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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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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커 작성일2015-03-16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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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제가 연구까지는 아니었지만 퍼즐, 문제를 푸는 것에 대해 많으 흥미를 갖고 있었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지고싶지 않은 마음, 성취감을 크게 느끼니 제 길은 일반적인 사무원보다는 연구직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대학원에서 가능하면 박사까지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그래서 학부 4학년에 안그래도 힘든데 실험실 생활까지 같이 하고 있지만..
실험실 생활 하면서 뭔가 실험에 대한 동경보다는 약간의 회의감이 드네요. 특히 제 자신에게요. 뭐랄까 이제까지 공부한게 전부 헛공부란걸 깨다고 있는거 같고. 생각이 많이 짧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랩미팅에서 ppt 발표를 했는데.. 솔직히 시작전부터 제 발표는 대차게 까일거란걸 알고 있었습니다. 발표 준비를 위해 논문과 책, 메뉴얼을 읽고 참고하긴 했었지만 제대로 이해했다고 전혀 자신하지 못하고 있었고 ppt도 제 머리에 있는걸 끄집어서 만들었다기는 보다는 그저 읽었던 내용을 ppt에 옮긴 것 이상이 없는 ppt였습니다. 결론은 그러한 문제들이 너무 티나는 발표여서 교수님께 대차게 까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실험 레포트를 만들 때도 제게 그런 경향이 있던것 같습니다. 모르는게 있어서 구글링을 하다가 대충 제가 대답에 '끼워맞출' 수 있는 자료를 찾으면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걍 받아들이고, 끼워맞추고, 레포트도 그런식으로 작성하고 그런식으로 4년을 보냈던 것이 어제 다 들통나고 깨진거 같습니다. 완전 나체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서있던 느낌이었습니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구요..주간 보고를 드릴 때도 까였고요. 뭐 되는게 없던거 같네요.
이러면서 점점 제 자신이 이 길에 맞는건지 의문이 솟아나더군요. 내가 연구 머리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제까지 착각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항상 제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던지라 이런 일만 겪으면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움푹움푹 쏫아 오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잘못된 습관을 인지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연구쪽으로 길을 들일건지.. 아니면 포기하고 회사 아니면 공무원을 준비할건지.
이제 끝물인 4학년이 되서야 이런 생각이 들다니 이제껏 뭐한건지 모르겠네요. 계속 혼란스럽습니다. 정말 저는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연구쪽이든 아니면 다른 뭐가 됬든 제가 제 능력이란걸 확실히 알고 써먹게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지긋지긋하네요.. 이런 끝없는 자기 불확신, 자기 의심 끝에 결국 정하는 길도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도 언제나 확신이 없고.. 끝없는 망상속에서나 자기 확신을 갖고 일을 성취하는 모습을 그려내지만. 항상 현실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놈입니다. 슬프네요 이 나이 먹고서도 아직도 자기 자신이나 인생에 대해 계속 갈팡질팡, 어리버리한 모습이라니.

댓글 3

노랭이군님의 댓글

노랭이군

  학부 4학년 생의 발표가 까이는 건 당연합니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자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까인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자신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괜히 길게 고민하지 말고 매우 짧게라도) 고민해서 조금씩 개선해나가면 됩니다. 한 번에 수 십개 까일 때마다 하나씩 개선하면, 결국 안 까이는 순간이 옵니다. 대학원 생활이 결코 짧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개선만 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대단한 확신을 가지려 하지 말고 뭐든 그냥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투자해서 하세요. 여기서 '최대한'은 쉴거 다 쉬고 놀고 먹으면서 최대한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갈팡질팡, 어리버리 한다는 건 쉴거 다 쉬고 있으니까 그런 겁니다. -물론 대학원 생활 하다 보면 그런 시기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 연구실 생활 시작하는 상황이면 졸업할 때까지 공부하고 실험해야 할 양에 정신이 없어야죠. 그리고 그 양을 누군가는 모두 해내고 졸업했을테니 나도 할 수 있을 거다고 막연히 생각하며 그냥 하시면 됩니다. 계속 하다 보면 한계를 느끼고 그 수준을 줄이게 되겠지만, 그건 후에 고민하실 문제지, 지금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불확실성 없이 세상을 살고 있진 않아요.

정리하면, 자신의 능력의 불확실성을 고민할 시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하면 키울지 (짧게) 고민하고 그냥 그대로 '행동'하세요.

빨간거미님의 댓글

빨간거미

  스스로가 알아서 자신을 고치는 사람이 있고,
옆에서 까면(?) 자신을 고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쪼커님은 두번째 사람이 되면 되는겁니다.

정말 문제인 사람들은
옆에서 까도 자신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쪼커님의 댓글

쪼커

  두 분 다 조언 감사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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