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가지세요

글쓴이
김시내
등록일
2002-03-27 06:45
조회
5,2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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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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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생명과학공부하시는 분을 뵈니 반가운 마음에 몇자 적어봅니다.
퍼오셨다는 글은 동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네요.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릴까 해서 제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을 적어봅니다.

> 미국 대학언 학점은 학부 학점 보다도 더 짤 뿐더라, 학과 돈을 꼬라박고 원생을 키우는 마당에, B- 받고 빌빌 거리는 얘들을 놔둘리가 없습니다. 짤리면? 짐 싸야 합니다.

미국 대학원도 한국대학원과 마찬가지로 학점따기는 학부보다 편하다고 봅니다.  보통 대학원과정 (예를들어 med school이나 law school같은) 들어 갈 때도 대학원학점은 인정하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석,박사 가진 사람들은 대학원학점으로 학부학점이 극복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미국에서 associate Prof. 뽑아도 최소 포닥 경력 5년이 기본입니다. 물론 Prof.되기 전까지는 8-10년을 연구에 전념해서 꾸준히 결과를 내야하고 (물론, grant 죽어라고 써야 합니다.), 반은 짤립니다.

생명과학 쪽은 포닥을 적어도 2년은 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힘든 건 사실입니다. 화학이나 공학분야보다 포닥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포닥도 6년이상 포닥을 하면 학교나 회사에 취직할 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로 오는 경우는, 포닥을 적게 할수록, 또는 안할수록 빨리 승진하는 지름길입니다. 회사에서는 회사경력만 쳐주는 경향이 있어서 포닥 1년하나 5년하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교수되기 위해 최소 5년 포닥이란 말씀은 공감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은 포닥 3년만에 교수로 취직 됐습니다.
그리고 교수가 되면 tenure를 받기 까지 힘든건 사실이지만 받고 나면 그만큼 편하지 않나요?
교수라고 모두가 연구를 할까요? 미국 대학중 대학원이 없는 대학이 있습니다. 대부분 그런 학교로 교수로 일하면 수업에 몰두하게 되고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적성이 연구보다 teaching이라면 대학원 없는 대학교수도 좋지 않을까요? 그랜트 쓰는 스트레스도 훨씬 덜하고..

>21세기의 BioTech.? 그따위 글쓰는 기자 나부랭이에게, 바이오텍이 뭔지나 묻고 싶습니다.

바이오텍이 미래가 없다는 말씀이신지...
개인적으로 바이오텍은 잠재력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때때로 박사 마치자마자, 10만불씩 받고 셀라라 같은 회사에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 사람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시퀀싱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하는 연구와 대학에서 하는 연구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학에서 돈이 안되도 negative 결과가 나와도 나름대로 한 논문거리입니다. 회사에서는 돈이 되야 합니다. 돈이 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무식하게 돈을 부어 가면서 될 때까지 반복 또 반복입니다(물론 중간에 포기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부서 잘 못 고르면 아무리 박사라도 같은 일만 반복해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의 일을 대학에서의 연구평가 잣대로 재는 것은 적합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텍에는 순수 연구만 하는 과학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생각지 못했던 전공자들이 많습니다. 이 게시판에서 재진학이라고 했듯이 생물학 학사 또는 박사를 받고도 얼마든지 다른 분야로 갈 길은 열려 있습니다. 한번 바이오텍에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보세요. 생물학 학위 + MBA, 혹은 JD(변호사) 혹은 엔지니어 백그라운드 가지신 분들, 통계학자(약하나 만드는 데 통계가 부지기수로 필요하죠), nursing,..
자신이 생물학에 흥미만 있으면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응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인생에 대해 논할 수 있을 정도의 연륜은 아니지만, 자기가 원하는 일이라면 꼭 top10 대학원이니, 아니면 top journal이니 하면서 인정을 받아야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최고 대학에서 박사를 따야 진정한 생물학자가 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technician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이 실험실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들을 좀더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한국에 비해서 말입니다), technician 직업도 나름대로 생물학자라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한다면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행복한 것 아닌가요?

김시내 드림

추신) 생각나는 게 한가지 더 있어서 적어봅니다(좀 옆길로 새지만). 독일 연구소에서 잠시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테크니션 독일 아주머니 한분은 자신은 15년동안 치과의사로 개업을 했다가 지금은 연구소에 왔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곳엔 정말 귀천이 없어보였습니다. 제가 한 단편만 보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그런 예를 볼 수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 상우 ()

      왠지 뭉클한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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