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한국일보]이공계 대학원생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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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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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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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원생 찬밥 신세

실험실 몰락 위기에 졸업도 밀려


서울대 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자연대 석사과정에 들어와 ‘과학자 겸 대학교수’의 꿈을 키워왔던 K(27)씨. 그는 요즘 식욕을 잃고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잦아졌다. 석사학위를 받기 위해 2년 동안 대학원에 매달렸지만 지도교수가 논문을 통과 시켜주지 않기 때문.

K씨는 “교수님은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대지만, 실은 실험실에서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 나를 내보내 줄 수 없기 때문”이라며 혀를 찼다.



실험실 몰락 위기에 졸업도 밀려


이공계 위기의 한 가운데 선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박탈감과 좌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대 일부 대학원에서조차 신입생이 줄어 실험실이 붕괴위기에 몰리면서 재학생을 제때 졸업시켜주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오후 서울대 자연대의 A실험실. IMF 전만해도 석ㆍ박사 합쳐 10여명의 학생이 있었지만 지금은 박사과정 1명과 석사과정 2명 만이 남아 있다. 석사과정의 김모(26)씨는 “석사과정을 시작한 것이 후회막급하다”며 “졸업을 언제 할 수 있을 지 점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중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모집한 서울대 이공계 박사과정의 올해 후기 경쟁률은 0.7대 1. 이 때문에 10명 이상이 북적대던 서울대 기초과학 실험실 상당수가 인원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한 대학원생은 “교수님들의 생존 기반인 실험실이 위협 받다 보니 학생들을 어거지로 붙잡는 일이 잦다”며 “어떤 학부는 아예 석사과정(2년)이 3년으로 일반화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험실이 워낙 도제식 관계이다 보니 학생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실정이다.

지방대 이공계 대학원의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충남지역 S대 자연대 석사과정의 김모(25)씨는 “한 학기에 신입생이 1명 들어와도 환영받는 분위기”라며 “대학원생을 한명도 두지 못하는 교수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원은 찬밥 신세


이런 와중에 대기업들의 해외 유학파 우대 경향은 갈수록 심화해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 이공계생을 중심으로 매년 100명에게 1인당 5만 달러(약6,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대상은 해외 유학생에 국한돼 있다.

또 삼성, 포스코, LG, 현대 등 대기업체들은 올 상반기에 ‘해외 인재 유치단’을 조직, 해외 대학을 순회하며 유학생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서울대 화학과 석사과정 이모(26)씨는 “국내 박사와 해외 박사간에 기술격차가 크지 않는 데도 국내 박사는 어딜 가나 푸대접”이라고 말했다.

한민구(韓民九) 서울대 공대 학장은 “당장 가용할 인력을 확보하려는 욕심 때문이겠지만 국내 인재 양성에 눈을 돌리는 지혜가 아쉽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부채질해 국내 대학원의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입력시간 2002/08/14 17:29

  • 백수 ()

      허, 남의 얘기 아니네요. 최근에 한 연구소와 인터뷰를 했는데, 이너뷰어들이 고참 책임연구원들인데, 외국 학위자들은 별로 없더군요. 그런데, 바로 그들이 해외파를 선호한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들더군요. 돼지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지들이 얼렁뚱땅 학위따고는 그게 부끄러워 국내박사들을 천대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아니길 바랄 뿐이죠. IEEE 학회의 우수논문상도 아주 우습게 보더군요. 그 교만이 어디서 나오는지.....

  • 소요유 ()

      제 연구소에 이번에 위에서 언급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었던 사람이 논문통과를 안시켜주어서  연구원이아닌 '기술원'으로 입사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제가 들은 그동안의 연구실적으로 볼 때 충분히 학위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였어요.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닌지....... 착착합니다.  학부생들은 대학원생들이 잘나가는 것을 봐야  들어올까 말까한데 10여년씩 붙들어 놓아 30대 중반이 다되어 나가는 선배들을 보면 거기 가고싶을까요 ? 역시 교수들이 문제군요.   

  • 소요유 ()

      제가 위에서 예를 든 그 대학원생이 제가 알기로는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그 행동은 '작은 반란'처럼 보이는 군요. 역시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BK21과 같이 정부가 국민세금을 수천억 쏟아 부어도 잘 될 턱이 없습니다.

  • 소요유 ()

      백수님,  그들은 국내에서 '최고의 대학'을 나왔다는 자부심과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일 겁니다.  아마 IEEE라는 말은 들었겠지만 실제 그게 어느 정도인지 ,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는 불쌍한 백성들입니다.  국제학회를 가봤어야 알지요. 갔더라도 관광차 갔다가 조선백성들 끼리 놀다왔으니 국제적인 흐름을 알턱이 있나요.  그래도 들은 풍월은 있어서 '외국 유명대학' 출신을 뽑아 자기 자리 유지 방편으로 생각하는 넘들입니다.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요.

  • 박상욱 ()

      국내 대학원 공동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입니다. 수직계열화된 대학의 서열때문에 하위권 대학부터 비워지고 상위권대학원이 그나마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입니다. 서울대의 경우 본교출신 대학원생은 이미 예전에 5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BK21 사업의 지원 조건이기도 했는데 아무 노력없이 충족되었습니다.)

  • 박상욱 ()

      우리나라가 학벌사회인 이상 '명문대' 딱지를 대학원에서라도 붙이려는 시류는 계속 있을 것이기에, 대학원생의 질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상위권 대학원은 아주 쫄딱 텅텅 비진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외의 대학원은 완전 고사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교수 되기 어렵다보니 최상위권 대학이 아니더라도 최근 10년간 중위권이상 대학에 임용된 교수들은 세계수준의 능력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그 교수들이 학생을 한 명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는 연구 그만하라는 얘깁니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가 분명합니다.

  • 박상욱 ()

      병역이니 장학금이니 생활보조금이니 국내 대학원생 지원한다고 외국 못나가게 발목 잡아놓고 정작 우대하는 건 해외파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분하군요

  • 정문식 ()

      그런데 불행하게도, 앞으로 경제가 갈수록 악화된다면, 정부와 기업들은 연구개발예산부터 삭감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해외파 또한 국내 취업 문호는 거의 막혀 버릴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현상의 종착역은 고급 인력들이 '국제 미아'로 전락하는 대한민국의 '필리핀화'가 될 것 같군여... 이공인들이 좀 사회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제조업과 실물 경제는 살려 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소위 '대학원'들이 이 모양이니, 그런 일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비참한 일이지만,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말기 암 환자가 되어 버린 한국 사회가 몰락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같군여... 현재 대학원의 공동화 문제는 이런 붕괴의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박상욱 ()

      대학원/병역특례 게시판에 관련 글을 하나 썼습니다.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fall ()

      지도교수가 고의로(?) 학생 졸업 늦추는 문제가 드디어 신문에 실렸군요. 그게 억지로 붙잡는다고 되는 일인가요. 억지로 붙잡으면 랩 후배들도 동요하고 연구실에 들어오려는 학생들도  그거보고 안들어오고 그러더구만..

  • 소요유 ()

      교수들의 자기 욕심 채우기죠. 제자나 학문 자체의 생존보다도 자기만 살겠다는 발생이지요. 이러니 이 난국에 한마디 제대로 하는 교수가 없는 겁니다. 겨우 병역을 빌미로 잡아 놓으려는 생각뿐이죠.  솔직히 대학원생 처우문제는 교수들이 나서야 됩니다. 그들만이 잘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분야는 아닙니다만 제 아내가 나온 모 국립대 인문과학계통의 한 교수는 '용돈떨어지면'  제자보고 졸업하라고 한답니다. 인문사회과학에서 몇년전 부터 곡소리난 것이 정부의 지원 문제도 있겠지만 전 그것이 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와같은  이상한 구조한 한몫 거들었습니다.  아마 이공계 대학원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럴려면 보다 합리적인 이공계 교수들이 나서야 합니다. 

  • 트리비어드 ()

      이거 안겪어본 사람은 정말 그 황당함을 모릅니다. 이문제도 민감한 문제인 건 알지만 계속 좀 건드려 줘야 합니다. 자연대뿐만 아니라 공대도 마찬가지입니다.

  • 트리비어드 ()

      그리고 위의 소리는 넘 황당하네요. 자기들이 IEEE transaction에 몇 편이나 냈다고 남의 실적을 그렇게 무시한답니까? IEEE저널에 1,2편 싣지 못하고도 박사를 딴 사람들이 있단 말입니까? 제가 실정을 몰라서 이런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소요유 ()

      어른들 말에 '전향한 넘'들이 더 악날하답니다. 저도 그런 경우 봤는데 잘나가는 대학나오고 대학원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허접스런 데서 어찌어찌해서  받아가지고 자기 학위준 그 대학 출신을 아주 괴롭히더군요. 그래서 몇년전에 맞장한번 떴었지요. 

  • 호섭이 ()

      한민구라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기자신부터 점검해봐야겠군요. 극히 드문 예외가 전전제쪽에 있습니다만, 서울대 교수들은 절대로 자기제자를 교수로 뽑지 않습니다. 자기도 인정안해주는 제자를 누가 인정해 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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