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스티브 잡스 비공인 자서전 `iCon' 서평(중앙일보)

글쓴이
과학사랑
등록일
2005-08-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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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비공인 자서전인 `iCon'의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니다. 기술혁신 전도사인 스티브 잡스의 프레임워크를 통해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사회가 어떤 것인지 맛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중앙일보가 표지기사로 다룬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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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스티브 잡스 / 원제 iCon, Steve Jobs
제프리 영·윌리엄 사이먼 지음, 임재서 옮김, 민음사, 432쪽, 2만원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50·사진)는 저자의 표현대로 "디지털 산업의 해트트릭"(425쪽)을 기록한 사나이다. 1977년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PC)인 애플Ⅱ를 선보이며 갓 20대에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지만, 90년대 중반 이번에는 할리우드 영화산업 쪽에 발을 뻗었다. 3D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등이 거둔 거대한 성공은 세상이 안다. 여기에 잡스는 아이포드라는 MP3 플레이어 출시와 함께 음악시장 마저 거머쥐었다.

실리콘 밸리의 컴퓨터 혁명가, 할리우드의 실력자, 음악산업의 황제라는 '3관왕 CEO'의 전기 『iCon 스티브 잡스』가 매력적인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지만, 그런 외적 요소가 전부는 아니다. 우선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바라보지도 못할 위인이기는커녕 잡스가 가진 인간적 약점까지 콕 찝어내는 서술 때문에 사람냄새가 풍긴다. "무례하고 뻔뻔한 사람"(13쪽) "악의적인 태도도 서슴지않는 냉혹한 협상가"(314쪽)로 묘사되는가 하면, 입양아 출신이라는 비밀도 노출된다.

"생후 몇 주만에 입양된 고아였던 잡스는 때론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였고, 그 배후에는 자신을 증명해보여야 한다는 고아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잡스의 친구의 말 인용이 그렇다. 무엇보다 젊은 잡스는 '품행 제로'학생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외톨이인데다가 교실에 뱀을 풀어놓는 악동 기질 등으로 정학과 퇴학을 반복했던 사고뭉치…. 고딩 주제에 마리화나까지 손을 댔다.

하지만 튀는 개성은 인정할 만했고, 그게 오늘의 아티스트 CEO를 만들었다. 이를테면 오리건 주 리드대학에 들어가서도 잡스는 신비주의에 빠져들었고, "자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진실은 단연코 거부"(39쪽)했던 것도 그 사람다웠다. 지금껏 직관을 중시하는 선불교의 신봉자다. 그 점에서 『iCon 스티브 잡스』는 발명가 에디슨보다 엉뚱한 하이테크 스타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괜히 빡빡하기만한 경제경영서 그 이상이고, 내용없어 헛심 빠지는 예술가 전기와는 또 다른 이 책은 컴퓨터의 이단아인 리눅스 토발즈와 닮은꼴이다. 리눅스? 그는 자기 경영철학이란 게 다름 아닌 '그냥 재미로(just for fun)'라면서 PC운영체제인 리눅스를 공짜로 퍼트렸던 괴짜가 아니던가. 어쨌거나 예술가적 몽상과 괴짜의 멘탈리티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자, 기업혁신의 기초임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게 문제의 이 신간이다.

뭉뚱거리자면 "몽상만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식이다. 잡스는 회사에 다양한 슬로건을 그때그때 내세웠다. 한결같이 훌륭한 시 구절이라는 점이 놀랍다. "뻑 갈 정도로 훌륭하게!(Insanely Great!)" "우주를 삶아먹자!(Make a Dent in the Universe!)" "해적이 되자(Let's be Pirates!)"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안겨주자는 잡스의 '미친 꿈'이야말로 애플Ⅱ를 만든 동력. 또 디자이너들이 모두 쓰는 매킨토시는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컴퓨터의 최대혁명으로 평가된다.

그 누구도 아이콘을 더블클릭해서 프로그램을 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시절에 잡스는 꿈에 도전한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귀절이 잡스라는 걸출한 우상(아이콘)의 사람됨을 말해주는 게 다음의 오만방자한 발언이다. "(제품 출시 때 나는)시장조사 따위는 하지 않아.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할 때 시장조사를 했을까?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혁신일 뿐이야".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데는 일가견이 있던 잡스, 학벌도 '빽'도 없이 열정 하나로 성공을 거둔 디지털 시대의 선구자 잡스에는 뼈 아픈 추락도 경험했다. 자신이 세웠던 회사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와 NeXT의 실패가 그것이다. 그 추락을 딛고 재기한 뒤 보다 인간적으로 변신하는 대목도 흥미롭게 읽힌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 ()

      음.. 한가지만요.. "우주를 삶아먹자!(Make a Dent in the Universe)" 이거 별로 적절치 못한 번역같은데요. dent 라는 것은 강하게 맞아서 움푹 들어간 거를 의미하거든요. '세상을 향해 한건하자!'라고 하고 싶은데.. 또 돌맞을 잘난척이지만.. 전 원래 책을 잘 안 읽지만, 번역본은 이래서 더 안 읽는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쥬라기 공원 번역본을 읽으면서 학을 뗐거든요.

  • 과학사랑 ()

      나는 왠만한 `오역'은 시비하지 않습니다.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저 내가 원서를 읽은 것보다 더 빨리 책의 내용을 대충 살펴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도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나는 조지 길더가 기술저술가로 명성을 날린 책을 `Microcosm'`Telecosm' 2권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이크로코즘(한국경제)'은 번역이 최악입니다. 이에 비해 `텔레코즘(청림)'은 내용이 더 어려운 데에도 무난하게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학기술 저술가인 하워드 라인골드의 `참여군중(Smart  Mob)'도 번역이 3류입니다. 우리나라 최대 단행본 출판사(민음사)에서 펴낸 책의 번역이 `이 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iCon'은 아직 번역본을 안 읽어봤습니다. 5월에 나온 책을 2달 사이에 번역해내는 출판사의 순발력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표지기사로 소개한 중앙일보 출판팀의 높은 안목에도 모처럼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과학사랑 ()

      `iCon' 번역본을 구해 읽고 있습니다. 번역, 참 잘됐습니다.

  • 손가락 ()

      과학사랑님이 추천해주시니, 번역된 책 구해서 읽어봐야겠네요=)

  • 과학사랑 ()

      최근 미국에서 성공의 보증수표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이 2권 나왔습니다. 먼저 소개할 `iCEO스티브 잡스(이콘)'입니다. 프랑스 사람이 쓴 이 책은 스티브 잡스가 재기한 과정을 연대순으로 정리한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책의 구성이 단순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루면 충분합니다.

    이에 비하면 앞서 소개한 책 `iCon 스티브 잡스(민음사)'을 잡으면, 발가벗은 스티브 잡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이 두껍고 내용도 조금은 산만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통독하려면 주말은 모두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투자한만큼의 소득을 확실하게 보장합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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