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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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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ntum chemistry 작성일2006-04-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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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에쿠니 카오리라는 작가의 '키라키라 히카루'라는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만, 일본어로 쓰여진 글을 읽을 때의 감흥이 예전보다 덜한 것으로 보아, 점점 일본어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호모인 의사 남편 무쯔키와 정서불안에 곂쳐 알콜중독인 아내 쇼코의 결혼 생활을 그린 소설입니다.

소설의 한 대목에서 쇼코가 남편에게 말하는 부분입니다.

"몇십년의 한번씩 하얀 사자가 태어난데. 이 사자는 몸이 아주 약한데다가 초식이라서, 동료들에게 버림받고 무리에서 쫓겨난 뒤에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다가 더위나 추위때문에 금방 죽어버린데. 이 사자들이 바위 위에서 쉬고 있을 때 바람의 날리는 갈기가 은빛으로 보여서 아주 아름답다고 하네..."
"난 무쯔키와 무쯔키 친구들이 은빛 라이온들처럼 보여."   


이상하게 요즘 제가 사람들을 잘 안 만나게 됩니다. 물론 오래된 친구들은 전화하고 만나고 그러지만,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제가 근무하는 지역의 어학모임이나 대학에서 강의를 듣거나 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일본에서 20대의 절반을 보내버린 터라, 한국에서 앞으로 세상을 살아나갈 지식을 전해줄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들며 살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제가 근무하는 곳이 조금 이상한 곳이라 업무에서는 소위가 가장 말단이고 일로 사람이 평가되는 곳이라 업무교육이 아주 강도높게 진행됩니다. 직무능력 필기시험도 1000문제정도 외워야 되구요. 제가 임관한지가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소위라고 주변 눈치보고, 그다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각종 시험에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이 별로 만족스럽지가 못합니다. 공군인지라 체력적인 인내를 요구하는 훈련은 거의 없지만 업무의 전문성이 높아서 교육기간 동안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제가 전부터 장교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하나 생각해 본 것이, 한 집단을 이끄는 위치에 올라서 적어도 저와 함께 하는 병들에게는 군대라는 조직에서도 합리와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그런 경험들이 리더쉽이 부족한 저에게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지만...세상은 역시 제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 교육기간이 끝나고 생활이 안정되면 업무와 자신을 분리시켜서, 퇴근 후에는 자기계발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저를 사로잡는 여러 피해의식들을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와 실천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3

돌아온백수님의 댓글

돌아온백수

  호호.... 동물의 세계에도 백수가 있구나.... 백수의 '백'자를 은빛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해야지.....^^;

그나저나, 아직 초심을 잊지 않으시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처음에 장교시험 준비하던 그 생각을 잊지 마십시오. 그떄, 안되면 어떻할 것인지도 생각해 두셨겠죠. 그 생각을 잊지 마세요.

결혼을 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부부들이 어려움을 겪을때, 결혼식을 하던 당시를 생각해 보라는 조언을 자주 합니다. 물론, 아무생각없이 식장에 간 사람들도 있겠죠. 그런 사람들도 그 생각하면, 빨리 결론을 내리겠죠.

시작할때의 마음을 잘 적어두었다가, 힘들때 마다 꺼내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뉴튼님의 댓글

뉴튼

  돌백님 사자가 원래 백수의 왕아닙니까...

환비님의 댓글

환비

  여긴 그대로네요. 백수님 예전 그 백수님인가?? 그리고
Quantum chemistry도 왠지 익숙하네요. 그리고 운영진 보니까
당시 많이 활동 하시던 분들이 보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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