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수위의 '연구개발 예산 5조원 전면 재평가'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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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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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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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인수위가 연구개발 예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일반론적으로 필요한 지적이지만, 현재 다른 상황과 맞물려 여러가지 우려스러운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가 지적한 것은 한 인수위원이 "그 동안 정부 R&D 예산이 부처별로 나눠먹기식으로 배분되고 그 평가 또한 관련부처의 연구기관이 수행해 오는 바람에 5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에 대한 전체 그림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잘 표현돼 있다. 결론적으로, '국가 차원의 평가와 검증이 부족한 마당에 맹목적으로 관련예산을 늘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인수위 관계자의 판단이다.

이 지적 자체는 대체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국무조정실이 있고, 기획예산처가 있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었지만, 연구개발 예산이 각 부처별로 따로 관리되고 있는 현 상황하에서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선진국들도 각 부처별로 각기 다른 특성의 연구개발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연구개발의 분야별 전문성과 서로 다른 지향목적 때문에 어느정도의 연구영역 중복은 합리적인 것으로 용인되고 있다는 점은 감안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와 같이 제한된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연구개발 예산이 국가적으로 종합조정 되고, 중복투자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해답은, 노당선자가 공약했다시피 과학기술수석을 설치하는 것이다.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는 물론 교육인적자원부, 국방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의 연구개발비를 강력히 종합 조정하고 국가발전 전략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선진국들도 그렇듯이 국가 최고 지도자가 직접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구개발 관리 문제는, 미국의 NASA, DARPA, 유럽의 ESA와 같은 Agency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Agency는 의원이나 정부관료(기술관료 포함)들이 전문성 부족으로 연구내용을 직접 이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연구개발 관리위주의 목적지향적인 전문기관을 설치하여 연구소, 학교, 기업의 연구과제를 기획, 관리, 감독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ADD의 일부 기능이 이와 같으며,  현재의 정출연 중 일부를 확대개편하면 이와같은 연구개발 관리중심 전문조직 구성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또하나 현재 과학기술계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현 정부구조가 연구개발 및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행정관료로 하여금 개별 사업을 일일이 감독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연구개발 사업의 평가를 회계, 보안, 감사나 단순 경제논리로만 하게됨으로써, 공연히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차원에서의 '평가와 검증'이 가능한 인력이 정부내에 거의 전무한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노 당선자는 3급이상 고위직에 과학기술인을 30% 임용하기로 공약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해 고위 관리직 교육프로그램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행여 이번 인수위의 문제제기로 인해, 이공계 기피를 막고 과학기술을 국가발전의 핵심전략으로 채택하는 등의 획기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마치 과학기술계가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다수의 과학기술자들은 이번 인수위 인선에서 25명의 위원 중 이공계가 단 1명 밖에 없는 점을 주목해왔고, 이번에 인수위가 이런 검토를 하게 된 배경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내부 문제나 비효율은 상존하나, 그나마 과학기술자가 우리 국민들로부터 가장 도덕적인 집단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관련 기사  ***************************************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기간에 `Science Korea(과학기술 한국)`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임기중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연구ㆍ개 발(R&D) 투자 비중을 현행 5% 수준(4.7%, 5조3000억원)에서 7%(8조원 )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노 당선자는 `과학기술한국=R&D한국`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인데 이 같은 의지는 지난달 31일 김각중 전경련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 공약을 중점적으로 재검토한 결과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다.

당장 5조원을 넘는 국가 R&D 예산이 과연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국가 차원의 평가와 검증이 부족한 마당에 맹목적으로 관련예산을 늘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술혁신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관한 `새 정부 의제`를 다루는 한 인수위원은 "그 동안 정부 R&D 예산이 부처별로 나눠먹기식으로 배분되고 그 평가 또한 관련부처의 연구기관이 수행해 오는 바람에 5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에 대한 전체 그림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저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R&D 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예 이에 관한 밑그림조차 없는 `거대한 누더기` 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R&D 평가기구 어떻게 구축

이 관계자는 "당장 시급한 것은 `국가 R&D 평가 지침`을 수립하는 것 "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 또는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전문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윤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개별 R&D사업을 비판적이고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메타 평가(Meta Eval uation`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기는 하다.

윤 위원은 "과학기술부가 중심이 돼 정부 예산을 형식적으로는 종합 관리하는 셈이나 사실상 부처별로 쪼개져 있다"며 "특히 R&D 사업을 수행하는 과기부가 전체 평가업무를 맡는 것은 `이해상충(Conflict o f Interest)` 문제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관계자도 "정부 R&D 예산의 종합적 평가와 관리는 특정 부처에 둘 수 없다"며 "청와대와 기획예산처 그리고 국회 등 `제3자적 입 장`을 갖고 있는 쪽으로 평가기구가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공약과 노 당선자 의지

노 당선자는 대선 공약에서 과학기술 5대 강국을 만들기 위해 `투자 확대`와 `효율성 제고`의 쌍두마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투자확대를 위해 △R&D 투자 정부 예산의 7%로 확충 △기초과학 분야 투자비율 총R&D 투자의 25%로 확대 △R&D특구 지정(대덕ㆍ진주 ㆍ사천ㆍ광주ㆍ오창) △이공계 대학생 3명 중 1명에게 장학금 지급 등을 제시했다.

노 당선자는 정부 예산의 4.7% 수준인 국가 R&D 예산을 임기중 7%인 8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R&D 지출 절대 규모를 나타내는 1인당 R&D가 403달러(2000년 기준)에 불과해 투자 절대 규모를 키우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 공약에서 `효율성 제고`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복투자와 기구를 축소해 예산 낭비를 없애는 게 `표`를 떨어뜨리고 당사자들에게 고통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 R&D 평가기구 도입 방안은 노 당선자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5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과 이해관계 문제를 몇몇 인수위원 건의나 보고서로는 제대로 개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지식강국,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가 R&D에 관한 확고하고도 건설적인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상협 기자 imgm@mk.co.kr, / 김정욱 기자 jungwook@mk.co.kr>
  • sysop ()

      요약하자면 '과기수석 설치, Agency위주 연구개발관리, 기술관료 대폭 확충'입니다.

  • 한대희 ()

      좋은 논평인데, 싸이엔지의 논평이 노무현쪽에 전달이 되고 있나요? 여기서 떠들어도 그쪽에서 안보면 무용인데. 그쪽 정책담당쪽에 자료를 보내시는지?

  • 김하원 ()

      인수위쪽 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매체측에도 전달이 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사에서 싣지 않으면 그만이지만요 ^^; 한겨레신문에 몇번 나기도 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익명좋아 ()

      결국은 돈의 문제인데 과연 잡음없는 과학 예산의 집행이라는게 어떤 시스템의 도입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네요.

  • 익명좋아 ()

      아시겠지만 연구 예산이라는게 어떻게 연구 하다보면 돈이 적게 들어가기도 하고, 이상하게 많이 들어가기도 하거든요. 언제나 그렇지만 사람들이야 돈 조금 들이고 많이 얻길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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