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의 strong korea를 며칠 지켜보고...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2-08-09 18:33
조회
4,232회
추천
0건
댓글
10건
기사들을 죽 보니 서울공대 얘기밖에 안하는군요.
우리나라 이공계에 서울공대밖에 없는지?

국내 유일의 '현장 과학기술인' 모임인 우리 모임의 설문조사 결과는 인용해 보도했지만
정작 우리쪽 반응을 살피는 것 같진 않습니다.(참여 제의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며칠간 지켜보니, 몇몇 집단들이 이공계 살리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챙기기에 나선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 중심에 서울공대가 있는 듯 합니다.

학장부터 나서서 적극 동참하고 있고, 서울공대출신 CEO등 각종자료를 협조한 것 같습니다. 이공계 상황이 어찌되고 현실이 어떠건간에 이번 입시에서 서울공대의 신입생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눈에 훤합니다. 며칠간 한경의 strong korea 는 서울공대 홍보책자 그 자체였습니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하겠지만 이번 캠페인엔 '엘리트주의' 심지어 계몽주의까지 엿보입니다. 잘나가는 경쟁력있는 대학 하나라도 제대로 키우자는 결론쪽으로 갈 공산이 큽니다. 이것은 BK21 사업의 핵심 모토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모품성 저임금 이공계 노동력은 양산하되, 나라의 미래는 생각해야하니까 경쟁력있는 이공대 한두개만 집중육성하자는 것이지요.

결국 '선택받지 못한' 비서울대, 기초과학계는 지금보다 더 못한 상황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이공계 위기다 살리자 이공계가 살아야 나라가 잘산다 등의 선언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창기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언론사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이라면 방향이 있어야합니다. 각계 인사들이 "그래그래! 이공계가 살아야 나라가 살지. 궁민 여러부운~ 이공계 대학 많이 보내세요~." 하면서 아들넘한테는 "뭐라구? 아빠가 넌 법대 가야된다구 했자나! 법이 싫으면 의대가던가!" 라고 하는 식입니다. '위기가 도저히 몸으로 와닿지 않는' 분들이 선언하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야 된다. ~라 카더라. 선진국은 ~더라. 우리도 ~ 하자." 이런 말은 소용없습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는 아직 단 한개도 이루어진 게 없습니다.

이번 엑스포에 우리 모임이 참가합니다. 비록 자료전시관에서 자료배포만 할 것입니다만. 팜플렛의 제목이 뭔지 아시나요? "과학자는 꿈(별)이 아닙니다. 직업입니다." 랍니다.
순진무구한 청소년들, 죄없는 이공계 학생과 대학원생들을 현혹하여 "조청과 단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에 있는것처럼 속여 그들의 미래를 빼앗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엿기름이라도 흐르게 해 줘야 단냄새가 나는 법인데, 똥물이 흐르는 것을 방향제와 차단벽으로 숨기는 꼴입니다. 정말로 나라 걱정을 한다면, 정말로 이공계 걱정을 한다면, 현장의 젊은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겨운 대학원생활 10년을 보냈더니 기다리는 건 인력의 저수조에 퐁당하는 일이고, 한창나이 30대를 반절이나 지나 비로소 국방부 소속을 벗어나니 기다리는 건 모가지 내어 놓고 일하라는 계약직 계약서에 도장 찍는것이고, 23살 카드회사 신입사원 초봉 반쯤 받으며 몇년 다니나 싶더니 "네 지식은 쓸모가 없어. 빠이빠이." 라니, 남들처럼 사회생활 일찍 시작해 아득바득 모으기나 했으면 사기 벤처라도 차리련만. 빚내서 뒷구궁동에 치킨집이라도 차리고 아직 모가지 붙어있는 옛 동료와 신삥연구원들한테 읍소하여 매상이라도 올려야되는 신세!

위에 쓴 '신세'가 '이공계인의 인생경로중 가능한 최악의 경우'가 아닌, 우직하게 사회를 믿고 공부만 한 사람의 보편 평균적인 경우라는 이 기막힌 현실!

이걸 알고, 이걸 느끼고, 이걸 어찌해볼까 머리 빠지게 고민해야 할 겁니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민국은 단군이래 가장 잘 살았다. 그 시절이 the stongest period 였다." 라는 말이 후세 역사책에 나오지 않게 하려면 말입니다.

  • 임호랑 ()

      압권입니다. 이 글을 다듬어 이공인이 바라본 strong korea로 하면 좋겠습니다.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떠하신지....

  • 원유철 ()

      '과학자는 꿈이 아니라 직업'이라는 말엔 동의합니다. 하지만 위 내용은 중고등학생이 아니라 정부와 과학기술인력 양성정책을 담당하는 관리들에게 해야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고등학생에게 알렸으면 하는 내용은  '과학기술과 이성적,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이지 '과학기술자의 열악한 연봉'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자는 법대,의대를 나와도 될수있읍니다. 그리고 조만간 이공대를 나와도 의사,변호사가 될수있게 됩니다. 하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는 특정분야를 전공하거나, 특정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장래가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라, 어떤 분야이건 그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루는 사람이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시대가 된다는 사실을 중고등학생에게 알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원유철 ()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은 수학,과학을, 거의 배우는 이유도 모른채, 배우고 있읍니다. 단지 대학입시를 위해 필요한 수학,과학이 아니라, 수학에서 기반을 둔 이성적 사고, 과학에서 기반을 둔 객관적 판단이 본인의 사회생활에 얼마나 필요한가, 더나가 국가 정치,경제,사회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야 합니다. 지금 신문을 펴보면 맹목적 주장, 비과학적 추론과 감정적 판단이  넘쳐나고 있으며, 그 해악이 얼마나 큰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중고등학생들이 알아야 할 '과학기술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상욱 ()

      이 글은 중고생에게 보이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지난번 과학동아 4월호에 기고한 글도 있는데, 중고생이 읽을 수 있는 글일경우 과학기술인으로서의 미래를 나쁘게만 말하진 않습니다. 그것은 현실은 왜곡 은폐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후배들은 우리의 투쟁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나서서 우리 후배들이 공부할 때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 엑스포 자료 준비는 게시판을 통해 공개되고 있듯이 사실 전달(선택의 가짓수)에 입각할 뿐 어둡게 채색하지 않았습니다.

  • 박상욱 ()

      저는 한경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엔 반대입니다. 숨은 의도가 어찌되었든 일단은 사회문제화, 공론화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견제하고 관찰할 필요는 있지만 맞써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만 하겠습니다.

  • 정문식 ()

      마지막 부분의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민국은 단군이래 가장 잘 살았다. 그 시절이 the stongest period 였다." 부분이 압권이군여...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랍니다만, 조선일보나 한경이나 모두 가슴아픈 고민은 없이, 어디서 그럴싸한 미사여구만 줏어모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귀에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이공계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을 고뇌하는 한 마디 쓴소리입니다.

  • fall ()

      제가 81년에 유치원다니기시작해서 대충 2005년쯤에 졸업한다고치면 단군이래 가장 잘 살았던 시절에 행복하게(?) 공부만 한 세대네요. 참.. 내일 망할때 망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어야 할지..

  • 쉼업 ()

      제 생각엔 말이죠. 정말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 스스로를 강력하게 할 수 있는 칼을 만들 수 있음에도 지금껏 만들지 못하고 만들 생각도 못하고 있느냐는 것이죠. 답답할 노릇입죠.

  • 쉼업 ()

      그 칼은 무엇이라고들 보십니까? 생각들 해 보셨나요?  흠..

  • 소요유 ()

      맞습니다. 사회와 인간,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목록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401 국가 R&D 예산의 중요성 댓글 1 서정하 08-10 4196 1
열람중 한경의 strong korea를 며칠 지켜보고... 댓글 10 박상욱 08-09 4233 0
399 [연합] 나노종합팹센터 구축 차질 우려 ; 아니 이게 뭡니까? 댓글 13 김덕양 08-08 4417 0
398 답변글 [re] 당신들만의 천국 댓글 1 백수 08-09 3920 1
397 [매경]나의 생각, 과학기술 강국 되려면 댓글 5 박현정 08-08 4171 0
396 청소년 이공계 진학 진로 엑스포 우리 모임 자료(리플달아주세요) 댓글 21 sysop 08-08 4605 1
395 답변글 [re] 기술사와 변리사에 대한 소개를 넣는 게 좋을 듯 댓글 1 고영회 08-08 6694 2
394 답변글 [re] 청소년 이공계 진학 진로 엑스포 우리 모임 자료(리플달아주세요) 댓글 1 백길현 08-12 3419 0
393 답변글 [re]학부유학, 학생/취업VISA - 미국의경우 댓글 14 김용국 08-08 4490 0
392 답변글 [re] 기술사란 고영회 08-08 6928 1
391 답변글 [마무리 글로 추가(건의)] "과학과 공학에 뜻을 갖는 이에게" 댓글 2 소요유 08-08 4483 2
390 [조선일보] 부산대에 새 둥지트는 나노바이오 최고 권위자 댓글 2 불확실한 미래 08-08 4808 4
389 [펌]출연硏 임금인상 앞장 댓글 3 Myth 08-07 3904 1
388 우리가 어떻게 국가를 이끌 것인가? 댓글 9 임호랑 08-06 4251 1
387 답변글 [re] 우리가 어떻게 국가를 이끌 것인가? 댓글 2 천칠이 08-12 3525 0
386 [월간중앙] “나는 우리 애들 ‘꼴찌해라’ 그랬어요” 댓글 2 정문식 08-06 4522 0
385 R&D 의 결과물이 결과 보고서 뿐이라니..... 댓글 4 백수 08-06 4182 0
384 [펌]연구만 하는 벤처추진 댓글 8 Myth 08-06 3499 1
383 KOTRA"한국,아세안시장서 중국에 밀린다" 댓글 12 임호랑 08-06 4213 0
382 답변글 이공인들이 국가지도층으로 나서야.... 댓글 12 임호랑 08-06 4175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