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discovery.pop119.com/서 펌] 통렬한 자기반성 이야기 "국정상황실장 만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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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6-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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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discovery.pop119.com/ 게시판에서 펏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홈피 운영자의 의도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기 소개한 글은 과학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커서 퍼왔습니다. 물론 그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 글의 논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읽고 개인적으로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이 글에 나타난 이야기가 저에게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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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상황실장 만난 이야기
2003년 겨울 어느 날, 나는 동생과 함께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찾았다. 차세대성장동력사업 공청회에 갔다가 기초과학이 죽어가는 상황을 실제시간에서 관측하고 분통이 터져서 어쩔 줄 모르며 주말에 포항에서 올라온 동생에게 비분강개한 것이 계기였다. 동생은 교회친구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한다면서 국정상황실장과 면담을 주선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얼마 후 약 1시간의 면담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동생 앞에서 나는 실장을 만나기 앞서 dry-run을 했다. 우선 과학기술부 기술분류표에서 자연과학이 말살당한 이야기를 통렬하게 표현했고, 또 명문 공대교수 출신의, 콜로라도 광산대학 경영학 박사 한명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가에 대하여서도 침을 튀기면서 이야기했다. 기초과학에 대하여, 트랜지스터, 레이저의 예도 들었고, 실제로 나라 예산이 로비력에 의하여 좌지우지되면 결국 국민 혈세의 낭비고 공무원의 직무유기라는 논리도 애써 설득력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동생은 최소한 사람이름은 거론하지 말자는 제의를 했고 나는 이를 받아들였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실에서 나와 동생, 그리고 동생 친구는 상황실장과 다른 공무원 두 명과 마주하며 이야기 했다. 나는 기초과학의 중요성, 현재 예산 분배의 부당성, 엉터리 과학기술 분류표, 차세대성장동력사업의 모순성 등에 대하여 열변을 토했다. 과기부는 기초과학에만 힘써야 한다는 말도 했다.
상황실장은 우선 과기부, 정통부, 산자부가 차세대 성장 동력사업을 가지고 싸우는 통에 자기도 힘들어 죽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기초과학이 힘들다는데 지금 과기부 장관은 어떤 전공을 한 사람이냐고도 했다. 참고로 그때 과기부 장관은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내가 받은 중요한 인상은 이것이었다:
공대 사람들은 어디를 찾아다닐 때 집단으로 준비된 자료, 사업 계획, 즉 ‘책 한권’을 가지고 돌아다니는데 반하여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기초과학이 중요하다는 ‘입’만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다.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과학기술 분류표’ 개정안이라도 가지고 갔다고 자위하기도 했고 점잖은(?) 교수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기도 했지만 이 만남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이제는 우리도 뛰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극도의 이기적인 집단, 자기 새에*끼들을 care 안하는 집단, 그러면서도 잘난 체만 하는, 즉 망해서 싼 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물리학자-화학자들이 그렇게 잘났으면 어떻게 물리학, 화학만의 고유Funding프로그램 하나도 없는가? 그나마 생물학 분야는 Frontier사업만 해도 몇 개인데 Physical Science 만의 Frontier 사업은 없다. Nano 사업이 그나마 근접한데 어차피 기초과학 사업은 아니다. 학회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몇 명씩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물리학회, 화학회, 생물학회, 지구과학관련학회 회원들이 얼마나 연구비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Funding을 늘여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적이 있는가?
기초과학이 살기 위해서는 조직력을 가져야 하며,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lip-service만 해서는 안 되고 우리 모두 뛰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서 뛰어야 하나? 우리의 목표를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초과학만의 1조원/1년 project가 필요하다. 1억-만 Project라고 가칭하자. 1만명의 기초과학자에게 평균 1억원의 연구비를 주되, 그 안에 다양한 개인, 집단, 연구소-대학협력, 등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1억만 사업, Discovery 사업, 기초과학 Frontier 사업 등의 가칭을 가질 수 있다. 꼭 개인당 1억을 주자는 것이 아니고, 이론과학의 경우 1천만원이상, 실험과학의 경우 10억 이하로 일단 잡아볼 수 있다 (이론에서 10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
(2) 기초과학만의 프로그램이 있으려면 기초과학의 존재가 인지되어야 한다. 파이를 기초과학-응용과학으로 나누고, 현재 기초과학에 3천억, 응용과학에 5조 7천 800억이 투자되고 있다는 정도의 데이터만 가지더라도 우리 파이를 늘리자고 구체적으로 주장할 근거가 생긴다.
(3) 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분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낸 발견을 하나라도 만들어야 한다. 논문숫자, impact factor, citation number등의 숫자 놀음에서 약간은 벗어나서 말이다.
기초과학이 완전히 죽었을 때 그 이유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인 우리 마음 속에 있다. 은퇴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교수에게 같은 대학의 학구적인 50대 말 교수가
‘선생님 기초과학에 좀 투자가 많이 되게 열심히 뛰어 주십시오’
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망할 집단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열심히 연구하는 그 교수에게는 미안한 생각도 있지만 말이다. 50대 말이고 그전에 한번도 뛴 적이 없다면 이제는 자기가 뛸 생각도 좀 해야 되지 않을까?
돈은 남들이 따오면 되고 자기는 연구만 열심히 하겠다고 모두 생각한다면, 연구비가 없으면 그건 힘 있는 교수들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는 아무것도 안한다면, 공무원들만 탓하면서 손놓고 있다면 정말 그 집단은 망해서 싸다. 나중에 왜 한국기초과학이 망했냐고 질문하면 모두 ‘내탓이요’라고 말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반대로 우리 집단에는 희망이 있다. 최소한
http://discovery.pop119.com
에 글 하나라도 남겨놓으세요. 김대식 씀
사실 이 글을 읽고 개인적으로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이 글에 나타난 이야기가 저에게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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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상황실장 만난 이야기
2003년 겨울 어느 날, 나는 동생과 함께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찾았다. 차세대성장동력사업 공청회에 갔다가 기초과학이 죽어가는 상황을 실제시간에서 관측하고 분통이 터져서 어쩔 줄 모르며 주말에 포항에서 올라온 동생에게 비분강개한 것이 계기였다. 동생은 교회친구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한다면서 국정상황실장과 면담을 주선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얼마 후 약 1시간의 면담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동생 앞에서 나는 실장을 만나기 앞서 dry-run을 했다. 우선 과학기술부 기술분류표에서 자연과학이 말살당한 이야기를 통렬하게 표현했고, 또 명문 공대교수 출신의, 콜로라도 광산대학 경영학 박사 한명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가에 대하여서도 침을 튀기면서 이야기했다. 기초과학에 대하여, 트랜지스터, 레이저의 예도 들었고, 실제로 나라 예산이 로비력에 의하여 좌지우지되면 결국 국민 혈세의 낭비고 공무원의 직무유기라는 논리도 애써 설득력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동생은 최소한 사람이름은 거론하지 말자는 제의를 했고 나는 이를 받아들였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실에서 나와 동생, 그리고 동생 친구는 상황실장과 다른 공무원 두 명과 마주하며 이야기 했다. 나는 기초과학의 중요성, 현재 예산 분배의 부당성, 엉터리 과학기술 분류표, 차세대성장동력사업의 모순성 등에 대하여 열변을 토했다. 과기부는 기초과학에만 힘써야 한다는 말도 했다.
상황실장은 우선 과기부, 정통부, 산자부가 차세대 성장 동력사업을 가지고 싸우는 통에 자기도 힘들어 죽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기초과학이 힘들다는데 지금 과기부 장관은 어떤 전공을 한 사람이냐고도 했다. 참고로 그때 과기부 장관은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내가 받은 중요한 인상은 이것이었다:
공대 사람들은 어디를 찾아다닐 때 집단으로 준비된 자료, 사업 계획, 즉 ‘책 한권’을 가지고 돌아다니는데 반하여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기초과학이 중요하다는 ‘입’만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다.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과학기술 분류표’ 개정안이라도 가지고 갔다고 자위하기도 했고 점잖은(?) 교수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기도 했지만 이 만남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이제는 우리도 뛰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극도의 이기적인 집단, 자기 새에*끼들을 care 안하는 집단, 그러면서도 잘난 체만 하는, 즉 망해서 싼 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물리학자-화학자들이 그렇게 잘났으면 어떻게 물리학, 화학만의 고유Funding프로그램 하나도 없는가? 그나마 생물학 분야는 Frontier사업만 해도 몇 개인데 Physical Science 만의 Frontier 사업은 없다. Nano 사업이 그나마 근접한데 어차피 기초과학 사업은 아니다. 학회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몇 명씩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물리학회, 화학회, 생물학회, 지구과학관련학회 회원들이 얼마나 연구비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Funding을 늘여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적이 있는가?
기초과학이 살기 위해서는 조직력을 가져야 하며,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lip-service만 해서는 안 되고 우리 모두 뛰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서 뛰어야 하나? 우리의 목표를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초과학만의 1조원/1년 project가 필요하다. 1억-만 Project라고 가칭하자. 1만명의 기초과학자에게 평균 1억원의 연구비를 주되, 그 안에 다양한 개인, 집단, 연구소-대학협력, 등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1억만 사업, Discovery 사업, 기초과학 Frontier 사업 등의 가칭을 가질 수 있다. 꼭 개인당 1억을 주자는 것이 아니고, 이론과학의 경우 1천만원이상, 실험과학의 경우 10억 이하로 일단 잡아볼 수 있다 (이론에서 10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
(2) 기초과학만의 프로그램이 있으려면 기초과학의 존재가 인지되어야 한다. 파이를 기초과학-응용과학으로 나누고, 현재 기초과학에 3천억, 응용과학에 5조 7천 800억이 투자되고 있다는 정도의 데이터만 가지더라도 우리 파이를 늘리자고 구체적으로 주장할 근거가 생긴다.
(3) 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분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낸 발견을 하나라도 만들어야 한다. 논문숫자, impact factor, citation number등의 숫자 놀음에서 약간은 벗어나서 말이다.
기초과학이 완전히 죽었을 때 그 이유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인 우리 마음 속에 있다. 은퇴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교수에게 같은 대학의 학구적인 50대 말 교수가
‘선생님 기초과학에 좀 투자가 많이 되게 열심히 뛰어 주십시오’
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망할 집단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열심히 연구하는 그 교수에게는 미안한 생각도 있지만 말이다. 50대 말이고 그전에 한번도 뛴 적이 없다면 이제는 자기가 뛸 생각도 좀 해야 되지 않을까?
돈은 남들이 따오면 되고 자기는 연구만 열심히 하겠다고 모두 생각한다면, 연구비가 없으면 그건 힘 있는 교수들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는 아무것도 안한다면, 공무원들만 탓하면서 손놓고 있다면 정말 그 집단은 망해서 싸다. 나중에 왜 한국기초과학이 망했냐고 질문하면 모두 ‘내탓이요’라고 말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반대로 우리 집단에는 희망이 있다. 최소한
http://discovery.pop119.com
에 글 하나라도 남겨놓으세요. 김대식 씀
다른 사람들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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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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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상입니다만... 정치교수라고 하면 대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적당한 밥그릇싸움을 주도할 정치교수는 조직유지차원에서라도 필요하겠군요. 밥그릇싸움이라면 보통 부정적 의미인데반해, 이 리플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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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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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하학을 발전시키지 못 하는 형이상학은, 환상이며 교만이고, 무기력과 사기, 낭비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