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미국직장일기 - 생존의 법칙

글쓴이
김용국
등록일
2002-11-17 12:0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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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이곳 직장생활  2년뿐인데 경험이라고 남기긴 뭐하지만, 지금까지 느껴본 걸 생각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제 생각엔 미국 직장생활은 미국인들의 생활 습성이 연장이 되어 좀 더 강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어떤 분 말씀처럼 유학/재학시에는 미국의 생활이나 Cultural shock을 잘 못느끼다가도 미국 직장에 오면 몇배가 되는 현실적 차이에 직면한다고 하죠. 전 그 말을 알기도 전에 몸으로 느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미국 직장을 꿈구는 분이시라면 짧게나마 취업 전에 미국인들과 부대껴 보는 생활을 해봐야 한다고 꼭 권장하고 싶군요.

아래에 적은 느낌들은 어찌 보면 회사 문화와도 깊이 관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 직장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예를들어 한국의 삼성전자가 현대전자와 다른 사풍을 갖고 있는 것 처럼 말이죠. 제 경우는 Development 를 담당하는 대기업의 경우입니다.

1) 학벌
취업시
일반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평탄한 길을 걷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학벌의 차이는 잘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취업시에도 최초에 제시 받는 연봉은 Entry level(신입 사원) 기준이 각 대학에 따라 별로 크게 다르지 않고 개인의 경험과 능력에 따른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Negotiation에 소질이 있는 친구는 좀 더 많은 보너스를 얻었다고 자랑은 하더군요.

입사후
우리 회사내 특징중 하나는 될성 싶은 나무를 빠르게 키워주는 Fast-track 제도에 있다고 하더군요. 최초 입사후 두각을 나타내는 사원들에 회사가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빠른 진급과 나중엔 2nd, 3rd line manager 급(1st line manager는 사원의 바로위 매니저)으로 진출하여 40대에 Executive 급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이때에 출신 학교가 꼭 중요한 작용을 하진 않지만, 대부분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그런 리더쉽과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더군요.

2) 인맥
취업시
물론 지금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인맥에 의한 취업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 하겠습니다만, 과거 닷컴 붐이 일었던 시기에는 굳이 인맥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취업이 가능한 시기도 있었죠. 그러나 동등한 조건에서 누군가 내부인의 추천이 있다는 것은 배제할 수 없는 가산점임은 확실합니다.

입사후
제가 놀란점 중의 하나는 입사후 신입 사원들이 서로간의 인맥을 넓혀가는 속도였는데, 스스로 행사도 기획하고 파티도 열고 하면서 자신만의 네트웍을 만드는데 두달도 안걸리더군요. 이렇게 맺어진 인맥은 결국 새로운 일에 대한 정보라던가, 회사내에서 일을 할때 동기(?) 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또한 기존에 있던 선배 사원과의 친분과 인맥은 회사생활을 편하게 하는데 무척 중요하지요. Mentor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회사 생활에서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가르침을 멘토로 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단, 이것은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mentee된 자가 부지런히 따라 다니고 얻으려 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지요. 이렇게 맺어진 인맥들이 알게 모르게 정치적으로 작용을 하게 되더군요.



3) 상사와의 친분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까지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워낙에 매니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간혹 한국에서와 같이 부하직원을 옭아 매는 매니저가 여기도 있답니다. 그런가 하면, 정말 마법이라도 가진듯 부하직원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귀신같이 알고 약간의 서포트 만으로 일이 잘 흘러가게 하는 매니저도 있고요. 대부분 입사후 2~3년간은 자신의 매니저와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하라고 하고, 5년차 이상이 되고 경력이 쌓일 수록 매니저와의 대화가 적을 수록 좋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 말이 많아지면 일이 많아진다라나요?

우리 회사에서 매니저와의 관계가 한국처럼 얽히지 않게 되는 이유중의 하나는 자주 구조를 바꿈에 따라 매니저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애써 잘못 보일 필요도 없지만, 억지로 잘 보여서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은 드물다는 것이죠. 단, 일반 동료들 처럼 서로 나이스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물론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도록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4) 연장근무
이 부분은 정말 뭐라고 정해진 것이 없다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전 두개의 부서에 겹쳐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경험했지요. 한군데는 Flexible한 업무시간에 대부분 정시출근 정시퇴근에 오버타임을 안하려는 분위기에, 자신이 맡은 일만 충실히 하면 서로 상관 안하는 말 그대로 cool한 분위기입니다. 반면에 다른 부서는, 오버타임을 매일같이 하고, 서로 근무시간이 많고 일에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을 일부러 티를 내려 advertising하는 분위기입니다. 예를 들면, 밤 11시에 연락을 해서는 뭔가를 물어본다던가, 아침 6시에 왔더니 차가 안막히더라던가....회사 이메일을 한밤중에 보내는 것은 가장 단순한 것 중의 하나지요.
그렇지만 지배적인 분위기는 '자기 할일을 다하면' 언제 가든 언제 오든 서로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 입니다. 그러나 매니저 입장에서는 오래 일하는 사람을 이뻐하지요. ^^; 그래서 매니저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중엔 늦게 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5) 동료들과의 좋은 인간관계
위에 인맥 부분에서 말한 것 처럼 동기간에 인맥은 정말 중요하고요, 또한 같은 팀간의 인간관계도 무척 중요한데, 여기선 처세술이 정말 크게 작용합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없겠군요. 다만 제 느낌엔 각 팀에 어쩔 수 없이 생성되는 그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수면 아래에서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었죠.

미국의 초중고교 학교를 보면 알다시피, 이들은 어려서 부터 서로 그룹을 지어서(geek style, ivyleague style 등)  몰려다니고 서로 뒤에서 험담하고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터라 직장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나곤 하는것이 아닌가합니다.

그래서 모두다와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특별히 모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은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게 되는 것이니 꼭 좋다고만 할 수도 없고요, 단지 자신이 있다면 실세를 쥐고 있는 그룹에 속하도록 하면 좀 더 수월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것이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이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고요, 누군가 집에 초대를 했을때 오는 사람들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읍니다. 회사에서는 친한척해도 그런 모임에는 꼭 안오는 사람들이 서로간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야말로 비즈니스(?)적인 인간관계인 것입니다.

대충 이정도인데, 아직은 경험이 짧아서 잘 설명을 못하겠군요. 제가 느낀 것중 한국 직장과 미국 직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래와 같은 점이 아닌가 합니다.

어떤 학교를 나왔건 간에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상사와의 negotiation을 잘하면서 동료들 간에도 처세를 조심 스럽게 하는, 그야말로 자신을 잘  selling 습관이 어려서 부터 배어 있어 치열한 경쟁에서도 서로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이지요. 관전평님의 말씀처럼 정말 '생존의 법칙'을 어려서 부터 몸에 배게 한다는 것을 철저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의 노력으로 취한 지위와 보상에 대해선 모두가 수긍을 하고 인정을 해주는 것과,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커다란 시스템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미국직장의 단점도 많이 접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보았을때는 보다 효율적인 업무시간의 사용과 합리적인 여러가지 모습들에 부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 임호랑 ()

      유익하군요. 영국이랑 비슷합니다. 조금 다른 점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야근을 그렇게들 많이 안 한다는 것입니다. 휴가를 엄청 많이들 가죠.

  • 사색자 ()

      휴가 많이 간다고 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여기 사람들... 날씨 좋은걸 sunny하다고 하지 않고 dry하다라고 표현해서 재밌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잉글랜드 북서부지방인데 비오는 날이 스코틀랜드 웬만한데 보다 더 많다고 엄살떠는 곳인데, 그래서 그런지 날씨좋은 곳으로 많이들 여행을 갑니다. 여기 몇년 있다보니 그 심정 이해갑니다. :) 얼마나 햇빛 쨍쨍나는 기후가 그리웠으면 해외로 많이 뻗어나갔는지... 영국의 기후가 식민지국가들에게는 간접적인 원흉이 되겠군요. :)

  • 김용국 ()

      네, 우리 부서에 헝가리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미국식 경쟁의식에 대해 염증을 느끼더군요. 흔히 말하는 Job Security 때문에 자신이 아는 것을 문서화 하지 않으려 하거나 남에게 제대로 알려주려 하지 않는 점들이 조금씩 보이긴 합니다만, 서로 도와주면서 일을 하려는 것은 바탕에 있긴 합니다. 협력도 중요하지만 경쟁을 더 시킨다고다 할까요. 경쟁에 의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야근은...위에 말을 못했는데, 스케줄이 밀려서 그럴 경우가 아주 많구요..^^; 사실 전 요즘 토요일에도 전일 근무를 한답니다. 오늘도 출근했었다는... ㅠㅜ

  • 김용국 ()

      휴가라....정말 휴가 가고 싶네요. 울 부서 인도계 아저씨는 3년째 휴가 간적 없다고 자랑하더군요... ㅡ,.ㅡ

  • 관전평 ()

      김용국님의 자신을 selling한다는 얘기에 공감이 됩니다.  제가 감탄한 것은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자신의 에고가 강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건드리지않는 행동방식이 아주 잘 발달해있다고 생각됩니다.  좋게 얘기하면 공동체 생활에 익숙한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생존본능이 아주 잘 발달되어있다는 것이죠.

  • 사색자 ()

      영국 맥주 광고인데... 밤늦게까지 펍에서 맥주마시고 즐기다가 직장으로 들어가서 컴퓨터는 켜놓고 손에는 마우스를 쥔 자세로 일부러 잠을 청합니다. 그 다음날 매니져가 출근하면서 "우리 샐러리 이야기 다시 해볼까?"라면서 탁치고 지나갑니다. :) 그런데, 외국생활이나 직장이야기 들어보고 겪어보면..한가지가 아쉽습니다. 퇴근하고 같이 한잔 걸치는 한국 특유의 그 끈끈한 무언가가... 외국에서는 너무 개인주의적이라서...

  • 사색자 ()

      좀있으면 포루투칼에서 포닥이 옵니다. 이 친구랑 몇년간 같은 랩에 있었기때문에 잘 아는데... 참 사교적이고 친화적인 동료입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자기 실속은 다 챙깁니다만... 처세술이 좋다보니 그게 그리 밉지만은 않네요. 여하튼 이 친구 주도로 펍에가는 멤버들을 보면... 영국사람들보다는 대륙유럽인이나 기타 외국계 유학생들이 많습니다. 영국애들은 외국애들한테는 별로 "관심"을 안가진다고 이야기하던 인도네시아 친구의 이야기가 공감이 갑니다.

  • 김용국 ()

      관전평님 말씀처럼 이 미국친구들의 '타인을 건드리지 않고' 자신을 내세우는 방법이나 혹은 '간접적으로 긁는' 방법에 대해선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순진한 척 행동하면 금새 당하고 마네요. 때론 똑같이 약아져야만 한다는 것이 좀 부담이 되는 현실입니다.

  • 김용국 ()

      사색자님 말씀처럼 퇴근후 한잔 걸치는거 정말 한국서 살던 남자에겐 포기하기 아쉬운 것중 하나죠. 그런데 이곳이 워낙 시골이고 다들 외딴 곳에서 온 친구들이라 그런지, 총각인 동기들끼린 가끔 맥주 마시러 가고 클럽들 가고 결혼한 친구 집에 놀러가서 게임하고 인터넷하고(역시 엔지니어들이란 -.-)...요즘엔 바빠서 못하는데 밤마다 전화해서 스타크 하는 그룹도 있고...똑같지는 않지만 아쉬운대로 퇴근후 어울리는 문화가 조금 있긴 합니다. 대도시에서는 어떨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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