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인들이 국가지도층으로 나서야....

글쓴이
임호랑
등록일
2002-08-06 13:13
조회
4,174회
추천
0건
댓글
12건
이제 겨우 시작뿐인 것을....
 '기술입국'을 못하면 국가경제가 거덜나고, 아르헨티나보다도 더 국민들 생활이 비참해질거라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우리가 무엇으로 여기까지 왔길래... 축구로? 쌀농사로?

기능인력(공고이하)에 의한 '공업입국'으로 우리가 60-70년대 경제개발을 일궈냈다면, 산업인력(전문대-대졸)에 의한 '산업입국'으로 80-90년대의 부흥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1세기전략은 연구인력에 의한 '기술입국'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산업인력-기능인력도 균형있게 기여하고 대우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한마디로 미국이나 독일, 일본, 중국처럼 이공계(공고-학석박사)보수나 직위가 문돌이보다 월등히 높지 않고서는 안된다. 그리고 변호사 의사 등의 정원을 대폭확대하여 희소성을 급격히 감소시켜야 한다.

'21세기 기술입국'을 내거는 지도자가 이렇게도 없다니...
국가 지도층은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문돌이 중심으로 간 것은 지도층의 과학기술문맹 탓이 크다. 원래 문돌이의 역할이 지도자하는 것이라는 망언을 하는 인문사회계열 졸업자들이 많다. 가당찮은 얘기다.

어디 선진국들이 그러던가? 국제사회도 모르고 세계정세변화도 모르고 가까이 일본이 어떻게 100여년전에 제국주의 전쟁을 했는지도 모르는 자들이다. 앞선 무기와 기술력의 경쟁역사였고, 21세기들어서 더욱 첨단화되고 있다. 대통령(과학기술수석)부터 이공계를 매사에 화두로 삼으면 그 밑의 장관(관료)들이 고민을 하게 되어있고, 언론, 학계는 물론 문화예술, 스포츠, 종교계까지 과학기술관련 활동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매사를 현대문명적(과학기술적)으로 사는 사회와 봉건문화적(19세기 유교적)으로 사는 사회가 어찌 동등해지길 바랄 것인가?  여기까지는 정말 한국민의 '피와 땀'으로 왔지만, 더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체질을 실사구시 중시형 이공계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30년전부터 꾸준히 이공계 고급인력이 늘기 시작해서 당대 최고의 엘리트들이 줄줄이 이공계를 선택한 결과 지금은 국가지도층을 구성할 인력후보층도 두텁고, 중견인력도 전체 대졸자(2년제 포함)의 절반을 차지하며, 기능인력 등 산업체 종사자들을 포함하여 구성비를 볼 경우 국가사회적으로 이공계 종사자가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거대집단으로 성장해 있다.

현대문명에 어둡고 공리공론을 일삼는 인문사회계 출신 지도층은 이제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이공계에 지도자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이공계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것이 한국 국민 모두를 살려낼 수 있고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 감정적인 대립만 가득찬 비효율적인 사회보다는 합리적이고 계량적인 실무중시형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국민 과학기술 마인드화라는 화두가 있어야 한다. 당장 발에 떨어진 이공계 기피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종국에 이공계 문제는 국가 전략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

왜 국가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21세기 생존전략을 못 내놓고 있는가?
왜 촛점도 없는 수백가지 정책만 나열하고, 밑에서 적어준 경제성장 수치나 읊조리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현대문명에 대한 이해와 고뇌,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에 이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공인들은 그 때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는 강팀이다!". "우리가 아니면 한국을 '손발로 뛰면서' 구해낼 집단이 없다!"

파란 눈의 사람이나 문돌이들의 마음에 들려고 기웃거리지 말고, 그 시간이 있으면 실력을 키워야 한다!  스스로 국가를 운영하고 경영할 마인드와 국제감각, 전문지식을.....
  • 보통상식 ()

      탁월한 식견이십니다. 그 이유로 저는 정치를 듭니다. 정말 말하기 싫은 주제입니다만……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winner takes all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탓이라고 봅니다. 승자는 보장된 기간동안 혜택을 누리므로 민중의 비교적 낮은 수준에 힘입어 전횡을 일삼을수 있는 거죠. 그러면 정치에서의 minor, 즉 패자와 그의 집단들은 다음에 major가 될 때까지 모든 것을 투자하는 거죠. 일부 선진외국에서도 winner가 ‘많은’ 것을 take하기는 합니다만 거기에는 현명하고 질높은 민중이라는 가장 강력하고 훌륭한 안전/보완장치가 있습니다.

  • 보통상식 ()

      그 대안으로서 임호랑님의 의견처럼 이공인이 leader로 나설수 있지 않을까요? (막연하게나마 학교다닐 때 공부안하고 다른 것만 하던 정치가들보다는 신의 섭리나 자연현상의 해석을 위해 머리싸매던 이공쟁이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더 + 되리라 봅니다.) 특히 유교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고 토착, 단일민족인 한국의 경우는 leade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척박한 토양과 훌륭한 leader의 부재. 이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군요. 정치이야기 정말 하기 싫은데 정문식님의 의견을 보고 마음이 동하여 나름대로 한자 써봤습니다.

  • 정문식 ()

      임호랑님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다만 '권력'의 꿀맛에 빠져, 세계의 흐름을 모르고, 이공인을 포함한 국민들의 등가죽만 벗겨 먹으려는 사이비 '문돌이'들은 과감히 기득권을 버리고 떠나야 하지만, 오늘도 연구실에서 남들이 '돈 안되고, 고리타분'하다며 알아주지 않는 문학, 철학, 역사, 고고학 등을 연구하는 분들께는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엉터리 지식인들은 빼고...)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나마 '속물'이 되지 않고 건전한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져...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공계이든, 인문계이든 별 것도 없으면서 기득권만 챙기려는 '사이비'들은 과감히 몰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와 같이 말이져...

  • 정문식 ()

      그리고 뱀다리지만,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분야를 떠나서 양심적인 지식인 또는 전문가를 권력과 돈에 눈이 먼 '속물'로 타락시키는 '그레샴의 법칙'이 당연한 듯이 통용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영국에 가지 않아서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임호랑님께서 연재하시는 '영국테마 기행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 영국 사회에는 한국과 같은 '그레샴의 법칙'이 없다는 것이더군여... 우리도 빨리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고, 어쩌면 아직 때묻지 않은 우리 사이엔지야말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정문식 ()

      댓글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느라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보통상식'님의 글은 제 글에 대한 답글로 생각하고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 소요유 ()

      동감합니다. 그래서 이제 하나 하나 시작해야죠.

  • 원유철 ()

      저는 과학기술인이 우리나라의 지도층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과학기술을 잘살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지않는 가치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철학이 다른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과학기술도 그자체로서 가치가 있읍니다. 과학기술이 경제개발의 도구로서만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도자기기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선에서는 도자기의 아름다움 그자체를 궁극적인 가치로 취급하지 않고, 사대부들의 영화를 빛나게하는 일개 재산중 하나로 보았읍니다. 따라서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쟁이'로 취급되었던 것입니다.

  • 원유철 ()

      유감스럽게도 이런 과학기술 천시경향이 지금 이시대에는 없다고 볼수는 없읍니다. 과학기술도 art 입니다. 그리고 이공인들은 artist 가 되어야하고 그렇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먼저 과학기술인이 과학기술 그 자체로서 가치를 인정받을때, 정치,경제등 다른 분야를 이끄는 지도층으로 나갈수 있읍니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우리나라 경제발전 수단중 하나로 인식되고, 과학기술자는 기업에, 가정에, 돈 벌어다주는 로보트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면, 이나라에서 과학기술자가 이사회의 지도세력으로 성장할수는 없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유철 ()

      하지만 희망은 있읍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통과하고 있읍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아르헨티나처럼 쇠락할 수도 있고, 독일,일본처럼 다시 일어날수도 있읍니다. 조만간 중국은 한국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같은 품질로 생산하면서, 값은 더싸게 만들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말한대로,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우리나라는 누구나 생산하는 '상품'이 아니라, 다른나라에서 만들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합니다. 바로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철학이 깃든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런 제품의 원천기술은 차원높은 정신활동의 결과로 나와야합니다. 그리고 차원높은 정신활동을 그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그런 사회로 될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원유철 ()

      독일의 기계나 자동차, 일본의 전자제품, 미국의 소프트웨어 같은, 자기나라의 문화,가치관을 반영하는 '제품'을 우리도 만들어야만 중국의 엄청난 도전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읍니다. 우리민족의 역량를 볼때, 저는 꼭 그렇게 될것이라고 믿습니다.  혼과 정신이 깃든 제품, 문화와 철학이 담긴 과학기술 연구결과가 나오게 될때, 그런  시대적 사명을 이루는 과학기술인이 이사회의 주요  지도층으로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미래의 모습이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mhkim ()

      안타 까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압도할 날이 10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할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생존하는것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도약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봐야 될것 같습니다. 우리 지도층이 정말 뼈를 깎는 반성을 하지 않는한 정말 어려운것 같습니다. 지도층의 무능과 부패로 나라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상황입니다. 정말 시간이 별로 없는데... IMF는 지났지만 제2의 위기가 올 가능성이 점점더 커지고 있는데 우리 과학기술인이 지도층이 되어 나라를 구할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 임호랑 ()

      밤늦게 와보니 여러분이 의견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이제 이 땅의 새로운 지도층으로서의 이공인을 생각해봅니다.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솔선수범하여 험난한 일에 앞장설 순수한 열정이 있으며, 국제사회의 변화에 밝고, 현대문명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집단! 물론 혼자는 안됩니다. 법조인들과 경영인, 학계/관료들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이들을 편파성 없이 묶어내는 합리적인 토대위에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능히 한국을 독일이나 일본같은 이공계 중시 국가로 탈바꿈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의 영예나 부귀를 버리고 국민들과 하나되어 '구국의 일념'으로 침체에 빠질 한국호를 구해내야 합니다. 좀 오늘 논조가 거창하다는 것을 제가 모르고 있진 않습니다만, 분명 이공인으로서 가슴 한켠에 품고있어야 할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401 국가 R&D 예산의 중요성 댓글 1 서정하 08-10 4196 1
400 한경의 strong korea를 며칠 지켜보고... 댓글 10 박상욱 08-09 4232 0
399 [연합] 나노종합팹센터 구축 차질 우려 ; 아니 이게 뭡니까? 댓글 13 김덕양 08-08 4417 0
398 답변글 [re] 당신들만의 천국 댓글 1 백수 08-09 3920 1
397 [매경]나의 생각, 과학기술 강국 되려면 댓글 5 박현정 08-08 4171 0
396 청소년 이공계 진학 진로 엑스포 우리 모임 자료(리플달아주세요) 댓글 21 sysop 08-08 4605 1
395 답변글 [re] 기술사와 변리사에 대한 소개를 넣는 게 좋을 듯 댓글 1 고영회 08-08 6694 2
394 답변글 [re] 청소년 이공계 진학 진로 엑스포 우리 모임 자료(리플달아주세요) 댓글 1 백길현 08-12 3419 0
393 답변글 [re]학부유학, 학생/취업VISA - 미국의경우 댓글 14 김용국 08-08 4490 0
392 답변글 [re] 기술사란 고영회 08-08 6927 1
391 답변글 [마무리 글로 추가(건의)] "과학과 공학에 뜻을 갖는 이에게" 댓글 2 소요유 08-08 4482 2
390 [조선일보] 부산대에 새 둥지트는 나노바이오 최고 권위자 댓글 2 불확실한 미래 08-08 4808 4
389 [펌]출연硏 임금인상 앞장 댓글 3 Myth 08-07 3903 1
388 우리가 어떻게 국가를 이끌 것인가? 댓글 9 임호랑 08-06 4251 1
387 답변글 [re] 우리가 어떻게 국가를 이끌 것인가? 댓글 2 천칠이 08-12 3525 0
386 [월간중앙] “나는 우리 애들 ‘꼴찌해라’ 그랬어요” 댓글 2 정문식 08-06 4522 0
385 R&D 의 결과물이 결과 보고서 뿐이라니..... 댓글 4 백수 08-06 4182 0
384 [펌]연구만 하는 벤처추진 댓글 8 Myth 08-06 3499 1
383 KOTRA"한국,아세안시장서 중국에 밀린다" 댓글 12 임호랑 08-06 4213 0
열람중 답변글 이공인들이 국가지도층으로 나서야.... 댓글 12 임호랑 08-06 4175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