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에 도달한 공돌이.

글쓴이
z9203420
등록일
2002-10-05 12:55
조회
6,3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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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건
  밑에 글을 읽다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읍니다.
  제 경우는 이 일, 저 일(?) 하다보니, 직무가 조금 잡스럽죠.
  예전에 한 일 중에 하나가 PCB설계를 해 본적이 있읍니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 운동삼아 하기는 합니다만....

  요즘은 PCB설계 속도가 한 Item에 대해서, 하루 정도면, 양산설계가
가능할 정도의 속도까지 가능합니다.
  가히 경이적인 공돌이 수준에 다다른 셈이죠.
  실제로, 양산제품을 그런식으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근데, 요즘 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대다수의 일이 영역은 틀리다고
할 지라도 다 비슷하다고 많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궁극에 도달한 공돌이에 관한 것이죠.
  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요즘은 작업을 할 때, 아무 생각없이 그냥 막 그려나가죠.
  근데, 이 때 머리속에는 아무 생각이 없게되죠.
  그냥, 몸이 가는대로 툴이 움직이고, 그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궁극에 도달하게 되면, 아마 그저 그리는 대로 결과가 나오겠죠.
  소위 말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리라 요즘 많이 생각을 하죠.
  굉장히 황당한 애긴가요?
  뭐, 어차피 일종의 기능공의 하나이니...
  좀 슬픈 일이기는 하죠.
  그럼.





  • 임호랑 ()

      근데 왜 자꾸 공돌이라고 하시나요? 그런 용어 안 쓰기로 한 것 같은데... ^^ 

  • 사색자 ()

      제목대로 해석해보니, 엔지니어도 궁극의 경지를 넘어 무아의 경지에 도달하면, 손짓 하나만으로도 주변 수십리에 걸쳐 60갑자의 공력이 뿜어져 나오고 그 분의 발걸음에서는 수상답보의 기운이 뻗쳐나왔으며 항상 몸에서는 은은한 향내가 나와 심히 범상하다 하지 않을수 없었다..라는 식의 무극경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 그런데, 문제는 무아의 경지를 넘어서면 파탄의 경지에 이를수도 있다는... -_-; 횡수였습니다.

  • 이봉춘 ()

      그럴리야 있겠습니까만 사실 프로그래밍을 하노라면 간혹 무의식의(?) 상태인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차 한잔 마시고 재점검을 하긴 하지만요. 아마 머리속에서 lay-out 을 끝낸 상태에서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 같습니다. 

  • z9203420 ()

      이민주님의 관점에서 보면, 품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제 관점에서 보면, 품질을 안 떨어뜨리고, 금방 끝낼 수도 있읍니다. 그 대신 스트래스를 무지 받겠죠? 민감한 PCB라 하더라도 정말 2-3일 정도면 끝낼 수 있는 경우도 있읍니다. 그 시스템의 밑바닥부터 끝까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 z9203420 ()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 한 것은 무려 8개월 정도 걸렸으니까요. 요는 기능공이라는 말이죠. 자꾸 하다 보면, 늘게 되어 있고, 그것이 쌓이면, 나중에는 정말 2-3일이면 왠만한 것은 다 끝낼 수가 있읍니다.

  • z9203420 ()

      걸고...하하...위에 애기를 넘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기를.... 웃자고 하는 애기입니다. 근데, Firmware도 비슷하답니다. 이것도 올려놓고, 뚝딱뚝딱하면, 일주일이면, 왠만한 것은 다 만들 수가 있죠. 사양이 없다라고 할 지라도....그래서, 기능공이라고 칭하죠. 하면, 할수록 느는 것이 이 바닥의 일이니....

  • z9203420 ()

      회로 설계도 비슷하죠. 회로 설계중에 가장 꽃이 바로 여러분들도 잘 아는 ASIC이라는 분야인데...사실, 이일도 거의 비슷하죠. 정말 뚝딱 뚝딱하면, 일주일이면, 웬만한 것은 다 만들 수가 있죠. 단지, 스트래스를 무진장 받게 되겠죠.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PCB설계가 노가다양도 많고, 시스템 특성과 관련이 있어서, 아주 끔찍한 노가다이고....이것보다 좀 덜한 노가다가 ASIC이겠죠. 그 대신 옆에서 칼들고 설치는 양반이 있어서, 그것때문에 스트래스를 좀 받기는 하겠지만...회로설계는 사실 남는 것이 거의 없는 톱질형 노가다이고...그나마 Firmware가 좀 괜찮지기는 하지만...그것도 Core가 없으면, 그거 만드는 것도 장난이 아니겠지만...그나마 HW보다 더 스트래스를 받겠죠.

  • z9203420 ()

      하하...웃자고 하는 애기입니다. 쩝...좀 슬픈 애긴가요?

  • 이민주 ()

      그런데 8개월만에 하는 일을 이틀에 한다면 노동생산성은 수백배 올라간 것인데. 임금도 그만큼 많이 주나요.. 그게 궁금하네.. 최소 10배는 더 줘야 할거 같은데...이럴때 참 아햏햏 하다고 해야 하나요...

  • z9203420 ()

      흐음....당근 빨리 끝내면, 딴 일을 더 주죠. 월급이야 당근 똑같고...그것을 팀웍이라고 말을 하더군요. -_-; 웃기는 소리죠. 요즘는 주변에 눈치 보면서 일을 하죠. 옆에서 헤메고 있으면, 같이 헤메는 척....옆에서 진행되면, 조금 진행시키고...근데....아시다시피, 늙은 너구리 눈치가 보통이 아니죠. 눈치싸움이 치열하죠.(?)...하하...웃자고 하는 애기입니다. 요즘은 딴 영역을 좀 넘보고 있죠. 뭐 40-50대 대비용이죠....-_-;

  • 학상… ()

      음..역시..공돌이가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눈에 훤히 보이는 군요..이럴때면 진짜 공대 오고 석박사를 하고 있는게 후회됩니다..내가 회사 나가도 저런 일을 하겠지?라는 생각에 회사가기가 꺼려집니다..

  • 학상… ()

      그런데 한가지 희망적(?)인 얘기를 해 보자면 회로설계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ASIC에서도 회로제작 사이클이 꽤 되는 분야도 있슴다..(한 5~6개월?) PCB나 하이브리드회로야 하루면 뚝딱이지만 MMIC같은건 팹에 넣으면 그 정도는 기본으로 걸리죠..설계과정도 대충대충 찍어내는 PCB보다는 꽤 정교하고 고도의 디자인 테크닉 및 simulation tech.가 필요하니 그렇게 자괴감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파운드리에서 반도체맨들이 공정도 해 주니 납땜 냄새 맡을 필요도 없죠..가히 전자돌이의 최고 상위 클래스라 할만한듯..납땜 냄내없고 약품냄새 안맡고 코딩 안하는 전자돌이라~그런데도 논문 쓰기는 쉽죠/

  • 이민주 ()

      기계과는 용접  전자과는 납땜  전산과는 밤셈.. ㅎㅎㅎㅎ

  • z9203420 ()

      회로 제작 사이클이 6개월씩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학상님 입장에서 그렇겠죠? 그런데, 그 일이 일주일짜리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읍니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 할 지 모르지만...

  • z9203420 ()

      PCB설계나 ASIC설계나 제가 느끼기에는 다 똑같이 느껴지더군요.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단지, 노가다양이 많고 적음이 차이가 나겠지만...ASIC설계도 물론 아날로그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PCB설계는 80%가 아날로그 특성을 가집니다. 물론, ASIC도 게이트수가 많아지면, 아날로그 특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는 하지만...결국은 다 똑같은 것이리라 요즘 생각을 하죠.

  • 임호랑 ()

      프로의 경지에 오른 분들이군요, 보니까. 재밌게 읽었습니다.

  • 송세령 ()

      제대로 돈을 쳐줘야~ 프로죠~ 끌끌~ 그냥 웃자고 써봤습니다. 우리나라에 진정 프로를 프로답게 대접하는 날이 오기를..

  • z9203420 ()

      회사입장에서는 제대로 쳐줄수가 없죠. 왜냐하면, 전체 프로젝트에서 부분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전체 프로젝트 성과물이 잘 팔려야 돈이 많이 들어오죠. 그런데, 각 구성원들이 아무리 일을 못한다고 해도, 소모성 일이던, 중요한 일이던, 일의 양이 많던...결과적으로 팀전체에 배분되게 되어 있다는 애기이죠. 그게 우리 나라 사람의 사고방식이죠.

  • z9203420 ()

      일은 받는 만큼, 요령껏 하는 것이 프로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돈을 더 많이 받고 싶으면, 더 많이 주는대로 가면 되죠. 그런데, 사람 사는 곳이 어딜가나 비슷하다는 것이 제 생각....결국 돈 벌려면, 자기 사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사자 직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괜찮죠.

  • 학상… ()

      에궁..분야가 다르고 님의 z92~님이 이쪽 분야지식이 부족하신 듯하여 뭐라 말하긴 그렇습니다만 6개월씩 느껴지는게 아니고 실제로 그정도 걸립니다..--;아시다시피 MIC에는 PCB,hybrid,MMIC가 있잖아요?전자 2개는하루만에도 대충대충 땜질해서 붙이면 되지만 MMIC같은 경우는 팹에 넣고 결과물 나오기까지 진짜루 6개월 정도 걸립니다..foundry가 외국에 있으면 더 걸리죠...

  • 학상… ()

      경비도 국내 팹도 1mm by 1mm회로 만드는데 몇백만원 하죠..개네들도 그게 몸에 안좋고 힘든 일이라는 걸 아니까요..워낙 작은 것들을 초고밀도로 공정을 하다보니 클린룸에서 방진복입고 낑낑대면서 거의 서서 일해야 되니 힘들고,여러 위험한 약품들 많으니 상당히 위험하죠..대부분 공돌이들은 왜 이렇게 힘들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들을 하는건지..누가 여기로 꼬신 겁니까?대체?치과의사들은 오는 환자들(돈다발들?) 널럴하게 땜질만 해도 수억을 버는데..

  • ()

      학상은 말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환자 = 돈다발. 땜질. 수억. 구체적 정보 없이 함부로 다른 사람의 직업을 공개적 장소에서 폄하하지 마세요. 아직 어려서 그런가?

  • z9203420 ()

      일종의 자기합리화죠.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저런 애기도 할 수 있죠. 4-5년 정도지나면, 싫던 좋던 알게 되어 있죠.

  • z9203420 ()

      저보고 이쪽 분야지식이 부족하다는 애기도 요근래 와서 처음 들어 봅니다. 그냥 신선하네요.

  • 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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