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다리] "국민은 설득이 필요하다"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뱀다리] "국민은 설득이 필요하다"

페이지 정보

소요유 작성일2002-07-30 14:12

본문

당위성은 항상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실현되는 것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기술 발달의 역사를 권력과 힘의 관점에서 바라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 전체으로 보나 우리나라 내적으로 보나 기초과학을 포함한 기초학문을 육성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학문을 하는 사람들, 혹은 학문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만의 내적인 합의입니다.

서양에서 역사적으로 과거에 학문은 교회, 지방영주, 왕실, 국가가 그 패트런 역할을 했습니다. 즉 국민이 요구하든 말든 정치적인 힘과 경제적인 힘을 갖는 부류가 개인적 호기심이든 사치든 간에 학문에 지원을 했습니다. 현대에는 그러한 역할이 국민에게 있습니다.

그러면 결론은 자명합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국민들의 이해와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국민 자신은 배고프지만 지적 충족을 위하여 기꺼이 가속기를 건설하는 것을 용인하겠다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덕양님이 지적하셨듯이 이전에 우리는 누구도 이런 일을 해야한다고 설득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가 하고있는 일이 학문적 정당성을 갖기 때문에 납세자인 국민들은 군말 없이 돈을 지불해야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즉 학문 내적인 설득과 다르게 납세자인 국민들을 위하여는 보다 가까운 '국민들의 언어'로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국민들이 의미가 많고, 고상하게 생각하거나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합니다.

한편 관료들에게 굽신거리는 것이 역겨울 수 있지만 형식상으로 그들은 납세자인 국민을 대신하여 우리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일단의 무리들입니다. 정치가나 국가 경영자와 더불어 이들 역시 '그들의 언어로' 설득해야 할 무리들입니다.

위 글을 보니 스스로의 당위성을 보편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당위성이란 상대가 설득 당할때 정당하게 실현됩니다. 저도 이 글쓴이 못지 않게 그야말로 순수 그 자체인 기초과학을 하고 있습니다. EU의 CERN이나 그밖에 미국의 BETATRON등 대형가속기가 갖는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장비로 말하면 이 정도는 제 분야의 장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저도 솔직히 제 분야에 정부가 그냥 돈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가 납세자로서 생각해 볼때 왜 그런 돈을 그냥 줘야지에 대한 스스로의 설득이 필요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이의 국민이 이와 같은 대형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하나는 일단의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이고, 또 하나는 국가를 경영하는 부류가 본 국가적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고, 마지막으로는 과학자 내부에서 합의된 정당성입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기초과학 연구가 국민과 국가 경영자, 그리고 과학계 내부에 대하여 서로다른 언어로 설득하고 얻어내야합니다. 현대사회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이 볼때 당위성을 갖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게 기초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보는 눈이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들이 과학자들이 과학자의 언어로 연구의 학문적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돈이 모든 가치의 기준인 사회에서 학문적 당위성은 '돈으로 표현된 언어'로 설득해야합니다. 아니면 그 가치기준을 바꾸게하던가 말입니다.

댓글 4

맹성렬님의 댓글

맹성렬

  돈 엄청드는 기초학문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것은 돈들인 만큼 뭔가 빼어낼게 있습니다. 하다못해 우리가 세계최고란 자부심이라도....우리의 경우 기초학문은 원래부터 아주 미천하기 때문에 마치 서점에서 첫 가게열고 진열장에 어느정도 구색 갖추기 위한 책을 진열하듯 구색을 갖추어야하는 단계입니다. 그것은 국민적 합의니 뭐니도 필요없는 일이죠. 그런데 그것을 못하고 있다는게 문젠 겁니다. 서구 선진국의 기초학문의 위기와 우리의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소요유님의 댓글

소요유

  전 솔직히 돈안드는 기초학문에서 우리나라가 뒤진 것이 지원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현재 대학에 지원하는 정도면 충분히 구색을 갖출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한편 납세자인 국민의 돈을 투자하는데 기본적으로 이해를 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국민들에게 이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왜 이일을 해야하는 가에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즉 돈들인 만큼 뭔가 나올게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과학자이기 때문에 국민과  정부가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위하여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과학자여야 합니다.

임호랑님의 댓글

임호랑

  민주주의사회에서 '국민'보다 더 높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고상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과학기술자들도 국민들에게 버림을 받아서는 설 땅이 없습니다. 기초과학도 타당성을 보여야합니다. 공학이나 의학, 농학같은 응용과학만이 시장성과 타당성을 보여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백수님의 댓글

백수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지요. 포스코나 현대자동차에는 국민을 위한 투어 코스가 있지요. 외국인들이 와도 꼭 데리고 가서 보여주고, 수학여행도 그쪽으로 가고 그러잖아요. 국책연구소중에 이런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곳이 어디에 있나요? 심지어, 이공인들 사이에서조차 존재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국책연구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자유게시판

SLIDE UP

모바일에서는 읽기만 가능합니다.
PC 버전 보기
© 2002 - 2015 scie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