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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부제'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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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식 작성일2002-07-2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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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 이대로는 안된다/ 이윤배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할 기회를 주고 교수간 공동 연구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교육부가 1995년 도입한 학부제가 오늘날 각 대학의 뜨거운 감자로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학부제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학부제가 폭넓은 전공 교육 기회 제공, 전공 선택 과목 확대, 교수 강의 부담 감소 및 연구 활동 활성화 등을 가능하게 해 시대적 추세인 다기능적 인간을 육성하는데 학과 중심제 보다 발전적인 제도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학부제 도입 당시 교육부는 대학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이 제도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학부제 도입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 학부제는 대학 교육을 질적으로 향상·발전시키기지 못하고 후유증만 깊어가고 있다.

모집 단위 광역화로 인한 학생들의 인기학과 편중 지원과 이에 따른 기초 과학 붕괴 그리고 인문학 위기 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도 졸업 뒤 취업이 잘 되는 전공을 선택하려고 또 다른 입시 지옥에서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학부제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전공교육의 부실화를 부추기고 있다. 전국 대학 대다수 학부가 35-40학점을 `최소전공인정학점제’로 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학생들은 어려운 전공 과목을 피해 학점 취득이 수월한 교양 과목만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학문의 깊이는 제쳐두고라도 전문성조차 결여된 질 낮은 인력을 배출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탈학과 현상에 따른 교수와 학생들의 소속감 결여로 대학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학생들은 예전 학과 중심제와 달리 동기나 선후배간에 우정을 나누고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다. 서로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것은 물론이고 선배는 물론 동기생마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학부제는 학생들이 실용성에 근거해 인기 학과나 전공 분야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학과나 학문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 또 학생들을 상대 평가해 원하지 않는 학과나 전공 분야에 배치함으로써 재수나 수학 포기를 종용해 대학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학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교육부는 학부제를 강요하거나 강제하지 말고 대학들이 장기적인 대학 특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이에 걸맞는 학과조정을 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충분히 보장해야한다.

둘째, 모집 단위 광역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현재 학부제에 대한 정확한 평가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학부제와 학과 중심제를 조화롭게 병행하여 운영하도록 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검토되어야 한다. 또 학생들도 쉽게 공부하고 좋은 학점만 받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자기 전공을 충분히 공부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지름길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 교육부는 앞을 내다보는 너른 관점에서 기초 과학과 인문학 분야의 육성을 위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학문의 양극화 현상은 우리 대학 교육을 황폐화시켜 우리 나라가 교육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대학들 역시 구조 조정 측면에서 `학부제’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학부제가 대학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이고 대학여건과 특성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과감하게 도입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들은 세계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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