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질문] KAIST vs 의대 ...

글쓴이
magic
등록일
2003-10-12 22:53
조회
7,8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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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건
인지신경과학자라... 제가 이쪽 분야를 잘은 모르지만 아마 뇌연구를 통해
인간이 어뗳게 사물을 인식, 생각, 기억,학습하는가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인지신경과학자의 전공으로는 컴퓨터 과학, 생물학, 의학, 물리학,
수학, 언어학 등등 여러가지 다양할 겁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인지신경과학을 제대로 연구하는 곳이 있나요?
카이스트는 그래도 국내에서는 연구환경이 괜찮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정작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관련된 교수가 얼마나 있는냐 하는 점입니다. 생물과에 neuro science
하시는 분이 계시고(실험만 하는 랩), 전산과에 한분(유사분야-인공지능)정도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말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유학을 가셔야 할 듯 싶습니다. 한마디로 연구를 지도해 주고 토론할 사람이 극히 적습니다. 분야가 학제간 연구이다보니 많은 사람들과 아이디어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죠.
다음으로 이론적으로 접근할지 실험적으로 접근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론으로 접근한다면 컴퓨터 과학, 물리학, 수학 등을 두루 섭렵해야 하고 실험으로 접근한다면 생물학과로 가셔야 할 듯... 
그리고 졸업후 진로에 대해 살펴보면 최종적으로 교수가 되어야 어느정도 만족하며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는데 그럴려면 좋은 논문을 많이 써야하죠. 근데 국내 수준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죠. 이런 점들을 충분히 숙고하셔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단 의대로 진학해서 공부를 하다가 정말로 하고 싶다면 졸업후 기초의학으로 빠져서 계속 공부하는 겁니다. 의대에서 공부했을 때 장점은 국내 의대는 박사학위 취득시 이공계에 비해 교수하기가 쉽고 뇌연구는 최종적으로 의학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비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의대와 생물관련 연구실의 연구비를 비교하면 의대쪽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만약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생기거나 이 분야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최소한 직업으로 의사를 할 수 있고 부모님이 의사면 도움도 많이 받겠죠. 단 이론적으로 연구하겠다면 다소 힘들겠군요. 하지만 생물과보다는 의학을 택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이론을 해도 어차피 생물학적 지식이 필요할테니 의대나오고 이론을 하는 것도 늦지 않겠죠. 서울의대 교수중에 이런 케이스가 실제 있습니다.   

꿈을 꾸고 사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 겁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를 보면 자기가 하고싶고 꿈꿔왔던것을 이루고자 이공계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할때(학,석,박사)가 되면 우울해하죠
왜냐구요?  사회분위기(연구원에 대한 인식, 대접), 산업과의 연계성(열심히 연구하고 나왔는데 취직할데 없으면 다른일을 해야죠) 등등 현실적인 문제가 그 꿈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죠. 실감이 잘 안나겠지만 현실은 정말 무섭습니다. 학교에서 회사, 연구소에서 공대생의 노동력 착취 보셨죠? 교수들 말이라고 함부로 믿으면 안되요. 또한 치열한 경쟁과 생존의 몸부림 속에서 대학 입학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면서 서서히 가치관이 변하죠. 다른 친구들은 의사되는데 어떤 사람은 기초과학을 했기 때문에 취직도 제대로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더 나아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죠. 이 사회가 나의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보상해줄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우리 사회는 다소 모순적이고 이성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략적인 사고로 나의 노력을 그나마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것도 이부분일 겁니다. 가뜩이나 이공계 위기다라고 언론매체에서 떠드는데 안정된 길을 마다하고 힘든길을 선택하는 자식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셨을 겁니다.
아무리 꿈이 좋다한들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면 리스크가 높은 선택이 되고 맙니다. 이는 본인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 계속 걱정이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입학한후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른길을 알아보라고 하신거구요. 부디 부모님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현명한 결정을 하시길 바랍니다.

     





  • 김정훈 ()

      제가 질문한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답변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이런 고민을 해야 되는 건가요? 아니면 전세계에 있는 모든 이공계 지원자가 이런 고민을 해야 되는 건가요?

  • 강제욱 ()

      아마 우리나라가 훨씬 심하지 않을까요? -.-;;;;;

  • 준형 ()

      미국에 학부생들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다만 의대가 대학원 이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대학에 와서 한 다는 거죠. 고등학교때 접할 수 있는 정보도 한정 되어 있는 편이고. 정말 기초의학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MD/Ph.D 를 하곤 하죠.

  • 전문연 2년차 ()

      지금의 현실을 보는 날카로운 안목에 경의를 표합니다. 좋은 답변입니다.

  • kekehihi ()

      이 답변 대박이네요...^.^;;;  질문하신 분은 꽤 운이 좋으신 듯 합니다. 이런 최고급(?) 수준의 답변이 나왔으니 말입니다...

  • 크눌프 ()

      추천이 있다면 하고 싶은 글이네요

  • 유상훈 ()

      의대생으로서 정말 말리고 싶군요..주변 의사들한테 물어보세용...

  • 유상훈 ()

      저라면 카이스트 그냥 남거나 치대갑니다.

  • song ()

      내용의 찬반을 떠나서 아주 좋은 답변이네요. 추천 100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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