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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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티스트
등록일
2002-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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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9 학번, 모 치대 졸업한 치과의사 입니다.
치대 한의대 비교는 (솔직히 저도 고 3때 한의대 원서, 치대 원서 다 써놓고 원서마감 전날 결정했었습니다. 선지원 후시험..) 제가 한의대를 다녀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 모르므로 그냥 치과대학, 그리고 치과의사에 관해서만 좀 얘기해 보겠습니다.

치과대학은 대개 본과 1학년때는 의대과목을 함께 배우게 됩니다.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발생학 등등을 이론과 실험을 하면서 배우게 됩니다. 여기에 덧붙여 치과학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치아형태학, 구강조직발생학 등등도 배우게 되죠. 사실 이 본과 1학년때 가장 많은 유급이 나오고 가장 많이 휴학을 하게 됩니다. 예과때의 느슨하던 생활에서 갑자기 고3 x 5 배 정도의 힘든 생활 (하루 종일 한 교실에 앉아서 종치면 교수 들어오고 종치면 교수나가고, 저녁엔 자율학습 (진정한 의미의), 매 수업시간에 퀴즈, 주번도 있고 등등등. . . 딱 고3 입니다) 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유급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카데바라고 불리우는 사체해부 실습을 하는 것도 이 때 입니다. 사체가 모자라는 편이기 때문에 대개 시신 1구당 약 10-20 여명 정도가 할당? 되어서 실습에 임하게 됩니다.

본과 1학년 이후에는 의대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전공과목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부터 하루 3 시간 이상이 할당된 실습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론 강의는 임상 과목의 경우 주로 임상 슬라이드 프리젠테이션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되며, 실습은 모형상에서 하게 됩니다. 실습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도 무척 많이 생기구요. 원하는대로 실습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밤 늦게 다시 만들고 또 만드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머리와 함께 손재주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이런 이론+실습이 3학년 1학기때까지 계속 됩니다.
시험은 대개 시험기간 1 주일여 동안 하루에 2-3과목씩 치게 되고요.. 시험문제는 간략하게 제목만 던져주고 아는것 다 적어라는 형태가 많습니다.. 그래서 손가락 꼽아가면서 족보의 목차부터 넘버링 된 항목까지 하나 하나 외우는 형태로 공부를 많이 하게 됩니다. 밤샘도 꽤 하게 되구요. . . 그리고 특히 재시, 삼시등에 걸리는 경우 방학때까지 유급의 공포를 느끼며 시험을 치는 쪽팔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3학년 2학기 부터는 대학병원 임상 각과 (치과 밑에 subspecial 이 있습니다: 보존, 보철, 교정, 치주 등등. . 통상 8개과 입니다) 를 조별로 로테이션을 하게 됩니다. 처음 가운을 입어보게 되고, 하루 종일 인턴,레지던트의 시술을 observation 을 하느라 다리가 아픈 시기이기도 하죠. 레포트도 많고, 이때도 매일 매일 해당과의 레지던트가 내주는 실습숙제, 레포트 숙제 등으로 참 힘든 시기 입니다. .

3학년 2학기의 로테이션을 마치고 나면 이제 본과 4학년.
학교별로 다르긴 하겠지만 대개 observation + practice 로 이뤄져 있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각 과별로 치료 종류별로 미니멈 몇 케이스 이상을 옵져베이션 해야 하고, 미니멈 몇 케이스 이상을 직접 시술 (student practice) 해야 합니다. 물론 환자는 병원측에서 student clinic 을 운용하는 경우는 그 환자들을 대상으로 프랙티스를 하게 되지만 스튜던트 클리닉이 되어 있지 않은 학교의 경우는 각자 알아서 환자를 '모셔와서' 미니멈 요구사항을 채워야 합니다. .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각 치료별로 치료의 시작에서 종결까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옵져베이션하게 되고, 간단한 치료는 직접 해보고 졸업을 하게 됩니다.

물론 본과 4학년때는 국가고시를 쳐야하고요. 통상 10-11월 경부터 국가고시 준비에 돌입하게 되고, 도서관에 개인 좌석이 제공되며, '총대단' 이 꾸려져서 지난 10여년간의 기출문제와 공부할 교재 (전국 치과대학 연합에서 만든 공식?교재가 있습니다) 를 제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죠. 인턴시험은 저 때는 인턴시험을 먼저 치고 국가고시를 쳤었습니다만은 요즘은 국가고시 성적이 인턴 선발에 반영된다고 하더군요. . 참고로 치과인턴은 메디컬과 달리 처음부터 과를 정해놓고 시험을 치게 됩니다. 인턴때 이미 '보철과인턴', '보존과인턴' 등등이 정해집니다. 선지원 후시험이죠. . . 물론 각과를 턴을 하기는 합니다만.

대충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졸업후에는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사람은 인턴1년, 레지던트2년 (보철과 교정과는 3년) 을 거친다음 군의관으로 군복무 3년을 하게 되구요. (또는 공중보건의) 졸업 후 바로 공중보건의로 3년 대체 군복무를 하기도 합니다.  여자의 경우나, 군대를 마치고 입학한 분은 그야말로 이제 자기 앞길을 자기가 개척하는 것이고요.

군복무까지 다 마친 다음의 진로는 크게:

1. 개원: 자기 병원을 여는 것입니다. 솔직한 얘기로 요즘 졸업 후 바로 개원하면 딱 망하기 좋습니다. 학생때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개원가에서 요구되는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 입니다. 개원을 한 경우는 하나의 사업이기 때문에 개개인별로 수입차가 큽니다. 잘 되는 곳은 엄청 잘되지만 빚만 수억(진짜 '억') 안고 망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치과가 많아져서 경쟁이 치열하므로 기본적 치료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만의 특기를 가져야 살아 남습니다. 어쨌든 개원 후 3 년차쯤 되면 병원은 안정권에 들어가게 되고 열심히 진료하고 좋은 평판을 얻었다면 꽤 괜챦은 수입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2. 페이닥터: 개인 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취업하는 것입니다. 종합병원의 경우는 드물고 통상 개인병원에 취업하는데, 여자의 경우 초임이 300 이 안되는 것이 보통이고 남자의 경우는 300 부터 시작합니다. (졸업후 갓 나온 치과의사의 경우) 인턴-레지던트를 거친 통상 얘기하는 전문의(의과에서는 아직 치과 전문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의 경우는 400 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원장과 함께 진료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분의 병원 자체를 관리하면서 직접 진료, 운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 경우는 더 높은 수입을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300-400 얘기한 것은 그야말로 순수입입니다. 물론 상여금이니 뭐니 하는건 전혀 없고요. . 경력자의 경우 페이닥터라고 하더라도 더 많은 수입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월 gross 의 몇 % 식으로 계약이 되었다면 더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3. 유학: 경쟁이 치열해서, 졸업-군복무 후에 유학을 가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

4. 논다: 노는 것입니다.

돈 만 가지고 얘기하니깐 가뜩이나 치과의사 그러면 '돈버는 기술자' 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런 것을 더욱 크게 한 것 같아서 좀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그게 제일 궁금하실테니깐. 특히 늦은 나이에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중차대한 문제니깐 솔직한 얘기가 필요할 것 같아서 써보았습니다. 개원의의 경우는 잘 버는 사람들은 월 몇 천 (물론 몇 % 안되는 소수 입니다) 씩 버는 사람도 있지만 대략 평균치가 500-1000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망하기도 많이 망하구요.

저의 경험으로는 치과의사는 뭔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오는 것이 좋은것 같네여. 손재주가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머리에 든 것이 많아도 자기가 생각한 대로 치료를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이 직업이 생각보다 육체노동이랍니다. 환자가 많은 경우 허리 디스크, 목디스크에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신 노동이면서 육체노동 이기도 합니다. 저녁에 파김치가 되지여.. 밑에서 치과의사가 무슨 소명의식이냐고 했는데여, 그 말이 꼭 맞는건 아닙니다. 치통으로 고통받아보면 아실겁니다. 치과의사가 왜 필요한 존재인지. . 그리고 이를 상실한지 오래 된 분에게 좋은 보철물을 만들어드려서 식사 잘하시는 것 보는 것은 아주 큰 기쁨을 줍니다. 여건이 안좋은 양로원 등에 계시는 할아버지,할머니 중에는 이는 없고 틀니 할 돈이 없어서 죽만 먹는 분들도 많이 있답니다. 그런 분들에게 무료 틀니를 해드리는 좋은 모임도 있구요.. 얘기 들어보니깐 (저는 참여를 못하고 있지만여. ㅜㅜ) 틀니 해드린 다음 고맙다고 우는 할머니들도 있다고 해여. . 사실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문제쟎아요.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당.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연습이 중요하답니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진료에 임하면은 사업하는 것처럼 큰 돈은 못 벌지라도 중산층 이상으로는 살 수 있는 직업이구여. 다른 메디컬 처럼 응급한 환자, 입원환자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심적 부담은 덜합니다만은 분명히 육체노동적인 면도 강합니다. 환자들 침과 혈액을 들여마시는 것도 별로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그거야 직업이 그러니깐...... 처음에만 그런게 신경쓰이는데 나중에는 환자 침과 피는 그냥 익숙해지게 됩니다. 글고... 피 안볼려고 치과 간다는 것은 완전히 잘 못된 생각 입니다. 치과도 소수술이 많습니당.. 피는 필히 봐야 합니다.. 환자로부터 에이즈 교차감염된 의료인의 첫 사례가 치과의사였어여. .(미국)

치과의사가 되실려면, 정말 열심히 할 각오를 하고 오셔야 합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개업할 자리가 없어서 도태되는 치과의사가 제 느낌에 벌써 전체의 10-20%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열씨미 하세여..
  • ㅋㅋ ()

      수학적 결론은 공대오면 x축을 시간(t)=노력, y축을 돈(m)=부산물, 이라고 봤을 때 공대오면 m= k * log t , 의대가면 m= k * t^2(자승) ....(단, k는 비례상수로서 집안 여력(경제력)으로서 든든한 백그라운드의 후원정도를 나타냄)

  • 공대생 ()

      정말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말로만 치대, 치대 하다가 치대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본 거 같네요. 앞으로도 이런 분들의 많은 글 부탁드립니다.

  • 이야 ()

      도올이 원광대 재학시절 쓴 책보니깐 시체해부실습할때 의대가 제일먼저 와서 완전히 다 해부시켜놓고 그 다음 치대가 와서 골을 중심으로 파헤쳐놓고 마지막으로 한의대가 와서 다 파헤쳐진 시신의 지들말로는 경락?이란 곳에 침몇번 꽂고 슬쩍 아무거나 잘라보고 하다가 끝낸다는데...ㅋㅋㅋ

  • 학원생 ()

      한의대 친구는 해부학 시간에 주요 장기를 다 들어냈습니다. 의대에 비할바는 결코 못되지만 비꼬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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