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수능을 보는건 무모한 짓일까요.

글쓴이
kbu
등록일
2003-07-02 01:03
조회
5,6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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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건

저는 지금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7년동안 하고 싶은 길이라 생각하며 공부를 했지요.
그런데 언제가부터 제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합니다.
습관처럼, 늘 해오던 것이니..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이니 하고 있을뿐..
치열한 문제의식도, 열정도 사라져버린듯 합니다.
아마 지금까지 온 길이 아까워한다면 계속 공부를 해야겠죠.
하지만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사는, 예전에 제가 꿈꿔왔던 삶이 답답하게만 느껴집니다.
유학을 가서 외로움에 빠질 틈도 없이 머리에 쥐가나도록 공부해서 학위라는 것을 받아오는 것이 끝이 아니니까요.
대학원에서 보았던 선배들의 모습은 그냥 지식을 파는 생활인일뿐이더군요.
학문에 대한 열정따윈 이미 메말라 버린.. 그래서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보따리 장사를 하는 그런 모습..
하지만 이런 모습보다 저를 더 겁나게 하는 것은 제가 늘어놓는 말들의 공허함입니다.
박사학위를 가진들 제가 쓰는 글이, 하는 말이 현실에 가 닿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학자가 할 수 있는 것,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젠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에 한조각 도움이 되기 보다는 종이를 위해 베어지는 나무들이 아까워지는, 말을 위한 글들이 넘쳐나는 학회지를 보며 답답해집니다.
결국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의 끝이 그런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시작하니 공부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수능을 볼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의학과를 가려구요.
결국 네 한몸 편히 살 생각하는거냐.. 라는 생각이 드시겠죠..
하지만 제가 바라는 건 돈을 많이 벌어 폼나게 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돈생각을 했다면 그동안 그렇게 돈안되는 공부를 붙들고 있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언젠가부터 내가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시작했습니다.
내가 하는 공부도 결국엔 내 만족을 위한 것은 아닌가, 말로, 글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내가 할 줄 아는 것의 전부는 아닌가.
다른 사람이 내게 도움을 청해왔을때 내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어 힘이 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나.. 는 생각이 듭니다.
삶을 가벼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삶은 오랜 길을 가야하는 과정이고, 그 길목에서마다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은 하나의 학문이고, 제가 가진것을 다른이와 나누며 살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너무 멀리 돌아왔다는 것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너무 배부른 소리인가요? 너무 쉽게 생각하는걸까요?
제 아버지 말씀처럼 현실을 몰라서 하는 순진한 소리인것뿐일까요.
다른 분들은 어찌 삶을 살아내시는지 듣고 싶네요. 
  • 크눌프 ()

      무모하지 않습니다 30이 넘으신분들도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 배성원 ()

      그리고, 나 좀 잘 살아보겠다는데 어느 눔이 딴지를 겁니까? 강도짓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기를 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왜 그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미안한 듯 ...하시죠? 그러실 필요 전혀 없구요. 열심히 사십시오. 남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닙니다.

  • 마당쇠 ()

      군대는 다녀오셨는지...여기 글 올리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안 다녀오실걸로 알거든요... 이를 알아야 저도 한마디 적을 수 있겠네요

  • song ()

      나라 망하는 지름길=> 과학기술자들이 자기자리 떠나게 만들게끔 사회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버리는 거.... .... 임금, 근무환경, 보람, 고용안정, 사회적 인식... 등등..

  • song ()

      국가적으로 볼때 인재들이 이공계로 많이 와야하는데 안타깝지만 어쩌겠습니까 .. .. 30대중반 이후의 나이에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읍니다.

  • 말년차 ()

      다른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으시다면 한의대보다는 의대에 진학하셔서 응급의학과나 흉부외과 기타 생명과 직결된 쪽의 진로를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의대는 졸업 후 아무리 뜻이 좋아도 보약장사가 현실이라고 우리 매형의 경우를 봤을때 느낀점입니다. 나이가 많아서 기간이 짧은...그래서 갔다가 또 후회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파이팅입니다.

  • 정문식 ()

      님께서 느끼시는 그런 자괴감은 지식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사회 풍토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 빌붙어 사복을 채우는 몇몇 타락한 '지식인'들 때문이지, 님의 잘못은 결코 아닙니다. 님의 앞길이 잘 되기를 바라며, 학문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서 더 이상 님과 같은 자괴감을 느끼는 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학문을 천시하는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자랑한다는 것이 불가사의할 따름입니다.)

  • fox ()

      '교육열'이 높다기 보단 '학벌'에 그만큼 집착하는 거겠지요.

  • 2bgooroo ()

      학벌 집착 한표!

  • uroro ()

      7년이라...87년 학력고사 쳤으니 이제 16년 됐군요.  한국 최고의 공대 좋은 과 나왔는데, 지금 다시 수능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의대 갈려구요.

  • 배성원 ()

      uroro님 저랑 동년배시군요. 좋은 점수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저는 어차피 개업할 돈이 없기때문에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일거 같아서..^^; . 내년쯤 공인중개사 자격이나 따고 그걸로 마누라를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케이블 티브이에서 강좌도 잇더군요. 재미삼아 들어보다가 조만간 책사서 공부시작 할라구요.

  • Baruch ()

      87 학번 모임인가요? ^^ 전 이 나이 되도록 학문에 대한 열정이 식지를 않으니 아마 병인가 봅니다. 늦게라도 학위를 받으러 유학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도 흥미진진 합니다. 제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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