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게시판]미국 대학원 GRE 영향력 약화와 관련된...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2-09-27 20:3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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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유학생께서 올려 주신 글인데, 날카로운 지적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자신이 '공부가 좋고, 공부가 하고 싶어' 미국으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이력서에 한 줄 넣거나, 버터 좀 발라 보려고' 미국에 가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거주하고 공부하는 한국인이며, 지금은 미네소타 주립대학 인문계열 과정을 밟고 있으며, 어드미션 오피스에서 행정 보조 일을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한국 및 아시아권 입학사정에 대한 변화에 대해 제가 아는바대로 정보를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여러분의 이러한 시험방식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저도 겪었던 GRE의 부담과 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여러분의 선택에 공감하긴 합니다.

첫번째로 GRE의 사정 영향력의 악화를 말씀드립니다. 기본적으로 GRE는 외국인학생들의 유일한 보루였던것이 사실입니다. 학교의 어드미션은 기본적으로 학부성적(학교의 수준을 기준으로), 교수의 추천장(교수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논문 및 자신의 작업(수준을 기준으로), 계획서 및 개인 발언서(영어 수준을 기준으로), 그리고 (외국인 학생들은 토플) GRE의 수준을 평가합니다.
즉 일반적으로 GRE는 외국인 학생을 제외하면 사정의 거의 맨 마지막 단계에 위치하는 비교적 약한 요인입니다. 다만 외국인 학생의 경우 학부 평점과, 교수 추천장을 미국 대학원들이 일반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자매결연 맺거나 자학교 출신 교수의 추천장 제외) 상대적으로 비중이 강화되어 평가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ETS에서 공식적으로 GRE에 대한 신뢰도 여부에 대한 재검토를 선언함으로써 대학들은 그간 미국 학생들로부터 받아왔던 불만(그간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독점하다시피한 조교 및 연구원 자리와 장학금에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상당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증거를 확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그간 GRE를 통해 큰 평가를 받아오던 외국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미국학생들과 같은 방식이 더 중시되는 (학점과 추천장등) 사정과정을 밟을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럴 경우, 외국인학생은 비교적 가산점이 낮은 학점과 추천장만을 기준으로 평가받으므로 현지 학생보다 불리한 가운데 평가될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PBT로 변환 과정에서의 사정방식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ETS의 이번 공문은 2000년에서 2002년 사이의 아시아권 국가의 학생들이 받은 GRE 점수에 대한 자신들의 평가가 충분이 신용할만하지 못하다는 내용으로 그에대한 그간의 조사 과정과 조사 결과, 여러 가지 증거자료(이곳 해커스의 웹사이트 주소와 여러분들이 올리신 자료도 포함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를 포함한 것으로 알고있으며 위 내용은 지난 8월경 열렸던 미네소타 주립대학 인문계열 대학원과정 임시 사정위원회에서 발표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임시 사정위원회가 열렸던 대학들은 PBT로의 전환과 CBT점수의 불인정을 결의하였고 기타 대학원들은 CBT를 인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10월에서 11월 경에 있을 정식 사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를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네소타 주립대처럼 그간 이곳 미국인들의 불만과 항의가 많았던 곳에서 먼저 제도를 바꾼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저희 학교가 거의 최초이고 선두주자인것 같습니다...안타깝게도)

이에 따라 아직 결정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얼만큼의 부분이 CBT를 인정할지는 모릅니다만
(미국 대학원들도 랭킹다툼이 심한편이라 경쟁관계의 대학원에 따라 변화가 있을수 있습니다)
확실한것은 "토플과 GRE의 수준비교가 부정행위 여부의 중요한 변수로 반영할것이라는 겁니다"
(이부분은 저희 과 dean에게서 직접 들은 내용입니다. )

타 대학들은 CBT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겠냐는 질문에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아마도 원서 판매때문?) 분명히 사정과정에서 영어수준(GRE와 토플)의 모순은 부정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10월이후 정확한 사정요강이 발표되겠지만 CBT를 인정할 대학들(분명히 여러 이유로 CBT는 인정될 것입니다. 자기 학교 내 미국인들의 항의가 심하지 않았다면 올해도 원서가 분명 인정되는 학교로 몰릴게 뻔한 데 그들이 인정 안 한다고 할 이유가 없지요...)에서 GRE 성적과, 토플의 성적, 개인소개 및 학업 계획서의 영어수준 정도의 차이를 문제삼을것이라는 겁니다. (이 경우 부정행위라고 판단되면 단순히 점수가 모자르다 이런 판단이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 신용이 없다라는 판결을 받게될수 있습니다...미국유학은 거의 끝이라는 이야기지요)

따라서 가능하시다면 PBT의 시험 성적도 가지고 있으신게 유리할것으로 판단되며 학점은 어쩔수 없으시더라도, 추천장, 자기소개서, 토플, 계획서 등에 좀더 충실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여러분의 시험 방식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물론 이 시험이 너무나도 중요하고 걱정스러우셨을 것입니다만, 여러분의 행동은 결국 미국인들이 아시아 인들을 대놓고 편견으로 볼수 있는 증거를 만들어 주었으며, 최소한 당분간 아시아 인들의 모든 성적과 자료가 불신의 눈으로 보여지게 될 이유를 만드셨다고 생각합니다.

700점대의 버벌은 미국인들도 거의 못받는 점수인걸 알고 계십니까...
그 점수를 가지고 수업진행을 하지 못하는 조교를 미국인 교수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수업시간에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고 칠판에다 숫자와 공식만 써대는 유학온 대학원생들이 GRE 점수를 근거삼아 장학금과 조교 자리를 가져가는것에 대해 미국인들의 불만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이제 그들에게 그 불만이 단순히 질투가 아니라 근거있는 의심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가 생기게 되었다는 점을 인지해 주십시오

저희 학과에 제 밑으로 후배가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열심히 공부하시고 많이들 유학오셔서 한국에서처럼 사회생활로 따는 석사가 아닌 정말 많은걸 배우는 학위를 따시기 바랍니다. 특히 GRE 무서워서 못오던 문과 후배들 많이들 와서 연구하고 공부해서 한국 관련 내용은 전무하다 시피한 인문계열 학업에 힘을 불어넣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말 공부하고 싶은 정말 공부한 사람들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말에 맘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혹시 제가 더 도와드릴일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가끔이라도 들어와서 몇자 적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꼭 토플 점수와 기타 영어 자료들에 힘을 쓰셔서 좋은 소식 받으시길 빌겠습니다

여러분의 합격을 기원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준형 ()

      오옷, 저도 미네소타에 있는데

  • 소요유 ()

      인문사회계는 GRE general (verval, maths, logic -- >이것은 1984년경부터 추가되었습니다)이 중요할 수도 있었겠네요.  1980년대에 자연과학과 공학쪽은  GRE general (logic을 제외하고 1200점 정도면 과락 면하는 정도면 되었음) 보다는 TOEFL (괜찮은 학교는 550 이상)과 GRE subject (Physics, or Mathmatics : 1980년대 초반은 700점 정도면 대략 되었는데 1980년 중후반에는 850점 =87%정도야 괜찮은 곳 가능했음 ),  그리고 추천서가 가장 중요한 팩터였습니다. 특히 자연과학쪽은 GRE general과 TOEFL은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면 되었고, 추천서와 GRE subject를 중요시 하는 추세였습니다. 

  • 소요유 ()

      추천서도 사실 다같은 추천서가 아니라 추천하는 사람의 학계에서의 '무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기에는 추천서가  이공계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테면  GRE general이나 TOEFL 성적이 약간 낮더라도 지도교수의 의지에따라 '어학코스 조건부 합격'과 같은 것으로 가는 동료 후배들을 많이 봤었습니다.  즉 영어 검증은 요구한느 수준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인 그 사람이 그 학문을 할 능력과 소양이 있는가는 결국 GRE subject와 추천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더군요.  같은 시기에 인문학계통은 TOEFL 570~590을 요구하였었는데......  점점 유학가기 위하여 봐야할 시험이 많아지는 군요. 한참 준비하던 20여년전 생각이 납니다. 

  • 소요유 ()

      참고로 이렇게 복잡한 시험없이 다른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유학온 사람들을 몇 알고 있습니다.  물론 장학금 받고 말입니다. 평소에 '돈을 모아'  각 국제 학회나 기관에서 여는 서머스쿨이나 윈터스쿨에 열심히 쫒아다니면 의외로 기회가 많이 생깁니다. 물론 돈이 들어가긴하지만  대개는 학부생을 위한 이런 스쿨에는 선발하여 장학금이 지급됩니다. 그럴려면 추천서나 자기가해왔던일 하고싶은 일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하겠지요. 여기에서도 추천서가 절대적으로 작용합니다. 

  • 소요유 ()

      뜻을 가지면 의외로 길이 많습니다. 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학생 선발, 특히 대학원생 선발에는 아주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장학금 받고 가시기 바랍니다.  이 장학금도 안주면 못간다는 '뱃장'이  있어야 합니다.  전 솔직히 미국 대학생 국어시험인 GRE general이나 TOEFL에 너무 많이 투자하는 것에 반대입니다. 그럴 바에는 그 돈으로 영여회화를 제대로 배우는것이 낫고, 그 노력이면 외국으; 서머스쿨에 쫒아다니면서 인맥을 쌓는 것이 백바 더 낫습니다.  이 인맥과 경험은 평생재산이지만 GRE & TOEFL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 잘 본다고 영어 잘하는  것도 아니고....

  • 정문식 ()

      소요유님의 명언에 감동받았습니다. 저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떤 전공을 막론하고 중요한 것은 몇 개의 시험 점수가 아니라,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의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께우게 해 준 글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공부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또 공부 자체를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되물어 볼 일입니다.

  • 또, 공돌이 ()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이 솟는 글이었습니다.

  • fall ()

      소요유님의 말씀중 아주 읽었습니다. 항상 들어와서 좋은글만 읽고 가네요. 시간좀 한가하실 때  서머스쿨및 윈터스쿨에 관한 글을 한편 써주시면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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