못보는 부모 대신 아이는 식물도감을 끌어안고 산다. 엄마처럼 식물학자 되는 게 꿈! “식물학자가 되느냐, 안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부모의 어깨너머를 통해서라도 아이가 제비꽃 한번, 애기똥풀 한번 들여다보며 자연이라는 세계를 친구처럼 느껴간다는 사실이 소중하지요.”

자연과 함께 부부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또 하나의 세계는 더불어 사는 행복이다. 다니는 성당의 봉사팀에 들어있는 세 식구는 2주일에 한번 혼자 사는 노인들을 방문해 일을 거들고 말벗이 돼준다. 노인들은 두 어른보다는 한나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단다.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노래도 잘 불러서.” “오늘이 바로 할머니들 만나러 가는 날”이라며 서둘러 일어서는 세 식구는 “어릴 적부터 해보면 꼭 해야 할 일로 생각하는데 한번 안하면 평생 가도 안하는 일이 이웃 사랑이고 자연 사랑인 것같다”며 활짝 웃었다.
== Diz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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