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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제도를 이렇게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 뉴스의 게시판글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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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대학원생 작성일2002-10-17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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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박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무심코 오마이에 들어왔다가 이 기사를 보고 정말 눈이 휘둥그레 졌드랬습니다.
그리고 참 기뻤습니다.

대학원사회에서 지도교수와 대학원 학생 이라는 인간관계는 참으로 쉽게 수직적이고 권위적으로 흐를 수 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로부터 연구나 경제적인 생활, 자신의 진로에 있어서 철저하게 예속되어 있지요. 모두가 다 아는 현실일 겁니다. 만약 지도교수가 존경할 만한 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예속된 상황이 그다지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아마 대학원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도 벌어질 것입니다.

어떤 독자 분들은 오마이의 이 기사가 과장된 것이라고 하기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학원 생활 6년째를 보내면서 직접 보고 겪었던 일들, 그리고 암암리에 쉬쉬하면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 들려오는 이야기들과 과히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입니다.

연구비 유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구조의 문제로 인해 미리 책정한 대로 돈을 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 인건비를 많이 책정해서 나눠쓰고 다른 비목으로 돌려쓰고 하는 잡비나 운영비로 쓰는 일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횡령 등을 통해서 개인적인 치부를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연구비 유용에 관해서는 비판과 함께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연구와 관련없는 회식에 가짜 회의록 작성하고 지출하는 일에 둔감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교수와 학생 이라는 인간관계가 스승과 제자, 또는 선배 과학자와 후배 또는 예비 과학자의 관계가 되어야지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학생 명의의 계좌를 동원한 연구비 횡령 및 유용에 관한 부분도 바로 이런 불평등한 교수-학생간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공공연히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생들이 교수에게 연구와 학위, 졸업, 경제적인 생활, 진로 등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들에 있어서 철저히 예속되어 있기 때문에 교수들은 쉽게 학생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유혹에 넘어가게 되고 나중에는 그것이 양심에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못하는 불치병이 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와서 1년여간은 참 이해를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하고 지내게 된 제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구구절절이 가슴아픈 대학원생들의 사연들을 여기서 풀어놔서 좋을게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개인적으로 오마이 뉴스의 이번 연재 기사가 구체적으로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에게 예속되어 있는 제도적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그런 제도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형성에 몫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공식적으로 석사1년차나 박사1년차 어느 시점쯤에 공개적인 제도적 보호 아래 자유롭게 지도교수를 바꿀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지도교수로 부터 비인격적인 대우에 시달리거나 연구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 지도교수를 바꾸고 연구실을 옮겨야하는데 학과의 분위기나 교수들의 분위기상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있을 것입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는 분들을 아실 것입니다. 이부분은 학생의 인권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위취득과 졸업에 있어서도 지도교수가 졸업시키면 졸업하는 것이고 아니면 못하는 그런 식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학생이 그 기준을 충족시켰을 경우 교수와 협의해서 졸업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학과나 학교에서 졸업 의향을 학생에게 묻고 졸업에 필요한 일들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특히나 이공계의 경우 학생과 평등한 입장에서 정정당당하게 아이디어를 경쟁하고 서로 학문적인 자극을 주고 받는 가운데 가르치고 배우며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나가는데에서 기쁨을 느낄 줄 하는 선배 과학자를 정말이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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