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급한 상황에 '관광노선'을 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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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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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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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empas.com/show.tsp/so/20040625n07648/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고 김선일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비디오가 공개된 지난 21일, 외교부는 김선일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와의 협상을 위해 국내 대책반을 이라크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급파했다고 밝힌 비행노선은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평범한 노선으로 드러나, 과연 정부가 비상사태에 위급한 행동을 취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현지에 평범한 관광코스로 출발한 협상단은 무장단체가 조건으로 내세운 '24시간' 안에 이라크에 입국하지도 못했고, 김씨의 피살 추정시간이 지난 뒤에야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늑장 비행'으로 제대로 된 협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라크 상황관련 현지 대책반'(대표 장재룡 이하 대책반)은 지난 21일 오후 4시 50분 대한항공 KE-651 편으로 방콕을 경유, 요르단항공인 RJ183편으로 22일 새벽 3시 55분(현지시각) 요르단 암만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 미군 군의관에 따르면, 고 김선일씨는 이라크 현지시각으로 22일 새벽 3∼4시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재룡 외교부 본부대사가 이끄는 대책반이 바그다드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김씨는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던 것이다.


무장단체들의 최후통첩 시한은 24시간...'늑장 협상단' 비행 시간만 17시간


무장단체들이 제시한 제한시간은 24시간. 이라크 현지에 급파됐다고 밝힌 현지대책반이 택한 비행시간은 17시간이었다. 게다가 요르단 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10시간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교부가 애초부터 '협상'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인 피랍당시 72시간의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공항이 폐쇄돼 요르단 암만까지 특별기를 띄워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처럼 특별기를 띄울 경우 인천에서 암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시간∼10시간 30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협상단이 7시간을 벌 수 있었던 셈이다.


세계유니소니언 연맹 한국센터 최호진 본부장은 "이라크 무장세력이 조건으로 내건 약속시간은 24시간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17시간이나 걸리는 비행노선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개탄했다. 세계유니소니언 연맹은 구호활동을 하는 단체나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실어나르는 일을 하는 여행사다.


최씨는 "김선일씨를 정말 구할 생각이 있었다면 전세기나 특별기를 띄워서라도 긴급하게 대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부의 무성의을 비판했다.


그는 "인천에서 방콕을 거쳐 암만으로 가는 비행요금은 1인당 150만원"이라며 "만일 정부가 전세기나 특별기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노선을 선택했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분개했다.


황철흠 대한항공 구주노선팀 차장에 따르면, 암만까지 직항으로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은 보잉 747이다. 황 차장은 "만일 이 비행기를 전세기로 띄운다면 비용은 약 5억∼6억원 정도"라며 "그러나 정확한 액수는 구체적으로 계산해봐야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근 외교부 중동과장은 "정부는 처음 들어보는 정체불명의 단체와 접촉선(contact point)도 없는 상황에서 협상을 해야했다"며 "24시간의 여유밖에 없는 상황에서 왜 전세기나 특별기를 띄우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 "한계상황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


이광재 외교부 중동국장은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돈 때문에 그랬겠냐"며 "정부는 최단 시일에 도착할 수 있는 노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끝에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며 "24시간 한계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상렬 대한항공 운항기술팀 관계자는 "인천에서 암만까지 직항으로 가면 약 10시간∼10시간30분 정도 걸려 경유노선보다 시간은 단축된다"며 "그러나 전세기를 띄우려면 관계당국의 허가, 항공기 여력, 자국내 인허가 총괄검토 등 행정처리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만큼 위의 행정적인 문제는 각국 정부가 손쉽게 해결해줬을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외교부에 십수 차례 대책반의 비행기 티켓팅을 어느 부서에서 했는지, 인명이 걸린 다급한 상황에서 왜 경유노선을 선택했는지 공식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외교부는 아직까지 "모르겠다" "확인할 시간이 없다" "바쁘다"며 공식 입장을 통보해주지 않고 있다.


일본은 납치범 어떻게 구했나? 지난 4월 일본인 3명이 납치됐다 풀려났을 때 일본 정부의 구출 노력은 한국 정부와 확연히 달랐다. 당시 일본인 납치범들은 최후통첩 시한으로 72시간을 줬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요르단 암만까지 특별기를 띄워 협상에 나섰다. 물론 돌아올 때는 협상에 성공해 인질을 구출했기 때문에 일반 비행기로 돌아왔다.


일본과 미국 정부의 경우 자국민이 위험한 국가로 출국할 때는 이메일과 전화를 남기게 돼 있고, 매일 저녁 재외 교민들에게 이메일을 체크하라고 주지시킨다. 그러나 현지 한국 대사관은 김씨가 실종된 지 3주가 지나도록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세계유니소니언 연맹 한국 센터 최호진 본부장은 "도대체 우리 협상단은 언제 이라크에 도착해 협상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김선일씨를 석방시키려했는지, 실제 그 계획이 있기나 했던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장윤선 기자 (sunnijang@OHMYNEWS.COM)- ⓒ 2004 오마이뉴스 -
 
 

오마이뉴스  2004-06-25 1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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