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표준화를 거부하는 전자정부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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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등록일
2003-01-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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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자정부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전자정부는 기존 정부 관공서의 민원 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국가 행정망의 새로운 기초를 구성한다는 점에 있어서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 편리함과 효율성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기도 전에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로 전자정부 인터넷 웹사이트가 HTML의 표준을 무시한 채 만들어진 까닭에 특정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전자정부 웹사이트를 완전하게 이용할 수 없다. 기타 웹브라우저를 사용할 경우 사용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 무려 65% 이상이 되었다는 조사보고서가 있다.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국제 표준 HTML 권고안을 따르지 않는 웹브라우저를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테스트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전자정부를 사용하기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전자인증서나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등의 경우 특정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러한 특정 O/S를 사용하지 않는 PC를 가진 경우에는 전자정부를 사용할 수조차 없게 되어 있다. 기업의 상업용 웹사이트나 개인 홈페이지가 아닐진대 특정 웹브라우저나 소프트웨어, 혹은 O/S를 사용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다양한 O/S를 선택할 국민의 권리를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끝으로  홈페이지 마다 첨부된 문서의 양식이 특정 회사의 제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하거나, 각 부처간 내지는 지방자치단체간에 통일성이 전혀 없어, 지정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국민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일례로 전자정부 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부처의 하나인 정보통신부에 한 시민이 이메일로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에 대한 담당자의 답변을 보면 전자정부를 추진하는 이유가 과연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조차 의심을 하게 만든다.

문: "최적화 브라우저를 인터넷 익스플로어로 구축한 이유는?"
답: " 인터넷 사용자의 80%이상이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며 특히 특별한 사용자 (리눅스 또는 기타 O/S)를 제외한 MS 계열의 윈도우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대부분은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절대 다수의 이용자의 입장을 고려하였음"

전체 국민의 80%가 MS사의 O/S내지는 웹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가 표준을 지키지 않는 데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 없다. 20%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는 전자정부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위에 나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HTML의 표준을 따르고 특정회사의 소프트웨어에 얽매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많은 인터넷 웹사이트 전문가들은 정부가 표준화된 HTML을 사용할 경우 이러한 웹브라우저 선택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함에도 이러한 간단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현재 전자정부 계획이 얼마나 안일하며 통제가 되고 있지 않는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자정부의 기반으로서 특정회사의 소프트웨어나 O/S만을 사용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원하는 PC기반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심지어 컴퓨터와 IT 혁명의 발생지인 미국정부 기관에서조차 전자정부 구축에 있어서 특정 회사의 O/S나 웹브라우저를 지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 정부는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전자정부는 국민의 행정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보화 된 세계에서 개인적 선택의 자유와 개인 정보 보호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전자 정부는 이러한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으며 특정 기업의 시장독점을 도와주고 있다. 이런 식의 독점이 불러 올 수 있는 폐해는 지난 1월 25일에 일어난 인터넷 마비사태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정부는 지금껏 시행되어온 전자정부 계획을 돌아보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속히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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