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과학신문]학계 관행 '무임승차'

글쓴이
Myth
등록일
2002-08-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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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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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과기계 이것만은 고치자 … ③ 학계 관행 '무임승차'
 
‘연구성과 나눠줘야’ 생존보장

 
 
연구비10% 위탁과제할애, 학계인맥 배려
논문 공저 ‘인사치레 이름 올리기’ 다반사


우리 과학기술계에는 기여도에 상관없이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위탁과제로 남의 프로젝트에 얹혀가는 무임승차가 적지 않다.
과기계에 굳어진 관행 중의 하나는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소위 ‘인사치레’로 논문에 명기하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프로젝트의 일부를 떼어서 선배나 과학기술계에 영향력을 끼칠만한 인물에게 소형 과제를 위탁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K대의 S교수는 ‘십일조를 떼는 심정’으로 연구비의 10%를 선배나 학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의 위탁과제비로 할당한다. 그가 이런 습관을 들이게 된 것은 존경해마지 않는 선배의 충고 덕분이다. 처음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담당하게 됐을 때, S교수는 절친한 선배로부터 “연구비의 10%를 인적네트웍 구축에 사용하라”고 충고를 들었다. 워낙 대쪽같은 성품을 지닌 선배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어리둥절했으나, 곧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학계에서 인적 네트웍을 구축하지 못하면 다음 과제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일부를 떼어서 위탁과제로 주고 인맥을 구축하면, 나중에 다른 프로젝트에 명함을 내밀기 쉽다.
H연구소에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N사업에 선정되면서 S대학의 R박사에게 1천만원짜리 연구프로젝트를 위탁했다. R박사가 연구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그가 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 배려다.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논문 저자로 함께 올리는 것도 익숙한 일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는 윗 상사의 이름을 자신의 논문에 넣는 것은 당연한 일 중의 하나다. H연구소의 K박사는 입소 초기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연구결과물로 쓴 논문을 상사에게 검토 받았는데, 한참만에 돌아온 논문은 저자 란에 상사의 이름이 연필로 덧 씌여 있었다. 논문을 들고 황망해하는 K박사에게 직장 선배는 모든 논문에 상사의 이름을 병기하라고 귀뜸했다.
이런 광경은 거의 대부분의 출연연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라는게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보직을 맡는 경우 직접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팀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논문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다. 물론 간부가 직접 연구에 참여하는 일은 없다. 이런 관행이 지나쳐 일부 연구원은 일년에 열편 이상의 논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학계에 유명세를 떨치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굳어져 젊은층 조차도 당연한 일로 여긴다는데 있다. 이와관련 한 대학교수는 “위탁과제를 주거나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관행이 싫다고, 연구를 포기할수 없는 일 아니냐?”라며 “싫으면 떠나든지, 아니면 잠자코 따라야 하는게 이 바닥의 현실”이라며 자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관행이 결국 과기계의 도덕 불감증으로 이어진다는게 뜻있는 인사들의 지적이다. 이와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성과물인 논문에 엉뚱한 사람의 이름을 올리는 것은 마지막 자존심마저 버리는 행위”라면서 “과학자가 스스로 기본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영기자>------2002-08-10 12:38

  • 호섭이 ()

      나도 내 논문에는 반드시 누군가를 한 두명 꼭 넣어주고 있다. 혼자 논문내면 인간성 나쁘다는 소리까지 들어야하는게 현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지 않고 어떻게 젊은사람이 학계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박사과정 이후로 내 논문에 이름 들어간 사람중에 실제로 기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 백수 ()

      서글프죠?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니, 어찌 군자라고 하겠습니까? 아주 저질, 파렴치한들이에요. 세상은 바뀌었고, 아이들은 자라서 스스로 월드컵 세대라는 것을 만들어 가는데, 어찌 과학계는 맨날 요모양 요꼴일까요? 결국 우리 내부의 적들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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