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위기

글쓴이
백수
등록일
2002-09-12 11:25
조회
3,3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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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건
정부의 이공계 유학비용지원을 계기로 이루어지는 여러가지 토론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의견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저는 기업의 발언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기업들의 이러한 지지표명은 국내 대학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은 이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기업들에게도 우선 지원을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대학의 호소를 외면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기업들의 이러한 행동들은 이미 수년전에 예견되어 오던 것들입니다.
IMF 이전부터 기업들은 대학의 존재이유를 인력확보의 수단외에는 인정하지 않았지요.
허울만 좋은 쥐꼬리 만한 프로젝트를 대학원 졸업예정자 확보를 위해 교수들에게 안기고,
교수들은 학생들을 담보로 기업들에게 고자세를 유지하던 것이 우리나라 대학의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에 '교수와 거지의 공통점'과 같은 유머가 떠돌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IMF 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려 허우적거릴때,
그 잘난 교수들은 그 동안 얻어 먹은 거 생각은 하지않고,
오히려 권력의 줄잡기에 더 바빴던 것이 바깥에서 보던 모습이죠.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터널을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겨우 빠져나오고 있을때,
그 잘난 교수들은 미미한 상처만을 과장하며, 다시 기업들에게 손을 벌렸겠지요.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은 구조조정과정에서 패러다임이 변해 버렸죠.
바뀐 패러다임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대학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졌을지 충분히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미 대학 사회에도 무한 경쟁이 시작되었고,
대한민국의 대학은 패배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루어지는 여러가지 논의들은 결국 대한민국 대학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외부의 힘에 의한 대학의 구조조정은 대한민국 이공계의 권위의 실추로 이어질것은 너무나 뻔한 일입니다.

외부에 의한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전에,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스스로 경쟁대학들을 벤치마킹하며,
스스로 홍보전략을 짜서 기업과 정부에 마케팅을 시작해야 합니다.

가장 상징적인 구조조정은 바로 기존 대학교수들의 해고 입니다.
그들의 일부를 해고 하여 사회로 내몰아야 합니다.
해고된 이들이 사회에서 여러가지 소리를 낼때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대학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게 될것입니다.

지금은 대학의 위기입니다.
주위에서 북을 두들기고 주변을 아무리 찔러도,
칼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는 부류가 있습니다.
아마 사랑스러운 제자들을 방패로 사용하실 생각이신 모양인데,
이제는 어림없습니다.

박사학위자의 70 %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
이공계의 위기는 바로 대학의 위기였습니다.






  • 소요유 ()

      저도 백수님 (어째 포닥님이 익숙하네요) 견해에 동감입니다. 대학은 이제 찬바람 부는 황야에 내팽게 처진 것 같습니다. 정부와 기업 칼날의 지향점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그 화살은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우린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넓고 깊게 진행되리라 봅니다. 

  • 소요유 ()

      역시 산업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산자부 장관의 1월 발언이나 그 이후에 이루어진 일련의 조치들은 결국 정부내에서 교육부와 과기부의 발언권 약화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재경부와 산자부 등의 발언 강화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이시점에서 대학이 나아갈 길이 '유학생 배출' 기능에서 머므를 수도 있고 (그 동안 국비유학생이 특정 대학 출신에 몰린 현상은 단순하게 공정한 실력 경쟁을 떠나서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한편으로 대학원 강화에 의한 위기 탈출이라는 두 갈래 길에  서있는 것 같습니다. 

  • 소요유 ()

      이러한 대학과 대학원의 위기는 실력있고 명망있는 교수들에게 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유학생 양성소로 전락한 대학 학부는 결국 노회한 교수들에 의하여 좌지우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젊고 능력있는' 교수보다 '권력에 줄을 댄 노회한 교수'들이 힘을 쓰게 되겠군요. 

  • SoC ()

      백번천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첨언하면 구조조정에 있어 실력없는 교수가 과연 어떤 교수인지 정확히 파악하여 찍어내야 합니다. 학생수와 양적인 실적이 적다고 실력없는 교수가 아닙니다. 학생들 갈구고 노동력 갈취하여 양적으로만 실적 쌓아올린 교수 상당히 많습니다. 이상하게도 존경하고 싶은 교수님들은 왠지 가난해 보이고, 흡혈/폭력 교수들은 왜 돈이 많아 보이는 지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소요유 ()

      IMF 과정에서 제일 피해가 경미했던 곳이 대학이랄 수 있습니다.  기업이 가장 크게 당했고, 정부는 나름대로  생색은 냈었지요. 정출연을 비롯한 연구소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거의 20%이상 감축되는 아품을 감수했고요. 언론 역시 자의든 타의든 축소될 수 밖에 없었구요.  따라서 이들이 대학을 공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학생수 감소라는 불가항력적인 문제가 가로놓여있습니다.

  • 인과응보 ()

      신문을 보면서, 기업뿐아니라 일반국민들도 국내 이공계대학/연구소의 결과를 상당히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되었읍니다. 우리들이 주장하는 국내이공계 인력지원도, 일은 제대로 하지않으면서 지원만 더받으려고하는 기득권적 발상에 지나지않는다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들 자신이 변하지않으면, 국내이공계인력들은 버림받을 수 밖에 없겠군요. 상당히 심각합니다.

  • 소요유 ()

      인과응보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부분, 예를 들면 국민은 그동안 유학에 의하여 지탱해온 국내 과학기술계의 실패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한편 또다시 유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정책의 위험성에 대하여는 아직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즉 자아반성과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즉 궁극적으로 살길이 국내 대학원을 육성하는 길 뿐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변하는 방법, 이를테면 대학원 교육 정상화 같은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합니다.

  • 소요유 ()

      국민은 우리나라 대학원 교유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그 열학한 상황을 정부와 대학, 그리고 교수들이 방치했는 지 잘 모릅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확실히 객개인의 입장으로는 외국유학 하는 것이 실력향상을 시키는 길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속적인  교육체계가 가져올 정치경제적인 종속성을 명확하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내 석박사의 실력이 국제적이 수준에 떨어지는 것은 이들을  교육하는 정부정책,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교수들의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소요유 ()

      지원의 문제에서 저는 지원이 그렇게 모자란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에 지원되는 비율만큼 우리나라 대학원에서 경쟁력있는 인력을 키워냈느냐는 의문입니다.  불쌍한 국내 대학원생에게 대학이나 정부나 기업이나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 인과응보 ()

      소요유님의 의견에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많은 결과를 내는 대학/연구소보다, 지원대비 좋은결과를 내는 대학/연구소를 확실히 지원할수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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