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장상 교수 부부의 통장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2-07-30 17:33
조회
4,5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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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교수 부부의 통장/ 고희범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장상 총리서리 부부의 예금통장이 화제에 올랐다. 재산 총액 20억원 가운데 포함된 13억원의 예금통장. 그러나 의문은 곧 풀렸다. 부부가 25년동안 교수로 일해왔고 현재 연봉이 각각 8천만원에서 1억원은 좋이 될 터이므로 그 정도는 정상이라는 결론이었다.


* 시간강사들의 파업


장 총리서리가 호되게 자격시비를 당하는 동안 영남대에서는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 지부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의 1학기 성적 입력거부로 20일 동안 진행한 파업 끝에 시간강사들은 학교쪽과 시간당 2만9천원의 강사료를 3천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전국 사립대 가운데 최고의 강사료다. 영남대 강사들은 평균 주당 6시간 강의에, 한 학기 16주씩, 1년 연봉으로 614만4천원을 받게 됐다. 월 평균 51만2천원이다.

현재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는 박사학위 소지자 1만8천명을 포함해 모두 5만8천명으로, 교수 4만5천명보다 많다.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강의 담당비율은 교양과목에서 59.8%, 전공에서 34.6%를 차지한다. 얼추 교양 3강좌 중 2강좌, 전공 3강좌 중 1강좌를 맡고 있는 셈이다. 원래 특수 교과목을 운영하거나 담당교수의 휴직 등 공백을 보충하기 위한 시간강사들이 대학교육의 절반을 떠맡는 기현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돼오고 있다.

강사료는 1만5천원에서 3만7천원까지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교수들의 10~20분의 1 수준이다. 사실상 생활보호대상자인 이들은 대학강의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어 대부분 과외를 하거나 입시학원에서 강의를 한다. 퇴직금이나 연금 혜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예비군·민방위 훈련도 학교에서 받을 수 없다. 국민의료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시간강사는 ‘일용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는 반면, 소득세법에서는 시간강사의 근로형태가 ‘일용근로자와 유사하지 않다‘는 이유로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납세의무는 단단히 지우고 사회보험 혜택은 용케도 피하는 희한한 법 적용이다.

교수가 되는 길도 막막하다. 국립대는 공무원 정원 동결 방침 때문에, 사립대는 재정적 이유로 전임교수를 채용하지 않아 대학의 신규 채용비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공개임용의 경우도 이미 내정자를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최근 <교수신문> 등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학 교수직 지원 경험자 1072명 가운데 79%가 ‘교수 채용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공정하지 않은 이유로는 ‘내정자를 정한 상태의 형식적인 채용공고‘ ‘학연 지연에 따른 정실 인사‘를 꼽았다.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은 대학원 박사과정의 진학률도 떨어뜨렸다. 서울대의 2002학년도 박사과정 후기모집은 지난해 11월 전기모집에 이어 사상 두번째 미달사태를 빚었다. 국가의 두뇌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현상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4월 대통령에게 강사료의 단계적 현실화, 대학 전임교원의 증원, 전업 시간강사에 대한 연구비 지원 확대 등을 대책으로 보고했으나 대학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 내용은 없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학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간강사 문제는 시간강사의 자격과 지위를 규정하는 법령이 없어 그 역할에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교육부가 관계법령에 시간강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다양한 대책들이 빛을 보게 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 시간강사들의 꿈


여름방학을 맞아 한푼의 강사료도 받을 수 없는 시간강사들은 장상 전직 교수 부부 수준의 예금통장은 꿈조차 꾸지 않는다.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대학교육의 절반을 책임지는 ‘교원‘으로서 정당하게 인정받는 것이다. ‘시간강사‘라는 명칭이 아니라 강의 내용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언제 이뤄질지 모를 그 꿈을 안고 절망적인 여름을 견디고 있다. natura@hani.co.kr 

  • 배성원 ()

      학력위조에, 학비가 비싸서(?) 돈쳐들여 영주권 따온 꼴통 여사가 총리가 되려하고 우리 대학교육의 반을 생활보호 대상자가 책임지고 있는 이 사실이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 합니다. '간판'과 돈만 있으면 일찌감치 '기득권'의 최 상층까지 수직상승, 능력이나 자질에 대한 검증은 아예 해당사항 없습니다. 이제 제대로 교육받은 능력있는 신진들은 그 꼴통들이 깽판을 쳐놓은 한가운데 안간힘을 쓰며 살아남으려 하고,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어 보려고 하지요. 언제쯤 이 절망적인 싸움이 끝날까요? 아님 진짜 싸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을까요?

  • 쉼업 ()

      올바른 국민윤리의 '실천'이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 쉼업 ()

      패인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이나 ''다 너 같은 생각인줄 아나'라든지 하는 주변의 말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을 배려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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