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준비하시는분 필독서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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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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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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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1995년에 쓴 글을 2001년에 호돌이님이 좀 고쳤고, 그걸 제가 다시

퍼다 나릅니다. 중복일 수도 있고 이미 보셨던 분도 있겠지만

못보신 분을 위해서...


요즘 전문연구요원을 생각하시는 후배님들

1995년도 글이라서 좀 옛날꺼 같지만 요점을 잘 파악하셔서

좋은 선택을 하시길~

전문연 3년차 Song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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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2001.04.21  글쓴이: 호돌이 
 조회수: 441

아래 어떤분이 진로에 대하여 조언을 구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몇분이 답변을 해주셨듯이 어떻게 선택하느냐는 곧 인생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참 중요하지요...

저도 처음 전문연구요원을 지원할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던 글이 있었는데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같아 긴 글이지만 한번 올려봅니다.
그당시 저에겐 필독서처럼 여겨지는 글이었고, 지금도 한번씩
다시 읽어보곤 하는 글입니다.

물론 이글이 완전한 정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또 생각하는 바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생각되어 질 수도 있습니다. 즉 판단은 여전히
개인의 몫이지요... ^^

출처는 하이텔의 대학원동호회에서 가져왔고(허락없이 가져왔심다...
아마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글의 작성년도는 1995년쯤으로
생각되어집니다.

글의 내용중에는 지금 현실과 맞지않는 부분도 있으며 년도표시같은
일부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하여 요즘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그럼.. 도움이 되길 바라며....


[퍼온글] 병역특례에 관해서


오늘 오랫만에 모교 연구실에 들렀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연구하고
있더군요. 집에 오면서 몇가지 생각을 했지요. 역시 오랫만에 통신에
접속해 보니 우리 학교 동호회 어느곳엔가 공대생 군대 문제 어떻게 해
야 하면 좋냐는 글이 올라와 있기에 대학원 생활과 짧은 사회생활과
군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후배 여러분들에게 알려 드리고 싶어서 글을
올려 봅니다.

(여기부턴 편의상 반말로 쓸게요)

내가 4학년때였나- 우리과 교수님이 수업시간중에 대학원 진학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 교수님 스타일이 하고싶은말 꼭 하시는
멋쟁이 스타일이심)  '여러분들 대학원 진학하는건 병역때문이다'
는 말씀을 하셨다.

내가 아는 한 그당시 우리 동기들의 마음은 이랬다. 군대 가자니
가서 괴로울것같고 어딘지 손해 보는 것 같고하니 동기들 다 간다는
대학원 가자 - 뭐 이정도 였던것 같다. 물론 나는 이런 정신자세
때문에 나중에 큰코 다치게 되지만.

지금도 그렇듯이,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5년동안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면 병역을 필한것으로 해 주었고, 박사과정까지 진학하는 경우
영어와 국사시험을 치러 합격하면(매우 쉬움) 중단 없이 학위를 하고
방위산업 체에 취직하도록 해 주었다. 여기서 그 이른바 '방위산업체'의
예를 내가 아는 사람이 가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간단히 들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요즘은 '병역특례'라는 말을 씀)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현대전자,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대우고등기술연구원, 대우정밀, 풍산금속, 한화에너지...
업체들의 면면을 다 보면 알겠지만 대우정밀이나 풍산금속 빼고는 방위산업
하고 별로 연관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제조업체 중 웬만한 대기업이면 다

병역특례 T.O가 있다고 보아도 지장이 없겠다. 이런 회사에 특례 T.O로
들어가서 봉급 다 받으며 5년간 있으면 되고, 또 그곳을 평생 직장으로
삼아도 되니 괜찮은 조건이다. 그러나 중간에 그만두거나 해고되면 바로 영
장이 나와 적잖은 나이에 육군 사병으로 가야 하긴 하다.

내가 정말 아끼는 우리 동문 후배 중에 위 업체 중 하나에 병역특례로
취직이 되어 몇달 다니다가 사표내고 나와서 의정부로 입대하는 애가 있다.

아마 차인표 이후로 그런 늙은 이등병은 처음일게다. 지금 병장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니까 군생활이 좀 껄끄럽겠지....

그럼 이 신병의 민간인시절 어록을 인용해 보자. '<여기서 앞으로 5년을
어떻게 게기나> 하니까 정말 미칠 것 같더라고요.'

내 짐작으론 이 후배는 사무실(연구소)의 갑갑한 분위기가 싫었을 것이다.
내가 모 그룹에 병역특례로 합격했을때, 무슨무슨 책을 읽고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독후감을 써오라는 편지를 받았었는데, 본인의
스타일상 은근히 불쾌했던 기억이 난다. 봉급 받고 열심히 일하면 되지
나보고 전공책도 아닌걸 이책 읽어라 저책 읽어라 할 권리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정성모가 그러듯이 마냥 신세대일수는 없는법. 이런 스타일 문제들
은 사회 적응하면서 본인들이 고쳐 나가야 하는 문제지 평생을 좌우할
문제는 아닌 것이니...우리 부모님들은 이보다 몇백배는 자존심 상해
가시면서 우리를 교육시키셨음을 생각해도 그렇고.


만약에 (자기가 실제로 해 보아서) 연구가 정말 좋다면 어떤 고난을
당하면서라도 기업체 연구소에 있을 일이다. 연구가 정말 좋다는 건
다음의 사항들을 알고도 좋다는 걸 의미한다.

1. 연구원의 직급은 평연구원-주임연구원-선임연구원-책임연구원
으로 나눠져 있다. 일반부서로 치면 평사원-대리-과장-부장 정도
인데, 박사학위가 없으면 올라가기가 어렵다.

2. 석사학위를 갖고 5년 복무하는 중에는 학위과정을 하지 않겠
다는 각서를 쓰고 엄격히 감독하므로 5년을 넘어 그 회사를 다닐
경우 좀 이상한 일이 생긴다. 5년 정도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
을텐데, 다시 학교를 다니던지 직장을 옮겨야 한다. 아니면 자기
후배들 박사돼서 자기 위로 와도 참든지. 이민간 사람도 있다더
만.

3. 책임연구원 위로는 이사급의 연구소장이 있는데, 여기까지가
보통 진급의 한계이다. 그런데 책임연구원 정도면 실제 연구보다
는 주로 연구지원행정업무를 하기 때문에 마징가Z에 나오는 연구
소장 비슷한 것을 생각하면 안된다.

4. 일본에는 학위도 없이, 진급도 없이 평생 오로지 연구에만 전
념하는 엔지니어가 많고, 많은 미국학자들은 이것이 일본의 원동
력이라고 한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런 일본의 엔지니어를 모델
로 삼아서는 안될 것 같다. 우리 기업들은 과학기술자의 연구에서
나오는 혁신으로 생존하는 회사들이라기보다는 주요부품을 모두
수입, 조립하는 기능공들의 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소는 외국 제품 매뉴얼 및 외국논문 번역소,
외국제품 분해 재조립 카피 연구소가 된다.

5. 그런 의미에서 모 대기업이 박사 내세워서 타이핑 소리 내면
서 하는 광고는 우리 실상을 아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그 회사 입장에서 그 박사님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은 것이
다. 그분들의 화려한 학벌을 광고함으로써이다. 만약에 그분들이
정말 연구를 통해서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면 제품으로 보여주지 왜 치사하게시리 학벌을 내세우나.
학벌 좋은사람들 다니는 회사에서 나온 우리집 비디오는 왜그렇게
테이프를 맨날 씹는가.

위에서 말한 5가지 사항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말할 것도
없이 4번째 사실일 것이다. 매뉴얼 번역, 외제품 카피 및
생산기계 수입시의 면세혜택 같은 것이 몇몇 우수한 연구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소의 존재이유이었다는 점 말이다.
서울공대생 중 누구도 그런 일을 하려고 공대에 들어오지는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수 있나'

하며 그 길을 가고 싶은 후배가 있을 것이다. 일면 옳은 일이다.
모방부터 해야 연구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자신이 은퇴할 때쯤
되면 그동안 이나라의 연구소들도 많이 발전하여 자식들에게
자랑할 만한 '자기 제품' 몇개쯤 가진다면 그만한 보람도 별로
없을 것이며, 이 사회의 감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로되, 다른
모든이들은 '군대도 면제해줬으니 나라를 위해 그쯤은 해야지.'
라고 할 것이다. 아픔이 있겠지만서도, 그말 또한 정답이다.

나는 요즘 돌아다닌다는 X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옛날 우리
동기들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그때 공대생들은 졸업후 하고 싶은
일이 1학년 들어올때는 교수였다가 워낙 자리가 희소하니
포기하고 그랬었다. 5학번에 한명쯤 모교로 돌아오는 것
같았으니.

회사 들어가서 사장 되겠다던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공계출신
사장이 아무리 늘어난다곤 하지만 내가 미국 한국 통틀어 연구소

출신 사장은 단 한명도 못봤다. 현장을 모르는데 어떡하나.
석사학위자로 특례를 받는 경우 법적으로는 연구소에 5년간
근무해야 된다. 5년 끝나고 부서를 현장으로 옮기면 되지 않겠냐
하는데, 그건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왜 안되겠는지 알게 된다.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는것 봤나?


지금까지 이 글을 읽은 분들은 다음과 같은 인식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실 것이다.

1. 공대 출신들은 나라를 먹여살리는 사람들이다.
  (공고,여상 출신 기능공들이 먹여살린다.)
2. 공대 출신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좋다.
  (특례로 취직하면 연구소에 말뚝 박아야 하고, 승진도 어렵다.)
3. 연구소에 취직하면 진짜 연구를 한다.
  (몇몇 우수한 연구소들은 그렇다. 한국기업에 연구소라는게
    생긴게 15년 안팎임을 감안하면 희망적인 면도 있으나,
    그동안 못된 버릇들이 너무 많이 든 것 같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고 몇분이 의견을 올려주셨는데, 어둠의
자식이란 말씀이 있었다. 그것에 대해 내 생각을 밝혀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씀을 하신 분(아마 후배님?)에게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는 노력한 내 글이 넋두리에 불과
한 것으로 들리는 것 같아서이다.

현역은 어둠의 자식이요, 18방은 뭐 6방은 뭐 면제는 뭐란 이야기는
한마디로 군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며, 누워서 침뱉는 꼴이라고 본다.
(두마디구먼)

빽으로 빠졌다는 사람치고 정말 빽으로 빠진 사람 못봤다.
사실은 정신이상이나 인성검사 불합격 등으로 빠져놓고는
병무행정을 욕함으로써 혹시 자기에게 돌려질지 모르는 관심을
돌려 보려는 매우 얍삽한 행동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어둠의 자식 운운하는 말의 출처도 이러한 비겁자들에게 혐의가 간다.

그렇다고 그러한 말이 사회에 널리 퍼지도록 한 책임으로부터
병무행정이 '열외'라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부조리가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아 그만큼 안썩은 부분도 우리 사회엔 드물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터지고 있는 각종 비리가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단지 운이 좋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피나게 공부하고(공대생들이 정말 공부 많이 한다) 열심히 연구
해서 학위 받아 취직해도 찬밥이라니 화도 날 것이고 더럽고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이런저런 절망을
소재로 '나는 어둠의 자식이여' 하며 누워 침뱉는 것은
아무리 그 이유가 충분하더라도  <<<젊은이답지 않다.>>>


병역특례에 대한 저의 생각과 경험을 지금까지의 글에서 밝혔습니다.
이제는 이 병역특례제도가 왜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제 글 중에서, 특례의 현실에 대한 부분과는
달리,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다룬 부분은 저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느낀 바를 이곳에 올려 주시거나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시면 더 좋은 생각이 나올 수 있겠지요.

(아시죠? 또 반말할꺼.)

음모론이라는 말이 있다.
1차대전은 유태인 재벌들이 서로 짜고 당시의 유럽 지도층을
움직여서 일으켰으며, 그래서 무기장사를 짭짤하게 했다느니,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독재정부와 독점자본, 이 독씨 형제가
짜고 일부러 일으켰다느니 하는 말들 말이다. 혹 맞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정신이 이상한 경우가
많다. 그들은 누구누구의 얼굴이 못생긴것도 재벌의 음모 탓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병역특례제도야 말로 재벌의 음모 같다.
그렇다고 내가 재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군고 생각해보니 다음과 같은 가상적인 상황이
떠올랐다. 어디까지나 나의 가상이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
열심히 일하는 기업인들에게 돌을 던지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니 거듭 오해 없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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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 우리 연구소에 묶어 놓고 부려야겠는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가만 놔두면 군대 갔다 와서 유학 갔다오겠지만, 그럼
당장 외국꺼 카피할 기술자가 없으니 안되지. 일본설비 들여
놨겠다, 설계 카피하고 설비 운용할 애들만 있으면 돈을 엄청
벌 판인데...그리고 우리나라도 이제 그만큼 유학갔다왔으면
배울건 다 배워오지 않았겠어? 시간이 없어. 빨리 베껴야지.
유학 갔다온 애들 필요 없어. 연구하겠답시고 애만 맥여.
그리고 걔들, 자리 비면 다 대학으로 옮겨.

그리고 풀어놓으면 공대 나와 기술 있겠다, 좋은 머리 써서
사업해가지고 우리 재벌들 밥그릇 위협하는 놈들 가끔
있을거란 말이야. 미국의 IBM도 빌게이츤가 하는 어린애한테
완전 아작났다지 아마. 그래. 우리나라 공대생들, 특히
우수한 대학 나온애들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우리 재벌이
데려와서 아예 씨를 말려버리는겨.

역시 젊은애들 목줄 잡는건 군대밖에 없어. 내일 당장
김국장 만나서 넌지시 언질을 줘야지. 기술인력이 모자라니
기왕 국가에 봉사하는거, 우리 재벌이 잘되는게 나라 잘되는
거니 군대를 우리 회사에서 마치게 해달라고. 물론 기간은
군대보다 왕창 길어야겠지. 형평성 어쩌구 하면서 말이여.
한 5년으로 해놓으면 지가 나이 서른에 어쩔껴. 말뚝이지.

야 정말 내가 머리가 좋긴 좋아. 이건 싫어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거아녀. 군대 안가게 해준다니 대학에서 좋아하지(우리
회사도 괜찮은 회사니껜), 3D 어쩌구 골치아파하는 김국장
자기 머리쓸일 우리가 대신 써주니 좋아하지... 이휘소같은
천재과학자들 군대 안보내자는건줄 알고 국민들은 이해할거고.
하긴 내가 괜히 재벌이 됐남. 다 내가 이렇게 잘난 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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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야기한 특례제도의 사기성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공대생들이 처음으로 공대에 들어올때의 그 고귀한 뜻을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회사에 들어가서야 이게 아닌데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석사과정을 하면서는 거기가 얼마나
이상한 곳인지를 어느 정도 알게 된다.
(나는 '소리 안나게 국가에 공헌하고 싶다'처럼 고귀한 뜻을
지금껏 보지 못했다.)

회사에 들어가서건 석사과정을 하면서건 '특례를 받아서는
연구(공부)를 계속할수 없다'는 사실을 안 사람은 약간 서글픈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나이 많이 먹어서 군대에 가느냐
그냥 회사나 대학원을 다니느냐다. 나의 직관으로는 98% 이상이
그냥 회사나 대학원을 다닌다. 특례가 좋은게 아닌줄 알면서.
이 선택이 왜 서글플까?

그 하나는 그 선택을 내리는 사람이 지극히 약한 물질적/정신적
상태에 놓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서글픈 것은
우리가 공대에 들어올때 품은 청운의 꿈이, 일신의 고단함이라는,
청운의 꿈에 비하면 너무도 얄팍한 사정 때문에 짓밟혔기
때문이다.

이른바 위인들의 공통점은, 내가 보기에, 물리적인 고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꼭 '위인'이 되자는게 아니다. 꿈을 이렇게 포기하면 이제 더이상
우리는 젊은이가 아니다. 'Boys be ambitious'의 그 'Boy'가
다시는, 절대로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Robert Frost의 시 The Road Not Taken을 어느 순간에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공대생들의 고민
제 1호인 병역문제도 그러하다.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만 하고,
또한 그 선택에 충실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체 연구소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때로는 나의 순수한
주관도 개입시키면서 말씀드렸다. 많은 분들이 그글을 읽으시고 화도
나셨을 것이고 절망도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전 중앙일보를 보니
일본에서는 256KD램에만 적용가능했던 SOI(Silicon On Isolator)기술을
16MD램에 적용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렇게 몇몇 부분에서는 고귀한
뜻을 가진 분들이 자기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다.

이제 병역특례문제를 정리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 내 글을 쭉읽어오신
분들은 병역특례라면 아주 밥맛이 뚝 떨어지실 것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좋은 연구소도 분명히 있으니 잘 생각하여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위의 SOI 16MD램을 개발한 회사의 계열사에서는 이런
사람이 있었음도 아울러 알려드려야 내마음이 놓일 것 같다.

학력 : 서울공대 XX공학과 학사
      서울공대 XX공학과 석사
      미국 Lehigh대 XX공학과 공학박사
경력 : SS전관 세라믹연구부장
현재 : 골프용품점 경영

나는 죽어도 군대는 안가겠다, 나같은 인재가 군대에서 3년썩어 돌머리
되면 나라에 큰 손실이 간다는 귀족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후배들은
특례를 꼭 갈 일이다. (귀족주의적 사고-엘리트의식-가 나쁘다는 것을
아니다) 그리고 그렇지는 않지만, 회사에 들어가도 잘할 수 있고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자신이 있으며 승진이나 남의 인정에 신경쓰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도 특례를 가야 한다. 하긴 이런 사람들은 내가
아무리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해도 다 갔을 것이다.

그러나 어중간한 사람들, 군대는 가기싫고 회사도 가기싫은데 그래도
군대갔다와서 사람들 새로 만나야하고 써클,과 사람들과 헤어지기
싫으니까, 군대가면 몸이 고생이니까, 혹시 머리가 나빠질까봐 특례
가겠다는 사람은 정말 재고하기 바란다. 양손에 떡을 들고는 술을
못마시는 법이다.

요컨데, 군대와 특례는 절대로 동렬에 놓고 선택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본인의 동기 대부분은 석사 졸업 후 특례업체에 취직했고 석사 졸업후
장교로 입대한 동기들이 있다. 학사장교의 복무기간은 엄청나다.
40개월이다. 그래서 2004년 6월말에 전역한다. 그러나 본인의 다른
동기들은 언제 의무 복무기간이 끝나는줄 아는가? 2006년 5월말이다.

  (*주: 위의 2004년, 2006년은 원래 1997년과 1999년이나 이를 좀더
        현실감있게하기 위하여 2004년과 2006년으로 각색했음..
        누차말하지만 이글은 1995년도에 작성된 글임.)

다들 의문을 가질 것이다. 군대생활하는것과 회사생활하는 것이 어떻게
같냐고. 하지만 특례를 따먹으려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회사생활을
할 사람들은 윗부분에서 분명히 특례 가라고 해둔 상태임을 상기해주시면
왜 같은건지 이해가 되실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일단 제쳐두고, 우리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보자.
          ----------------------------------
            도대체 2006년이 오기는 오는가?
          ----------------------------------

재수 안하고 들어온 동기들은 우리나이로 무려 32세에야 외국여행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나이 되어서 진로를 수정한다 는것은
정말 소가 웃을 소리다. 싫든좋든 회사에 '말뚝박아야' 한다. 죽어도.

사실 군생활 그리 쉬운건 아니다. 힘들 때도 많을것이고 그냥 특례
갈껄 하는 생각이 굴뚝같을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군생활의
특성은 모든 고통은 순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고통은 값진
추억이 된다는 점이다. 군생활의 실패자들, 조직생활의 패배자들이
사회에 돌아가서 '군대는 절대 가지마라' 한다. 그런 선배들때문에
군에서 **대출신에 대한 이미지가 몹시 나빠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회사가 군대보다 편할까? 물론 여러면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전술한 SS전관의 계열사 SS전기에 다니면서,
7시출근 4시퇴근이 아니라 7시출근 9시퇴근하는 본인의 동기를 한번
만나 보고 결정하기 바란다. 그리고 8시출근 5시퇴근하면서 국가에
직접 봉사하는보람을 느끼며 장교로서의 명예심을 느끼는 장교들도
한번 보면 좋을 것이다.

지금 학교에는 98학번들이 4학년일 것이다.
대학원 2년과 특례 5년을 더하면

              2001+2+5 = 2008년

2008년까지 특례생활을 해야하므로 2009년 상반기에서야 특례를
마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 2009년은 과연 오기는 올까? 나는 참 의문이다.

그러니 회사갈 생각 없는 후배 여러분들께 충고드린다. 학부때 병
입대하거나 (힘들지만 26개월) 졸업할때 돼서 나이때문에 꺼려지면
장교 가라.(40개월) 대학원에 특별한 뜻 없으면 아예 눈도 돌리지
말고 (대학원 24개월 + 특례 60개월 = 84개월 = 7년) 혹시 대학원
다니고 있으면석사 따고 사관학교 교관 가라.  (국립대학 교수경력
인정, 특별 연구수당 지급)  (더욱 좋은건, 3년의 복무가 끝나고
유학을 갈 경우, 이력서에 '2001-04: Professor, The Korean Miltary
Academy (Lieut.)' 와 같이 적어내면 외국대학에서는 거의
까무라친다.)

공부 계속할 마음 있으면 군대 갔다와서 유학 가라. 지금 돼가는걸
봐서는 한 5년 후엔 모교에 교수 할 사람이 없어서 다른 대학출신을
모셔오게 생겼다. 병역필한 자원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국비유학의 경우
서울공대출신은 거의 응시 않거나, 군대 갔다온 극소수의 서울공대생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다. (학위 후 귀국한다는 것 외의 어떤 의무조항도
없이 등록금, 생활비 전액을 지원한다.)

아마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사장이 방위병이 아니었으면 병역특례회사
에 취직하느니라고 이 좋은 HWP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이선배님은
지금쯤 모 전자회사에서 프로그램 개발 대신 외국 프로그램 카피 연구
내지는 연구행정업무(누구누구는 이번달에 재료를 얼마 사용했고, 연
구비 잔액은 얼마이니...)를 하거나, 혹시 개발업무를 하더라도 지출
결의서, 휴가품의서, 연구계획서 및 각종 보고서 만드니라고 시간이
없어서 지금쯤 고작해야 HWP 1.85정도 나왔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러
다 대기업의 한 부품이 된 이선배님은 실망해서 퇴사, 골프숍을 하나
냈을 지도 모른다. (좀 웃기지만, 충분히 가능성있는 이야기 아닌가?)

여러분들 주위에 '나도 저사람같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순신장군 말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 말이다. 교수일 수도
있겠고, 이찬진선배일 수도 있겠다. 그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병역특례를 안받겠다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꿈을 포기하지 마라. Boys Be Ambitios !!!
 
 

  • 배성원 ()

      거의 내나이와 비슷한 분일것 같군요. 386 끝물세대......정말 쓴맛 많이본 세대죠...진정한 끝물 후ㅐ들이 좀 있지만 요즘은 한 4-5년 묶어서 거의 같이 늙어 갑니다. 한번씩 만나면 우습습니다. 다들 실력좋고 패기가 넘친 20대 초반 그 활력 넘치던 얼굴들이 아니지요.....그렇다고 밥 굶는것 아닌데 항상 돌아서는 발길에 무언가가 걸립니다.

  • song ()

      제가 한창 전문연 알아보던 90년대 후반부에 이런글을 함 읽어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더군요... 그땐 지금처럼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지 못해서

  • 김기범 ()

      아..제가 하이텔 이용할때 본 글인데..참 오래되긴 했군요. 이 글 보고 육군 미련없이 갔었는데..훔훔~~..근데 참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네요. 하여간 사회의 쓴맛을 군대에서 보고 나오긴 했는데..

  • 공대생 ()

      현재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군요. 대기업 병역특례 TO는 요즘 거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어찌됐건 기업체에 휘둘려 진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네요. 5년에서 조금만 줄여주면 정말 좋을텐데요.

  • No.9 ()

      어찌됐던~ 좋은글이군요 ^^

  • 이스크라 ()

      예전에 과기운에 몸담을때 읽어 본듯한 글도 좀 있는 것 같고...특례 첨 시작할 97년 2002년이 오긴 오는가 생각했었는데 올해 5월 특례가 끝났다. 나에게 남은 건 대기업에서 판이하게 다른 두분야의 프로젝트가 드랍되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야지 하는 엔지니어로서의 패기도 있었건만 두번째 개발분야가 쫑난 지금은 새로운 분야를 또 해야 한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특례도 끝났는데 딴길을 찾아봐야 겠다. 그래서 난 요즘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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