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수료생의 비애....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지...

글쓴이
Andrew
등록일
2002-10-17 17:09
조회
11,2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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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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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full time 박사 5년차 학생입니다. (학생이란 말이 어울릴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모시는 교수님과 함께 비공식으로 외국의 한 대학에 나와 있습니다. 6개월의 기간이니까 그리 짧은 기간도 아니구요. 생활은 이곳에서 제 와이프가 박사학위를 받고 직장에 근무하고 있으니까 힘든건 아닙니다. 물론 남자로서 자존심은 조금 상하지만..

박사과정을 하면서 정말 힘든 때도 많았지만 이번처럼 후회가 된다거나 허탈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나이는 30대 중반이지만 full time으로 박사과정을 하고 있고, 현재 논문을 쓰고 있는 입장이라 변변하게 제 손으로 돈을 벌어보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와이프한테도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학위를 받을 때까지는 이해해주겠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와이프랑 떨어져서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그저 학교생활만 하니까 잘 몰랐는데 여기오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예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한국에 있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박사과정을 수료하게 되면 재학증명서라는걸 뗄 수 없습니다. 즉 학생의 신분이 아니라는 말이죠.. 물론 요즈음에는 수료후 등록금이라고 해서 한 학기당 40만원 정도의 돈을 학교에 내고 있지만 그건 학교 도서실 이용, 의료공제, 교수지도 등의 명목이고 실제 신분은 학생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학교에 늘 다니고 있으니까 그걸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뿐더러 전혀 거기에 대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에 와서 생활하다보니까 의료보험이란 것도 필요하게 되었고 와이프가 제가 와이프의 부양가족으로 들어가니까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고 좀 떼 달라는 겁니다. 학생이니까 재학증명서 등...서류를 말입니다. 저는 당연히 가능할 줄 알고 한국에 연락했지만, 저는 재학생이 아니라는 겁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설명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저는 학생 신분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저는 백수입니다. 직장도 없고 학교에서는 수료생이라고 학생인정을 해주지 않고....
와이프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순간 와이프가 저에게 "오빠 백수였어?"라고 묻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백수입니다. 그제서야 저는 제가 진정한 백수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참 부끄럽네요....

대한민국의 많은 박사수료 백수 여러분!
힘냅시다.. 기죽지 맙시다...

  • 이공계 ()

      저역시 박사수료학기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남의 이야기같지만은 않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건투를 빕니다. 화이팅~~

  • 천칠이 ()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대충 들어서 알던 거지만 직접 당하니 정말 황당하더군요. 학교에서 책을 빌리는 일이었는데, 얼핏 들으니 박사수료생은 도서관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하도 황당해서 데스크를 찾아가 따졌더니 규정을 막 들춰보더니 한다는 말이 "박사 수료면 학생이 아니네요?" 더군요. "이 학교 다니고 있고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 학생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했더니 또 무슨 규정집을 막 들춰보더니 결국 대답을 못했습니다. 뭐해 먹자는 짓거리들인지.

  • 긍정이 ()

      맞아요, 박사수료생들 참 이상해요.. 벙떠버리는 신분이 박사수료생들이더라고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많은 비 이공계 쪽에서는 겸업을 하고 있지만 불철주야 풀타임으로 일하는 이공계박사과정들에게는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문제지요.

  • 배성원 ()

      문돌이들과 일부 꼴통 공무원들의 미친짓거리가 일상 생활에까지 파급된 결과겠지요. 어느학교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들은 도서관에서 책도 못 빌리는 박사고년차하고 일하는데 불편을 안 느낀답니까? 교수 한명만 나서서 떠들어도 당장 해결될 문제같은데....

  • 백수 ()

      학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왜 개정이 안되나요? 불합리의 극치를 보는 것 같군요. 어느학교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일을 당한 기억이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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