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자연계열 지망 고등학생의 고민

글쓴이
moonsh
등록일
2003-06-29 23:4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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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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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동문회 홈페이지에 가면 훨씬 specific한 조언을 들을 수 있을텐데요.
재학생이라서 아직 잘 모르시나? 나중에라도 찾아보시죠.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회의하고 고민하는 거는 아주 긍정적인 일입니다.
별 고민도 없이, 남들 가니까 따라 갔다가, 나중에야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까워서 발을 빼지도 못하고, 그럴 용기도 없는 안타까운 경우지요.

하지만, 며칠을 밤새워 고민하고 결론을 내렸다고, 그것이 평생을 걸쳐 유효할 거란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과학자가 되겠다는 과거의 결심이 불과 몇년 만에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의사가 되어야겠다' 혹은 '연구원이 되겠다'라는 결정 역시 나중에 후회스러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18살에 완벽한 인생의 로드맵을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28살에게도 불가능한 일이고요.
그저 최선의 선택을 하거나 혹은 했다고 믿으면서, 잘못된 것은 조금씩 수정해나갈 뿐입니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많이 구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몇가지를 적어드리죠.
국내에서의 연구원 생활은 scieng.net을 조금만 둘러봐도 그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달리 더 할 말 없습니다.
MBA는, 탑5나 탑10 정도를 나오지 않으면 큰 메리트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MBA를 가기 위해 들여야하는 노력, MBA 하는 동안 드는 비용, 그리고 MBA를 함으로써 벌지 못하는 2년 동안의 연봉과 경력 등등을 고려해볼 때 탑5나 탑10 정도는 가야 될 겁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MBA관련 사이트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의사 이야기. 신이 할 일을 대신한다고나 할까, 법관이나 의사들은 대체로 상류층에 속하면서 존경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의대 광풍은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scieng의 많은 분이 주목하는 부자 의사들은 몇몇 마이너과에 몰려 있습니다. 그나마 경쟁이 치열해서 더 진입하기도 힘듭니다. YS시절 무리하게 늘린 의대에, 현재 벌어지는 의대 광풍, 곧 있을 의료 개방 등등을 고려하면, 의사도 예전같지 않을 것입니다. 망하는 병원이 있다는 뉴스도 슬슬 나오더군요. (물론, 의사는 강력한 대정부압박능력이 있어서 쉽게 기득권을 놓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막기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선택의 이야기.
자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제1의 가치로 두고 살 것인지를 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정하면 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S의대생 중에는 자신이 의사가 되서 뭘 해야겠어서가 아니라 공부는 전교1등 할 정도로 좋은데 부모님이 권유하니깐 별 생각없이 들어온 사람도 많습니다.
무엇이 제1의 가치인지 알려면 책도 많이 읽고, 선배도 많이 만나봐야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세상 경험도 많이 해야하고 무엇보다 많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별로 그럴 시간이 있는 것 같진 않고...그렇다면 KAIST보다는 종합대를 권합니다. :-) 의대건 아니건 종합대학교에서 좀더 기회가 많을 것 같군요.

과학은 하고 싶은데 비참한 국내 실정이 싫다면 외국으로 가면 되고, 외국 갈만큼 과학하고 싶진 않다면 졸업하고서라도 의대 편입이나 수능을 다시 볼 수도 있고, 의사도 별로라면 취직하는 것도 방법이고. 공대 다니면서 경영학 복수 전공해서 회사에서 빠르게 크는 방법도 있고. 많네요.

참고로 제 주위의 얘기를 하자면,
카이스트 졸업하고 한의대 간 사람, 서울대 졸업하고 의대 준비하는 사람, 약사까지 땄으면서 연구원하는 사람, 그냥 유학 간 사람, 군대 갔다와서 변리사 준비하는 사람, PD 시험 준비하는 사람, 사법 고시 준비하는 사람, 기자하는 사람, 전공 상관 없이 취직한 사람, 전공 상관 있게 취직한 사람, 공대 그만두고 경영대 간 사람 등등 다 제각각입니다.

인생 진로는 수정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이 먹을수록 어려워지기는 하지만 18살이니깐 별로 그런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

이상 9년 전에 과학고2년생이었던 사람 씀.



  • 김선영 ()

      '며칠을 밤새워 고민하고 결론을 내렸다고, 그것이 평생을 걸쳐 유효할 거란 ' 이란 말이 가슴에 와닿는군요. 실제로 고등학교에서부터 지금까지 꿈이 한 너댓번은 변했군요. 그것도 외부환경이나 요인에 의해서 실망한적도 많고... 고민이 뭘 해결해주진 않지만 적어도 고민없이는 후회가 더 많을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 벌써1년 ()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우리시대에는 방망이 깍는 노인처럼 되기가 어렵네요. 전공도 그렇게 선택하고 끝까지 그 노인처럼 줏대를 가지고 연구라든지 자기 직업에 소신을 가진다는게...

  • Steinmetz ()

      서울대 의대생이신 것 같은데, 무리하게 의대 정원 늘린 적도 없고, 의대 광풍이 의사 과잉공급을 만들지도 않습니다.(의대 정원은 정해져 있으니) 질문하신 과학고 생은 걱정 놓으시고 의대를 가시라. 꿈이 더 크시다면 서울 법대를 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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