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칼럼] “기술전쟁” 이공계 기피현상-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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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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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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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전쟁” 이공계 기피현상-하이닉스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이시우 교수
srhee@postech.ac.kr


    요즈음 이공계 기피 현상과 관련하여 이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누구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며 마치 이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가까워지면서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처럼 말한다. 지난번 우리가 너무도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세상의 놀림감이 되었던 그 이유를 벌써 잊은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이 되려면 일인당 연 소득이 3만불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이제 막 만불 선에서 턱걸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제, 무엇으로 연간 소득 3만불에 도달한다는 말인가?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과학기술 없이, 과학기술자 없이, 그리고 첨단 산업의 효율적인 육성이 없이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처구니 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이유이다. 관련 당사자들이 책임을 느끼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해서 온 국민의 이해와 성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공계 기피의 이유는 사회 도처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볼 때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신화를 일구어 냈다. 온 국민이 이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관련 당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 전체의 자긍심은 물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관련 당사자들의 사기는 무척 올라갔을 것이다. 또한 많은 우리의 꿈나무들이 축구 선수가 되고자 하는 희망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시각 또 한편에서는 북측의 도발로 비롯된 서해 해전에서 꽃다운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희생은 무엇으로 보답이 될 것인가?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배려가 되어야 애국심도 우러나오게 되고 또 기꺼이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할 것이다.

    반면 지난 IMF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과학기술자의 사기는 어떻게 되었는가? 과학기술자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하이닉스는 곤경에 처해 있고 많은 과학기술자들의 자존심과 사기가 꺾였다. 우리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과학기술자의 자존심은 과학기술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힘이다. 그 자존심이 꺾이는 날에는 뉘라서 힘들여 우리의 터전을 지키려 할 것인가? 일년간 대학원생들과 진땀 흘려가며 연구하여 모 기업으로부터 받는 일년 연구비는 기자재, 재료비 등 원가에도 못 미치는 3000만원이었는데 이 회사는 다른 한편으로 어떤 사람에게 아무 대가도 없이 매달 5000만원을 주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과학기술이 중요하고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외쳐대지만 과연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누가 그 말을 믿으려 할 것인가?

  60년대에 우리나라는 경제 부흥을 위해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이후 과학기술 입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온 국민이 산업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 당시 공과대학의 인기는 아주 좋은 편이었다. 1970년대 초까지도 우리의 공과대학은 실험실에 일부 조선총독부라고 새겨진 기기를 갖고 실험을 해야 했을 정도로 열악한 형편이었고 박사학위 조차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였다. 이 당시 이공계에서는 제대로 배우려면 외국 유학을 해야 하는 것이 정석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의 선배들은 때로는 원조물자를 내려 놓고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싣고 몇 푼 되지 않는 달러를 들고 유학길에 올라야 했다.

  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일본과의 기술경쟁으로 상당한 위기 의식이 팽배하게 되었다. 일 예로 제록스 복사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자동차, 반도체, 기계류 등 각종 첨단 제품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어떻게 일본에 의해 잠식되었는지가 각종 언론 매체에 보도되곤 하였다. 총칼에 의해 치러졌던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 국가인 일본이 이후 어떻게 경제 전쟁을 통해 절취부심 미국을 공략하고 있는지 등이 화제였다. 이제 바야흐로 국방을 담당하는 최전선에 군인들 뿐 아니라 경제전쟁의 첨병인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기였다. 미국은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과학기술분야의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강력하게 실행에 옮기는 노력을 지속하였고 과학기술, 경제 분야에서의 첩보활동을 강화하였다.

  반도체 소자는 이학, 공학의 대부분의 원리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지고 반도체 산업은 정보산업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분야이다. 80년대에 들어서 종합기술로 빚어지는 반도체를 우리나라도 생산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과학기술자로서 우리나라에 대한 자존심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한 대목이었다. 특히 외국에 있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으로 사기가 오른 것도 우리나라도 이제 반도체를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외국 시사 주간지에는 "Koreans are coming"이라는 표지 제목으로 이에 대한 기사가 게재되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상당수 재외 과학자들이 이제 조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한국이 반도체 생산국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러한 부분들은 관련 당사자들의 노력과 국민적인 성원이 밑바탕이 되었고 무엇보다 과학기술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 주위에서 NT(nano technology), IT(information technology), BT(bio technology) 등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또한 각종 시스템을 작은 면적에 집적하는 System on a Chip (SoC)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Quantum system (electron, photon system), mechanical system (micro-electro mechanical system :MEMS), chemical system (lab on a chip, factory on a chip, battery on a chip), bio system (DNA chip, protein chip) 등이 그것이다. 미래를 지향하는 나노기술은 이러한 시스템의 각 부분과 이를 집적한 시스템의 제조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퀀텀 시스템은 각종 정보전자소자의 핵심이며 IT 기술을 통해 우리의 일상 생활에 커다란 변혁을 일으켰다. 100나노의 벽을 넘어 나노의 세계로 진입하는 퀀텀 시스템에 이어 다른 시스템들의 제조와 관련된 핵심기술도 원자와 분자를 조작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의 뿌리와 그 흐름은 결국 나노기술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것은 반도체 소자로 대변되는 microelectronics 기술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만큼 반도체 기술과 산업은 그 파급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도 반도체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보람과 자존심의 한 부분이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는 집적회로, 미국에서 반도체 기술의 태동, 실리콘 밸리의 시작, 인텔, 휴렛팩커드 등 당시 창업되었던 여러 기업들의 발전 과정, 일본의 전략과 추월, 이로부터 빚어지는 기술 전쟁, 그리고 우리의 전략과 성장, 일부분이나마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정상에 오른 과정 등 지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하면서 앞으로도 우리 모두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20% 가까이 차지했던 반도체, 때로는 드라마틱하고 또한 우리도 해 내고 있다는 과학기술자로서 자랑할 만한 대목의 하나였다.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기술 집약적인 반도체와 같은 산업이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며 그러한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지난 IMF 시절을 거치고 반도체 빅딜이 이루어지면서 그리고 현재의 하이닉스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이러한 자존심과 자긍심이 손상을 입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 상황을 거치며 무엇보다도 그저 일만 해 온 많은 과학기술자들의 자존심과 성취감 등은 땅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열심히 공부하고 어렵게 학교를 졸업한 후 지난 시절 LG반도체에, 그리고 하이닉스에 입사하여 열심히 일을 했던 제자들 그리고 선후배 동료 과학기술자들. 과학기술전쟁, 경제 전쟁의 전사로서 헌신적으로 일을 했는데 어쩌다 이러한 상황이 되었는지 헤아릴 길이 없다. 이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진 과학기술자의 위상과 사기 저하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의 자존심과 관련해 이제 후학들에게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또한 하이닉스 문제로 우리가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대만과 중국이 추월해 오고 있다고 한다. 하이닉스 문제는 모든 과학기술자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착잡하기만 하다. 하이닉스는 어떻게 보면 우리 과학기술자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존심이 기술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우리의 힘이다. 그 자존심이 꺾이는 날에는 뉘라서 힘들여 우리의 터전을 지키려 할 것인가? 정치 분야, 경제 분야. 과학기술 분야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하이닉스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이 용기를 잃지 말기를 바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이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위해 더욱 보람 있게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학부모들이 자식들을 자랑스럽게 이공계에 보내고자 할 때, 우리의 많은 꿈나무들이 과학기술자가 되기를 꿈꿀 때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좀 더 빨리 가능해질 것이다.

출처: http://hynix.or.kr/hynix/idec/srhee.htm

Q. 여기서 말하는 하이닉스가 무슨 뜻인가요?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서요...^^; 아시는 분 답변 좀...

  • 임호랑 ()

      옛날 현대전자 반도체를 개명한 것이지요.. 그런데, 너무 하이닉스 문제 하나로 이공계 문제를 모두 설명하려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공계 기피가 하이닉스 문제 하나 때문은 분명 아닐 것이고, 또 하이닉스를 과학기술자들의 자존심이라고까지 하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점만 거르고 받아들인다면,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글이라는 생각입니다.

  • 사색자 ()

      아마 지면상 하이닉스를 아이콘으로 대체시켜서 논리를 전개해나간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리고, 기사의 출처상 하이닉스 문제에 국한되어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지 싶지만, 대체로 무난한 글같습니다.

  • 프방 ()

      hynix = HYundai electroNIX (electronics의 발음가는 대로 표현) 입니다 ^^

  • ()

      좀 엉성하다.

  • 김뚜껑 ()

      자존심 회복만 하면 과학 기술자들이 힘낼것 처럼 얘기하는게, 쫌 황당 하군요. 정말 단무지 그 자체가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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