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여기 모였는가?

글쓴이
김덕양
등록일
2002-07-27 22:5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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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건
"왜 우리는 여기 모였는가?" 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해본다. 금방 튀어 나올수 있을 법한 답변 몇 가지를 무순위로 적어본다면,



1.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서

2. 일부 잘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3. 대~한민국이 걱정되어서

4. 심심풀이로 여러 사람들과 논쟁하려고



당신은 무엇을 골랐는가?


여기 들리는 일부 비과학기술인들은 이 자리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든지, 잘사는 남이 부럽다든지, 할 일이 없어서 갑론을박하며 와글거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지난 5개월여동안 보아온 한국 과학기술인 연합에는 솔직히 '대~한민국'이 걱정되어서 자기 귀중한 시간 쪼개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좀 더 찬찬히 각 게시판들을 돌아보라. 회원들의 진실성이 보이지 않는가? 이공계 기피? 일부 사람들은 자기들의 희소성이 높아질테니 오히려 잘되었다고 기뻐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하며 새로운 것 (과학기술 정책, 언론, 정치, 경제따위) 을 배우고, 논쟁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고등학생들이 이공계 대학 좀 안가면 무슨 문제가 되나? 어차피 남아도는게 이공대 졸업생들인데. 과학기술자들, 박봉에 시달리고 조기퇴출 당한다고 뭐 별수 있겠나? 결국 전공 잘못 선택한 개개인의 잘못인데. 그걸 왜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라는 것이냐, 공산주의/사회주의도 아니고? 그래 상관없다 그대로 놓아두자. 10년만 더 그렇게 해보자. 다른 선진국보다 기술이 모자라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그나마 현상유지도 못하고 국민소득 3천불어치의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싼 임금과 무궁한 자원을 가지고 우리 물건을 마구잡이로 카피해서 팔아대는 중국을 어찌 막아낼 것인가? 그렇다고해서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인 조그만 나라, 세계 그 어느 누가 신경쓰겠는가? 잊혀진 이름이 될 코리아여.

조국을 위해 과학을 해야한다. 우리의, 우리를 위한, 우리들에 의한 기술을 발전시켜야하고 그를 이용해서 나라의 힘을 키워야한다. 이 모든게 한국을 사랑하는, 과학기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러한 과학기술인들이 한국을 기피하게 하는 어느 요소도 이 땅에 존재토록 해서는 안된다. 작금의 현실은 새로운 과학기술인의 탄생마저 막고 있으며, 조국을 정말로 사랑하는 과학기술인조차 탈한국을 부르짖도록 만든다. 암울한 현실의 개선이 없이 당신은 10년뒤 어떤 조국의 모습을 바라는가? 이곳에 "왜 우리는 여기 모였는가?"에 대한 해답이 존재한다.

  • 소요유 ()

      뜨거운 찬성 한표.

  • 정문식 ()

      정치, 경제적 몰락도 문제이지만, 인문계에 이어 이공계의 파탄으로 인한 지적, 문화적 파산은 더욱 가공할 위험을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지와 야만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이라,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만, 불행하게도 현재 대학, 초, 중등학교, 사회 전반적인 흐름이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사회의 말로는 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태조 왕건'과 '명성황후'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걱정이 ()

      정문식님의 의견에 경의를 표합니다... 조금더 냉철하게 제 자신과 삶의 방향를 생각해보게 하는군요. 감사...

  • 유경식 ()

      그동안 읽기만 했었습니다만... 김덕양님께 저도 뜨거운 한 표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왜 매일 습관처럼 여길 왔었는지... 명확해집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Synthese ()

      저는 독일 살면서 나라가 망한다는게 어떤건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몰려오는 불법체류자와 난만자 망명자에 대한 대우를 보면서 남의 일같지 않았습니다. 유럽연합국들은 차라리 돈 좀 얼마줄께 제발 우리나라로만은 오지말라는 결의를 매일 하지요. 스페인 해변에 바다를 헤엄쳐 건너오다 죽는 사람들의 시체만도 연간 백여명을 헤아립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바다를 몇 키로씩 헤엄쳤을까요?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면 개발도상국들을 울궈먹나 여념없는데, 도데체 우리나라 기득권은 무슨 생각으로 나라를 망치려고만 드는지... . 나라가 망한다음에 무슨 기득권이라는게 있겠습니까. 정말 이 사이트가 정책포럼으로서 힘을 갖추기를 바랍니다.

  • Myth ()

      현재 이공계의 몰락은 이공계 교수들에 의해서 충분히 방지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고, 그래서 우리들이 여기 모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일반인들에 비해 조금 더 나은 교육을 받아서 얻을 수 있었던 조금의 지식을 이 곳에 돌려드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더불어 김덕양 님의 멋진 글에 찬사를 드립니다.

  • 유현석 ()

      헉...혹시 위의 분, stanford에 계신 경식 선배님 맞습니까?

  • 유현석 ()

      그리고 Myth님의 의견 정말 동의합니다. 이 사태는 누군가에 의해 방지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물이 엎질러진 이상 누군가는 수숩을 해야 하겠죠. 사람도 별로 없었던 강연회에 뛰어간 일이 헛된 일은 아니었던 듯 싶습니다. 저도 그 강연회를 듣고 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깨달았으니까요.

  • 유경식 ()

      애석하게도..유현석님이 알고 계신 분이 아닙니다 ^---^;

  • 임호랑 ()

      근데 간간이 이공계위기가 인문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처럼 얘기하는데, 이는 무리한 연관이라고 봅니다. 인문계는 선진국에서도 특별한 '기술'로 분류가 안돼 대졸후 봉급도 고졸자수준이고, 대학원이상의 사회적 수요가 이공계의 1/10도 안되는 특수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이공계는 '고상한' 인문계에 비해 3D이고, 국가적인 '엔진'입니다. 그 위기의 속성과 원인이 너무 다르고 파급효과가 다릅니다. 인문계 위기는 사실 대학원의 위기이고 교수들의 위기에 불과하지만, 이공계는 대졸자는 물론, 고급인력 전반의 문제, 나아가서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산업/연구인력의 소외와 박탈의 문제인데... 그리고 국제경쟁력이 없는 인문계에 비해 이들은 이 땅을 언제든지 뜬다는 것이 문제가 보다 심각한 이유입니다. 더이상 연관안되길.

  • 정문식 ()

      임호랑님의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물론 교육 제도의 문제, 사회적 수요의 문제 등에 있어서는 이공계와 인문계를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 임호랑님의 지적에 100% 동감합니다. 그리고 위기 자체를 논하기 전에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것처럼 대학 교육 체제 자체에도 많은 문제가 있고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이공계를 비롯한 기초학문의 위기 원인에는 지적인 노력을 경시하고, 일확천금이나 순간적 쾌락만을 추구하려는 사회 풍토가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대학 교육의 허술함 및 사회적으로 열악한 처우 등이 이러한 분위기와 어울려 악순환에 빠지고 있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 생각이지만 이공계 또한 이학과 공학으로 나누어 보면, 이학의 경우 '경제성'과 무관하게 '지식' 자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

  • 정문식 ()

      문학과 학문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학 분야나 인문학 분야는 졸업 후 수요도 비슷하고여... 물론 공학 분야는 졸업 후 산업체에 많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이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지식이 부족해서 더 길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최재천 교수님의 칼럼이나 저서에 보면, 과학과 인문학을 동일한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 같더군여... (18세기 이후 서구 사상사를 보면 과학자들이 철학 사상을 구축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하더군여...)

  • 정문식 ()

      그러니까 제 결론은 이공계와 인문계를 획일적인 관점에서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이 멸시받고 '위인지학'만 있을 뿐, '위기지학'이 존재하지 않는 현 풍토에서 전공을 떠나 모든 학문이 위기라는 점이고, 우리가 할 일은 학문 세계의 일부를 차지하는 '이공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과학'과 '공학'의 회생을 통해 장기적으로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회 풍토를 바로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이공인이었다면 이공계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할 수 있겠지만, 제 직업이 그것이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문제보다는 사회적, 문화적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정문식 ()

      정정입니다. ...인문계를 달리 취급할 수 없다는...->...인문계를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 원유철 ()

      조국을 위해 과학을 해야한다는 말엔 동감합니다. 하지만 그주장과 "이공계기피현상에 대한 원인및 해결책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김덕양님의 글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김덕양님의 주장대로라면 이공계기피현상에 1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비난받아야할 대상은, 의대,한의대로 진학하는 우수학생, 이과를 떠나 예체능계로 몰리는 고등학생,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는 고급이공계인력들일 것입니다. 그들이 한국의 이공계분야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주고 자기들만을 위해 진로를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 원유철 ()

      이공계가 아니라도 조국을 위해 봉사할수있는 분야는 많습니다. 따라서 이공계기피현상은 애국심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몇년전만에도 이런 사회적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런문제가 갑자기 불거졌는가를 먼저 파악해야합니다. 저는 본질적으로 이공계기피현상은, 이공계 학생,젊은 연구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공계인력을 교육하고, 사용하는, 대학(교수)과 기업(경영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진로를 정해야할 고등학생, 아직 진로를 바꿀 여지가 있는 젊은 연구자들은, 공부하기가 어렵고, 알아주지도 않고, 봉급도 적으며, 정년도 짧은 이공계를 반드시 택해야 할 이유는 없읍니다. 그들은 자기의 진로를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그럼으로 이제까지 이공계에 지나치게 몰렸던 인력도 조정되어야합니다. 공급이 줄어야 삽니다.

  • 원유철 ()

      그러나 김덕양님의 "10년뒤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내용엔 저도 공감합니다. 한국전략산업의 미래학을 좀더 활발히 연구해야 합니다.70년대 중화학,건설산업, 80년대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뒤를 이을산업이 90년대엔 없었읍니다. 우리나라는 90년대에 그후 10년뒤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만간 그 후유증을 앓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이라도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덕양 ()

      원유철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 글은 사실 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현 문제점들의 책임소재를 지적했다기 보다는 비과학기술인(현재 자유게시판에서 이런저런 딴지를 걸고 계신 ^^)분들에게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 인식을 시켜드리려는 의도에서 썼습니다.

  • 김덕양 ()

      아쉽게도 우리들 내부에서 애국심만으로는 절대 이번 문제는 해결이 안됩니다. 왜냐면 개개인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체 국민들 사이에서 조금씩의 관심만 더 끌어올수 있다면(옛날 국산품이용같은 애국심 조금만이라도),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는 밝아질 것입니다.

  • 이공계2 ()

      좋은 글을 쓰셨네요

  • ()

      인문학도 제대로 교육 시키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인재가 나올텐데요..(비단 인문학을 하지 않더라도..) 제가 외국에 있어본지 얼마 안되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문과 애들도 상당히 열심히 합니다. 책도 많이 보고 글도 많이 쓰고요.. 대학원 과정 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학부 밖에 없는 엠허스트 같은 곳에서 기업에서 극찬을 받는 것을 보면, 사실 사람과 사람 사는데 기본인 인문학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정말로 회사나 어디에나 잘 맞는 인재가 나오겠지요.(관리직이나 경영 같은데서 말입니다.)

  • ()

      전에 휴맥스 변대규 씨가 쓰신 글을 우연히 읽은 적이 있지요. 처음에는 경영 한다고 해서 경영학이 필요한지 알았더니,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 일은 다 인문학..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한국 대학 문과생 인문대생 중에 제대로 공부하는 이가 몇이나 있겠습니가만..

  • 정문식 ()

      음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한국 사회가 풍부한 지적 자산과 분위기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첨단 기술도 이른바 '지식기반산업'도 사상 누각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적, 정신적 풍요를 제공해 주는 것은 '문사철'로 상징되는 인문학과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독서와 글쓰기 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져야겠고,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지적인 노력을 장려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겠져... 그런데, 불행하게도 오늘날의 한국은 '찍기' 위주의 교육과 기초 학문의 홀대로 인해 오히려 지적인 여유를 가지려는 이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고 있고, 국민들의 '가방끈'은 한없이 길어지지만, 교양이나 지적 수준은 갈수록 떨어지는 한심한 풍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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