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문익환 목사의 옥중서신

글쓴이
Quantum chemist…
등록일
2005-03-12 21:3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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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사님께



백 목사님 민족통일은 민족 화해지요. 그러니 통일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하해의 복 음, 평화의 복음의 실천, 벗어 버릴래야 벗어 버릴 수 없는 우리의 과제지요. 이 일을 제쳐놓고 하는 모든 일은 직무 태만이요 직무 유기라고 하지 않겠 습니까?

요새 정부는 통일을 민족 공동체의 회복이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천만다행 입니다. 갈라져서 원수가 되었던 겨레가 다시 하나로 뭉쳐 운명 공동체, 생 활 공동체, 문화 공동체를 이룩하자는 것이 이 얼마나 반가운 일입니까? 이 것이 바로 민족 대화해의 내용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하해란 싸움을 그만두고 손을 털고 허허 웃 으면서 제 할 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너 없으면 나 못 살고 나 없으면 너 못 산다는, 서로 끊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군요. 나는 너를 살리고 너는 나를 살린다는 책임의식 을 가진다는 걸 말하는 것이구요.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살기 좋은 사 회를 같이 만들어 가고 모두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문화를 힘과 슬기를 모 아 같이 세워 나가는 일이군요. 이것은 7천만 겨레가 같이 딛고 서야 할 생 의 같은 터전을 찾아 세우는 일이요, 다 같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 환경과 조건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군요. 우리의 생활 환경과 조건이라는 것은 결코 물질적인 면만을 말하는 것은 아 니죠. 그것은 정신적인 면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사실 물질적이다, 정신적이 다 하는 것 자체가 그릇된 이원론적인 사고라고 해야지요. 물질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내용을 우리의 공동 재산으로 우리의 생과 역사에 채우는 창조적 인 작업이라는 면도 화해라거나 민족 공동체라는 말에 포함되어 있는 것 아 니겠습니까?


이 공동의 기반이 공동의 내용, 공동의 목표 앞에서 지역적인 차이, 계층, 사 상, 제도 등의 차이를 극복 못 하리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7.4 공동성명의 통일 제 3원칙이지요. 사상과 이념과 제도의 차이를 넘어선 민족 대동단결의 원칙이 바로 그것입니다. 민족 화해, 민족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최대의 걸림돌인 흑백 논리는 그런 부차적인 차이를 절대시하는 일입니다. 이런 상대적인 차이는 민족 공동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더 나은 것을 창출 해 내는 계기는 될망정 공동체 형성을 가로막는 거이어서는 안 되는 것 아 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흑백 논리는 본말을 뒤엎는 일이죠.

남아연방의 인 종 차별은 그 좋은 보기라고 하겠습니다. 흑인과 백인이 다 사람으로서 행복 하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대전제를 무시하고 얼굴 빛깔이 희냐 검냐는 극히 사소한 차이를 절대시하는 일이 흑백 논리의 비극적인 표본이 아니겠 습니까? 그러나 민족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 남과 북이 같이 노력한다고 해서 그것이 민족 이기주의에 빠지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되지요. 어쩌면 이걸 깨는 일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짊어지워진 사명인지도 모르죠. 우리 겨레의 공동선 을 추구하는 일이 인류의 공동선 추구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는 말입니다. 우리가 서둘러서 민족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일인 동시에 인류의 공동선을 위한 전인 류의 노력에 한몫 제대로 하기 위함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늘은 이만. 1989.11.24

  • 탑드라이버 ()

      지난 일요일까지 영풍문고에서 행사를 했었습니다.
    장미꽃 한송이와 책을 무료로(선착순) 매일 나눠주는데요.
    운좋게 받았네요. 이제 슬슬 읽는중..ㅎㅎ
    몇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이글을 언뜻 본적이 있는 것 가타서,,
    이 책을 골랐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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