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일본으로 박사 과정유학은 어떤지요?

글쓴이
김영배
등록일
2002-04-10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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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도 석사를 마치고 박사만 일본에서 했기에, 지금 질문하신 것과 거의 같은 과정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지만 조금 써보려 합니다. 사실, 다른 분들이 달아 놓으신 짧은 글들이 더 맞긴하지만요...
우선 일본은 학부 4학년부터 '소쯔론(卒論)'이라고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각 대학원 연구실에 소속되어 우리의 석사와 거의 동일한 연구를 수행합니다. (이것은 학과와 연구실의 교수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그 후에 대학원에 진학해서 석사 2년과 박사 후기 과정 3년 (일본도 실은 석박사 연계라고 말씀드릴 수있을 것같습니다. 석사 (일본에서는 슈우시-修士라고 합니다.)를 박사 전기 과정이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그래서 석사에 들어가면 박사는 시험이나 다른 요구사항없이 박사과정에 진입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은 박사 3년이라고 쉽게 말해도 소쯔론 1년, 석사 2년 박사 3년이라고는 실제로는 6년이라는 막대한 시간을 투자해서 박사학위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이점이 바로 주의해야할 점인데, 박사부터 진학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1년간의 '연구생'과정을 요구받게 되고 (저는 반년조금 못되는 동안 했습니다. 이것도 석사 졸업 후, 동경대 입학 사정시기가 조금 맞지 않아서 하게 된 것입니다. 그때 선생이 먼저 그냥 박사과정부터 빨리 시작하라고 했던 것을 보면, 꼭 필수인 것은 아닌 듯하네요. 입학이 일년 늦어지고, 연구생을 하게 되자, 이왕하게 된 것, 빨랑와서 일년간 일하라는 것도, 물가 비싼데서 못산다고 버티고 반년 후에 갔는데요, 이걸보면, 선생과 얘기하기나름인 것도 같으니, 선생에게 때를 쓰면 안하셔도 될 것같습니다. 왜 제가 안해도 되면 안하는게 좋다는 식으로 말씀드리냐면, 연구생은 학생으로서의 할인등... 전혀 없어서, 가뜩이나 괴로운 일본생활, 더 괴롭게 만듭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적응하고 일본어 익히고, 랩 분위기 익힌다는 면에서는 필요한 과정이구요. 그래야, 랩이 맘에 안들면 도망가지요.), 그후 박사를 3년간 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박사과정 진학이 확실한 외국인 연구생에게는 선생이 박사과정에 진학해서도 계속할 연구과제를 주긴합니다만, 그래도, 약 3년의 시간만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대책없이 일하지 않음 (저는 생물학이라.. 일보다는 공부가 위주인 분들은 머리만 좋음 됩니다.^^), 3년에 박사? 힘든 일입니다. 실제로 제가 입학할 때, 동경대 농예화학과 박사과정에 같이 들어간 사람들이, 석사부터 온 사람들 말고) 약 25명 정도 되었는데 (거의 한국 사람이더군요.) 같이 3년만에 졸업한 사람은 한 손으로 표시가능한 한자리 숫자였던 것같습니다. 박사 3학년의 마지막 반년은 논문쓰고 외국 학회에 놀러 다니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결국 지금하시는 석사2년에 약 반년 더 있는 것이니까, 일단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과, 적절한 프로젝트를 잡는 것이 중요한 것같습니다. 3년에 할 수있다고 정해져 있는데, 못하면 아무래도 좀 그렇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이점은 미국에 유학하는 것과 큰 차이입니다. 기간이 정해져 있는만큼, 빨리 끝낼 수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못하면 멍청이로 전락할 수도있거든요. 물론 이점에 대해 이견이 있는 분들도 많으리라 봅니다만, 제가 있던 연구실의 교수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처음가셔서 참여할 프로젝트를 고르는데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셔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언어문제인데요. 일본어가 쉽다? 물론 쉽지요. 하지만, 처음에 가보시면,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아실거에요. 저는 석사하며 아침에 어학연구소에서 조금 강의 를 듣고, 연구생 안가고 버티는  몇달 학원에서 평생 처음하는 일본어를 나름대로 공부했습니다만, 생각보다 일본에 도착해서 처음에는 무척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개인차가 심해서 뭐라 말씀드리기 그렇습니다만, 언어도 노력한 만큼 느는 것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언어가 아니면 생활하기 힘든 나라라는 것을 아시고, 일본어를 철저히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어느 사회든지 (지금의 있는 미국까지 포함해서) 언어능력이 성공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들리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수있어야, 자신감이 생기고,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있고, 물어 볼 수있고, 또, 친구들이 생겨서 덜 외로워하면서 생활할 수있습니다. (하지만, 졸업논문은 영어로 쓰세요^^)
그리고, 실질적인 생활문제인데요. 저는 동경대 YMCA라는 일종의 서클 기숙사에서 생활했습니다.덕분에 일본어도 빨리 늘었는데요 (매일 기도회하고, 한달에 한번씩 설교를 의무로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요. 처음에는 미치는 줄 알았는데, 일본어는 빨리 늘더군요.). 생활비도 많이 아꼈습니다. 그래서, 동경대에 가시고, 크리스챤이시면 강력추천이구요. 다른 학교는, 많은 학교들이 기숙사를 가지고 있고, 교수님께 미리 부탁하시면 입사가 가능합니다. 따로 집을 구하시는 경우와 비교하면, 그 비용의 차이가 엄청날 뿐더러 (6조짜리 목조 아파트 방이 대부분 몇 만엔 수준입니다. 기숙사는 다른 학교는 모르겠습니다만, 동경대는 만엔이하에서 해결됩니다.) 일본인들 속에서 오로지 일본말만 쓰며 살기 때문에 일본어도 빨리 늘고, 일본인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다는 장점이 있네요. 다만, 가족이 있으면, 아파트를 구해야 하는데, 이게 돈도 돈이지만, 많은 경우 외국인에게 임대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큰 문제입니다. 특히, 일본처럼 학벌이 철옹성처럼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학교가 나빠질 수록 이런 제반문제도 어려움이 커지는 나쁜점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먼저 유학가 계신 선배가 있으면, 물어보세요. 유학센터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마도 그 학교의 한국 유학생들이 주로 거래하는 부동산이 있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주인이 한국계인 경우가 많구요 (조총련계인 경우도 있어요. 나쁘게 볼 필요 없구요. 제가 유학가기 얼마전에 바콩이라는 아저씨가 일본에 유학가서 조총련이 어쩌고...  음, 다음에 보면 한대 때려 줄 생각입니다. 죄송 말이 샜네요). 그렇지 않은 경우는 처음가서 언어 문제등 여러가지로 집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어서 이점은 처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
그리고, 돈... 음. 저도 할 말 많은데... 저는 한국에서 아무생각없이 일본에 가서, 좀 있다 거기서 장학금을 받아서, 휴~ 한 경우입니다만... 우선 분명히 아셔야 할 것은, 미국과 달리 일본은 대부분의 연구비가 '인건비'라는 항목이 아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얘기를 하려냐 하면, 연구실에서 학생에게 돈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없다는 것이에요. 저는 갑자기 얼렁뚱땅 일본에 유학가게 되어서, 당연히 미국처럼 선생이 월급주는 체계인 줄 알고 선생을 무지 괴롭혔는데, 선생이 지 월급에서 나눠주지 않는한 (특별히, 억지로 랩의 일을 아르바이트로 시키거나, 조교를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용돈도 되기 힘든 돈이니.. 미국유학할 때처럼, 가서 RA같은 것해서.. 어쩌고 꿈도 꾸지 마세요.) 돈을 줄 수없는 체계입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장학금을 무조건 받아야 하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러니, 한국에서 혹시 지원가능한 것은 무조건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일본가서 3년간 그냥 돈써가며 버티겠다는 불굴의 투지 (?)를 가지셔야, 혈압으로 쓰러지지 않습니다. 만약 국립대에 가시면, 수업료는 면제가 됩니다. 한국에서 부모님의 세금 내신 서류를 자기가 번역해서 원본하고 같이 학부 사무실의 담당자에게 주면 되요. 한국에서 왠만큼 부자여도 일본돈으로 바꾸면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이 돼서, 일본학생들 생활보호대상자를 위해 학비 면제를 해주는 제도의 혜택을 입게되는 것이지요. ㅜ.ㅜ 아르바이트요? 음..... 일단, 뉴칸 (입국관리소)가서 일하는 것에 대한 허가를 받아서 하게 되는데, 그냥 밥 한끼씩만 먹고, 아파트값 없음 학교에서 침낭펴고 살면서 빨리 졸업하시는게 오히려 남는 장사입니다.
음. 이거 너무 기네. 무슨 딴지일보 기사도 아니고, 워낙 할 얘기가 많지만, 더 씀 욕먹겠네요. 일단, 요약하면, 유학의 원칙에 충실하세요. 목표를 분명히 하시고, 철저한 준비를 하시고, 열심히 해서, 빨랑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 가장 중요한 것을 빼 먹었네요. 입학 문제인데요. 일본은 일단 교수하고 얘기되면, 끝난 얘기입니다. 과마다 조금 다른 경우도 있지만, 입학시험은 대개 선생의 체면을 세워주는 요식행위이구요 (그래서, 못보면 두고두고 씹힙니다.). 박사과정만의 입학은, 학교, 과에 따라 상당히 다르지만, 제 경우는 일단, 전공과 영어 시험을 보고, 석사 논문 발표가 있었습니다. 석사 논문 슬라이드 만드신 것을 잘 정리해서 가져가보세요. 재료공학쪽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교수에게 물어 보시는 것이 좋겠네요. 다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교수와 컨택이 돼서 입학허가를 받은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학교의 교수하고 접촉해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좋은 학교라고 교수가 OK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리플 다신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의 여러대학들이 좋긴합니다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처럼 명문대와 학교 서열이 엄연하게 존재하는 일본이라 좋은 대학에 가야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그리고, 위의 여러 내용은 의대와 수의학과의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그럼,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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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현재 석사 1년차에 있습니다. 재료공학(화합물 반도체)  전공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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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쪽으로 박사 과정 유학에 대해 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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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 할 것은 무엇인지.. 유학 중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결혼해서 갈 생각이거든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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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학위는  3년만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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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아무래도 미국박사보다 인정못받겠지만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
> 바쁘시겠지만  조언 및 답변 부탁드립니다.
  • 김영배 ()

      이런, 유학비용 얼마나 드는지 물어보셨군요. 집값 생활비해서 약 15만엔은 잡으셔야 부부가 생활됩니다 (아파트값포함)

  • 김시내 ()

      저도 위의 글과 동감합니다. 부부로 동경에서 15만엔이라면 정말 최소한이겠군요. 기숙사와 아파트 값이 천차만별이라 집값에 의해 생활비가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외국인이라 구하는 데 정말 힘들었구요, 월 6만3천엔이었습니다. (침대놓으면 꽉 차는 분위기)

  • 김시내 ()

      일본유학의 장점 중 하나가, 가까운 일본에 connection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일본 유학생이 적어 한국과 일본과 co-work 등을 할 때 훨씬 유리하죠. (미국 connection은 워낙 많쟎아요)

  • 김영배 ()

      저도 동감임다. 일본인들 한번 잘지내놓으면 징그러울 정도로 끈을 놓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언젠가 한번은 오게 되어있으니, 일본에 가서 오래 지내보는 것은 '강추'임다.

  • 김영배 ()

      그리고, 학위 말입니다만, 좋은 학교/좋은 랩이면, 미국에 포스트닥으로 오신다면, 분야에 따라서는 미국박사보다 선호하는 교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선 조금 그렇고, 수업위주가 아니다 보니, 학부 때 공부 열심히 안하고, 자기연구외에는 논문 별로 안보신 분들은 그 지식 그대로 박사인 경우 많습니다. 즉, 미국이나 한국처럼 어느학교면 어느정도라는 일정수준이 아니고, 개인차가 엄청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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