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한해 4억원 번다고요?” 변리사 관세사 도선사들, 국세청 발표에 펄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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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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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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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한사람이 1년에 4억원을 번다고요? 도대체 이런 엉터리 계산법이 어디 있습니까. 생각 같아서는 당장 관세사 단체 등과 연대해 공동성명이라도 발표하고 싶습니다”

최근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지난해 전문자격사 수입액 통계가 보도되자 대한변리사회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자료에 따르면 변리사와 관세사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수입액은 무려 4억원을 넘어 ‘전통적인’ 고소득자로 인식돼온 변호사나 의사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다. 선박을 항구로 인도하는 도선사(導船士)의 연 평균수입도 2억600만원으로 의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신종 고소득자’들은 국세청 통계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변리사는 “국세청에 수입액을 신고한 변리사가 262명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전체 변리사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라고 지적한다. 즉 전자 전기 컴퓨터공학 화학 통신공학 생물학 약학 등 다양한 첨단 산업분야의 특허출원과 소송을 대행하는 변리사 업무의 특성상 변리사 한명이 단독으로 개업하기보다는, 서로 전문분야가 다른 2, 3명의 변리사가 하나의 법인에 소속돼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경우 법인의 수입은 대표자 한사람의 이름으로 신고되기 때문에 국세청의 통계에는 실제로는 2, 3명의 수입이 1명의 수입으로 잡혀있다는 설명이다.

이 변리사는 “게다가 4억1100만원이라는 수입액은 ‘제반 영업비용’을 제하지 않은 전체 매출실적으로, 여기에서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5, 6명에게 주는 급여, 각종 세금 등을 빼고 나면 변리사들의 실제 연 소득은 많아야 ‘수천만원대’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수출입업체들의 세관 통관업무를 대행해주는 관세사들의 불만도 대단하다. 한국관세사회 서명수부회장은 “지난 9월말 현재 관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1456명인데, 이 가운데 개업해 활동하고 있는 관세사는 568명”이라며 “관세사의 1년 수입이 보도대로 4억원에 이른다면 왜 자격증 소지자의 3분의 1만이 개업했겠느냐”고 반문한다.

또한 국세청 자료의 ‘신고인원 403명’이라는 것은 관세사의 숫자가 403명이라는 게 아니라 수입신고를 한 관세사사무소가 403개라는 해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세사법은 각 세관별로 관세사의 업무지역을 30개 권역으로 나눠 한명의 관세사는 1개 지역에서만 통관업무를 맡을 수 있게 했다. 때문에 관세사들은 법인을 설립해 각 지역에 지사를 두는 형태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이 경우 변리사들의 예에서 보듯 여러 관세사의 수입이 장부상으로는 법인 대표자 한사람의 수입으로 잡힌다는 얘기다.

관세사들 역시 인건비 등의 영업비용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관세사회 방길남이사의 말. “관세사는 통관절차의 전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한사람당 대개 10명 안팎의 직무보조자를 채용한다. 또한 각종 사무기기와 차량 등을 유지하고, 업체 지방세관 검역장 화물집하장 보세창고 등을 수시로 오가야 하므로 이에 따른 비용도 많이 든다”

영업비용에는 통관업무를 의뢰한 업체에 관례적으로 일정 비율씩 되돌려주는 리베이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사회가 자체적으로 산출한 지난해 1인당 평균실적은 3억8900만원. 이 가운데 직원 급여(1억5000만원) 등 영업비용 3억3700만원과 소득세(33.8%)를 뺀 연평균 실질소득은 3400만원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도선사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업종. 일정 규모 이상의 선박(외항선은 500t 이상, 내항선은 1000t 이상)이 항구에 접안할 때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항구에 있는 도선사를 배로 불러들여 항구까지 인도를 받아야 한다. 도선사는 배를 인도해준 대가로 배의 크기에 따라 적게는 척당 20만원에서 많게는 70만~80만원의 도선료를 받는데, 악천후일 때나 야간에는 할증료가 붙는다. 도선사 한사람이 대개 하루에 2, 3척의 배를 인도하는 것을 감안하면 연평균 2억원을 번다는 통계는 얼추 사실과 들어맞는다.

그러나 도선사들도 할 말은 많다. 요지는 역시 “매출액과 실소득의 차이가 크다”는 것. “도선사를 도선 대기중인 선박까지 태워주는 도선선(Pilot Boat) 운영비, 사고방지를 위해 수시로 실시하는 수로탐사 비용, 각종 해상 통신장비 구입-유지비, 협회비, 사무실운영비, 보험료에다 소득액의 45%에 이르는 세금을 내고 나면 실제 소득은 매출액의 30%를 좀 넘는 수준”이라는 게 한국도선사협회 정진택해무실장의 설명이다.

다소 과장이 섞였을 수는 있겠지만, 이런 ‘반론’들을 터무니없는 변명이라고 매도하긴 어렵다. 같은 ‘전문자격사’인 변호사나 의사도 비슷한 반론을 펼 수 있겠지만, 이들은 ‘고객’의 상당수가 개인들이다. 세원(稅源)이 되는 매출실적이 누락될 여지가 그만큼 많다. 이에 비해 변리사나 관세사는 주로 법인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매출과 소득이 100% 노출된다. 도선사의 경우에도 입항기록과 함께 매출실적이 분기별로 해운항만청에 100% 통보되므로 탈세의 여지가 없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불황으로 수출입 물동량이 격감, 관세사와 도선사의 수입은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일단 전문자격사 자격증만 따면 어지간한 봉급쟁이보다 벌이도 낫고 속도 편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듯 녹록하지가 않다.

국세청 자료가 보도된 이후 도선사가 돈 잘버는 직업으로 알려지면서 도선사협회 등에는 “도선사 시험은 언제 보느냐”는 문의가 잇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응시자격조차 갖추기 어렵다. 600t 이상의 선박에 선장으로 7년 이상 승선한 경력이 있어야 비로소 도선사 수습생시험 응시자격을 주기 때문. 더욱이 하선한 기간이나 휴가는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선장경력이 10년은 넘어야 한다. 항해술과 해사법규 등의이론시험을 치러 수습생이 되면 6개월간 200회 이상의 도선경험을 쌓아야 정식 도선사시험 응시기회를 준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쳐 도선사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은 빨라야 40대 초반이며, 대개는 해양대학이나 해군사관학교 출신들이다.

자격증을 땄다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도아니다. 덩치가 큰 선박은 급제동을 걸어도 100~200m씩 전진하기 때문에 도선사의 순간적인 판단착오는 수백억원대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로 직결된다. 도선사는 충돌-침몰사고는 물론 가벼운 사고로 기름이 유출되거나, 항만시설물을 파손할 경우에도 형사상의 책임을 지거나 면허가 취소될 수 있어 늘 격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일한다. 이 때문에 나이에 비해 유난히 백발이 많고, 중압감을 못이겨 과로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변리사도 시험경쟁률이 60대 1에 육박할 만큼 자격취득이 어렵고,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첨단 산업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으면 복잡한 특허분쟁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그래서 상당수의 변리사들이 특허출원 대행업무에만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세사들은 통관절차를 밟다보면 전문적인 성격의 업무 외에도 거의 ‘심부름’에 가까운 잡무들이 많아 골머리를 앓는다. 요즘은 많이 줄었다지만, 세관직원들에 대한 로비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직접 개업하는 대신 무자격 통관업자에게 관세사 명의를 빌려주고 일정액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식적인 결론이지만, 노력없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정상적인’ 직업은 없다.


이 형 삼 기 자

  • 임호랑 ()

      98년도 기사지만 현장취재 내용이 잘 나와있어서 퍼왔습니다. 액수만 그 사이 물가 상승률만큼 증가했다고 보면 되겠군요. <a href=http://www.donga.com/docs/magazine/news_plus/news158/np158gg040.html target=_blank>http://www.donga.com/docs/magazine/news_plus/news158/np158gg040.html</a>

  • 인과응보 ()

      우리나라는 연봉8000만원 이상일경우 40% 고세율을 적용합니다. 다른나라에 비해 높은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정상적인 세금을 내는 부자들은 존경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아마 변호사,의사,한의사를 제외한, 100%세원이 노출되는 직업들은 앞으로 인기가 없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 인과응보 ()

      따라서 현금거래를 억제하고, 신용카드와 당좌수표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서 세금을 정확하게 징수하도록 해야겠지요. 지금의 많은 문제은 절대적 빈곤이아닌, 상대적 빈곤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임호랑 ()

      세금은요...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북유럽의 경우 50-60%까지 됩니다. 영국의 경우 상속세 등이 40%이고, 봉급자의 경우 20-40%대 정도이고.... 중요한 것은 세수가 노출되지 않는 직업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세금은 낮습니다, 고액연봉자나 상속세 포함해서... 예컨대 상속세의 경우 영국의 경우 성 한 채 시세가 1000억원 정도 하는데, 에누리없이 400억원이 세금입니다. 우리는, 몇 조원의 재산을 가진 삼성오너들이 상속세로 내는게 겨우 수십억원입니다. 복잡한 과표체계 및 세율, 세법적용문제 때문이죠. 제대로 된 세무체계, 정보화 및 실무에 능한 이공계적 마인드를 가진 국세청장이 나와야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 배성원 ()

      '조세저항' 생기지 않을까요? ^^ 그 조세저항 알고보니 관료 자기자신들이 내야하기 때문에 의지가 없는 거였더군요. 웃기는 세상이죠  ^^. 비리공무원 재취업 5년간 금지' 이것도 이번에야 겨우 통과됐습니다. 정말 웃기는 세상이예요.....국세청장은 5년만에 '재형저축'으로 6억을 벌고..결국 도중하차 했지만 그런식으로 돈번 고급관료들이 한둘입니까? 못하면 병신 이었던 때가 엇그제 일텐데...바로 10년전 일입니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첩경은 올바른 조세정책이 직효입니다. 고소득이니 뭐니 해도 세금 제대로 걷으면 진짜 스트레스 덜받고 덜벌겠느냐 많이 받고 많이 버느냐..를 고민해서 적당한 자기만족선을 찾는..그런 사회가 오겠지요. 대통령보다 국세청장을 잘 뽑아야....?^^

  • 수누 ()

      도선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 그만큼 경력이 쌓여야 하고, 도선사가 되고난 이후에는 신용이 상당히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만일 해상사고같은것이 나게되면 도선사의 책임이기때문에, 거의 모든 도선사들은 저축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고들 들었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선사는 돈보다는 명예직에 가까운것이기때문에 도선사가 되었다라는것은 자신의 긴경력과 함께 명예를 얻었다라는 하나의 상징이지요. 변리사같이 겨우 몇년 공부한다고 해서 될수있는 그런성격의 업은 아닙니다. 이사람들은 정말 돈 많이벌어도 되는사람들입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지만요. 보통 도선사들의 선상경력은 최소한 15-20년이라고들 합니다. 되기가 쉬울것 같지만 결코되기 어려운직업이지요. 그거 되기까지 정말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가야하는데

  • 수누 ()

      도선사를 좀 쉬운직업같이 이야기를 하셔서 좀은 서운하게 느껴집니다. 이 도선사들은 선장으로서의 경력이 10년이기때문에 최소한 수산대학 또는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규모가 있는 선박의 선장까지 가는데 초고속으로 보았을때 졸업후 7년, 그후 10년이기에 정말 빠른분들이 40대 초반일뿐 보통 50대정도나 되어야 도선사를 하게됩니다. 기관장으로 승선하신분들의 경우에는 선장으로서 응시할수 있는 최소한의 경력+5년을 더해야 시험응시자격이 주어진다라고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선장이나 기관장에 관한 인식이 안좋아서 그렇지, 국제적인 직업입니다. 결코 뱃놈이라고 불리울 그런직업은 아니지요. 이미 외국에서는 상당한 하이칼라로 놓고 보는 직업이며, 그에따른 책임과 명예가 뒤따르는것이 선장, 기관장, 도선사입니다. 도선사라는 자리는

  • 수누 ()

      배타는 사람들에게있어서는 꿈과같은 자리입니다.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셨길

  • 수누 ()

      뱀꼬리지만, 인천상륙작전할때에도 도선사가 한몫했던걸로 알고있읍니다. 그리고 자기가 속해있을 항구의 해저지형시험을 따로치지요. 이게 제일로 힘든시험이랍니다. 해저지형을 완벽하게 간파하고 있어야 대형선박을 무리없이 끌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가운데에서도 해군이나 해경복무등으로 인해 도선사에 관해 상식이 있는 분들이 있겠지만, 항구밖에서는 선장이 전권을 갖지만 항구에 접안하는 상황에서는 배의 키를 도선사가 쥐고 있읍니다. 어떠한배라도 이 권한에 대해 반기를 들지 못합니다. 이것은 해사법규라던가 해상안전에 관한 사항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항목이지요. 또 인접한 해역에서 해상사고가 일어났을때 그 해역의 사고처리에 도선사들이 나가서 뛰는경우도 많이 있읍니다.

  • 수누 ()

      보통 수산대학이나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3항사로 첫 부임이후 거기서 2항사 1항사 그리고 선장과 같은 직급으로 올라갑니다. 일부 큰선박의 경우에는 선장바로 밑에 초사라는 직급이 있읍니다. 어선면장하고 상선면장이 다르고 보통 상선을 타본사람들이 도선사를 합니다. 민간인의 경우에는 6등항해사 즉 갑판원보조 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서 선장까지 올라갈수도 없겠지만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약 20-25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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