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일기 - 네번째

글쓴이
관전평
등록일
2002-06-04 15:17
조회
4,1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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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잡은 김에 한마디 더 하지요.  제 친구들이 학위받고 직장에 간지 이제 시간이 꽤 되어갑니다.

요즘 그 친구들이 미국에 자리가 있냐고 물어오는 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한국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어보여서라고 하더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관리자의 길로 접어들던 지, 아니면 그만 두던지 결정을 해야되는 데, 관리자의 길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는 다나요.

다들 하는 얘기가 미국에 가면 평생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하더군요.  제가 그 친구에게 직접 못했던 얘기를 여기에 하고 싶습니다.

"엔지니어로 평생 일한다는 것"의 정의가 뭘까요?  이공계 계통의 일을 은퇴할 때 까지 계속하는 것? 아마 그 친구들이 생각하는 건, 머리도 쓰고 새로운 것도 배우고, 계속 뭔가 새로운 걸 창조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가능한 건 지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제 생각은 그런 경우는 극히 소수일뿐이다라는 겁니다.

미국에서도 어떤 분야를 기술적으로 리드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나 연구원들은 나이가 들면 주변으로 겉돌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되지요.  한 사람이 여러 세대의 기술에 걸쳐서 리더쉽을 발휘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대가이거나, 매니저로 성장해서 관리자로서 프로젝트를 이끄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힘든 일이지요.

미국에서 나이든 엔지니어들이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건, 자신에게 주어진 연봉상한선에 만족하고, 회사일보다는 개인적인 삶에 만족하면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는 회사경력이 20년 이상된 엔지니어들이 몇 명 있는 데, 나름대로 능력도 있고, 관록도 있지만, 핵심적인 역할을 맡지는 못하더군요.   

미국의 회사는 대부분 아무리 경력이 있어도 스카웃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를 옮기면 직급이 리셋됩니다.  미국회사끼리도 다른 곳에서 디렉터를 하던 사람이 회사를 옮긴 후 평엔지니어로 일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온 경력있는 엔지니어가 미국회사에서 정착해서 나름대로 권한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운영할 위치가 되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문화적인 차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 의사소통의 벽, 이 모든 걸 극복한다는 게 결코 쉽지않습니다. 결국, 보조적인 역할에 만족해야되지요.  물론 미국 엔지니어들처럼 인생관을 바꿔서 시키는 일 해주고, 주말은 가족과 즐겁게 살면 그것도 보람있는 삶이지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요즘처럼 경기가 나빠져서 나이든 엔지니어들,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 순으로 해고될때는 영순위로 방을 비워야합니다.  제 주변에서 불안해하는 나이든 엔지니어를 보면서, 결국, 미국에서도 평생을 보장받는 보람찬 엔지니어가 되기란 무척 힘이든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평생을 쓸모있는 사람이되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 열심히 일해야하고, 나이어린 매니저 눈치도 잘봐야 합니다. 

여기와서 생존을 위해 쏟아부어야할 노력을 생각하면 한국에서도 인생관을 바꿔서 살 수 있지않을 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그게 힘이 드니까 미국행을 생각하는 것이겠지만요...

  • 이공 ()

      "한국에서도 인생관을 바꿔서 살 수 있지않을까..."  후후...

  • 소요유 ()

      제가 있는 호주의 연구소에 근무하는 학자를 비롯한 엔지니어나  테크니션들은 평생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테크니션들은  엔지니어 못지않은 상당한 실력을 갖은 경우를 자주 보게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람들이 1970년대에는 그때 기술에 빠삭했고, 200년대는 2000년대 기술에 빠삭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연구소의 실정은 1970년대 기술에 빠삭했던 사람은 영원히 70년대 사람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즉 이들은 컴퓨터를 다룰 줄 모릅니다.  기업은 좀 다른가보죠 ? 

  • 관전평 ()

      연구소는 아무래도 장수할 가능성이 높지요.  근데, 연구소에서 연구를 주도하지 못하고 보조만하면 연구원으로서 보람이 있을 지 모르겠네요.  미국서 제대로 연구하면서 장수할 수 있는 연구소도 이젠 몇 개 없지요.

  • 송세령 ()

      현재 한국의 직장에서 1970년대의 기술에 빠삭했던 사람이 70년대 사람으로 남을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에 대해 태클을 걸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를 위한 공부도 노는 것으로 간주하고, 오로지 현재 가장 잘하는 것으로 결과내기를 바랍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준비없이 새로운 것을 할수있느냐 없느냐를 묻습니다. 없다면... 결국 회사에서 그 일을 안하게 되던가.. 회사를 나가야 합니다. 결론은 발전의 기회를 주지않습니다. 쉬지않고 부려먹으려 하니까요.

  • 이태훈 ()

      그렇군요. 미국의 연구소는 나이들때까지 엔지니어로서, 연구원으로서 '보람'있게 일할 수 있다는 환상을 언제부터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딜가나 다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항상 꼭대기만 쳐다보며 사는데 정작 꼭대기에 다다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요.

  • 김원태 ()

      우린 외국의 스펙을 가져와서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국제규격을 리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이든연구원의경험적한마디로설계방향을잡는것"보다는 4-5년차되는 연구원들이 많은 회사가 유리하지요. 스펙을읽기에 영어가 되겠다. 아직머리돌아가겠다. 체력되니야근가능하겠다. 경험도쌓였겠다. 결혼정년기 이지만 결혼하든못하든 무슨상관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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