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산학연구

글쓴이
관전평
등록일
2002-03-11 13:4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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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의 모든 시스템을 다 아는 건 아닌니까 제가 경험한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죠.
반도체쪽에서는 science research cooperation(SRC)에서 펀딩을 주는 경우가 많이 있는 데,
SRC의 기금은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분담금을 내고, 정부도 일정액을 내서 교수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합니다.  이런 건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이 기금의 지원을 받은 연구과제를 어떻게 관리하는 지 한 번 살펴보죠.

1년에 두번 정기 리뷰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교수들은 그 기간동안의 연구실적을 세미나식으로 각회사에서 파견된 심사위원들에게 보고합니다.  보통 2-3일을 학회식으로 진행하죠.  학생들이 발표할 때도 있고, 포스터세션으로도 보고하게 합니다.  리뷰가 끝나면 발표자료를 모아서 바로 보고서가 됩니다.  한국처럼 500페이지 넘길때까지 짜집기해 이런 건 전혀 없습니다. 자료취합등 모든 일들은 비서들이 알아서 해줍니다.

학회가 끝나면 따로 심사위원끼리 모여 심사를 합니다.  심사위원은 철저하게 돈 대준 회사의 연구원들이기때문에 돈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여졌는 가, 그 연구가 자기 회사의 개발에 도움이 되는 가에 따라 성적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매번 실적이 부족한 10-30%의 과제를 잘라내고 새로 의욕있게 도전하는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합니다. 선후배라서 봐주거나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유명한 교수라도 실적이 없으면 잘라냅니다. 그리고 심사끝에 다음 기간동안의 연구방향에 대한 제안을 해서 연구가 빗나가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6개월의 한 중간쯤에 각 과제별로 지정된 멘터와 과제그룹이 회합을 갖고 중간 점검을 합니다. 이때도 교수들은 멘터의 의향을 파악하기위해 무지 노력해야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과연 각 회사의 입맛에 맞는 것인가, 난 잘하고 있는 건가 이런 걸 걱정하게 되죠. 

마지막으로 1년에 한번씩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과제를 비공개 논문으로 발표하게 하는 학회가 있습니다.  이때 각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은 학생들의 품평회를 하게 되는 셈이죠.  내가 돈을 대준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중 쓸모가 있는 학생이 있는 지하고 말입니다.  입맛에 맞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바로 뽑아다가 회사에서 하고있는 같은 연구팀에 투입됩니다.  트레이닝이 따로 필요가 없는 셈이죠.

이 모든 과정에서 요식적인 보고서니 뭐니 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돈 관련문제, 서류문제는 SRC에서 다 알아서 해줍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산학연구를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대학원때 경험했던 것과 비교하면, 제가 본 미국의 산학연구 시스템은 정말로 투자한 만큼 회사에 돌려주고, 또 그만큼 회사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하는 좋은 제도였습니다.  같은 돈은 화사안에서 쓴 것보다 효율성이 높을 때만 학교에 지원한다는 게 제가 본 미국회사의 산학연구자금지원 원칙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있을 때는 연구자금 지원하라는 교수들이 오면 "또 생돈 뜯어가는 거지들이 왔다" 이렇게 얘기했었습니다.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교수하기도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엣날같지만은 않은 모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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