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패러다임 바꾼 애플·트위터…IT 성공신화뒤 ‘인문학’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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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w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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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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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단지 기술기업이 아닙니다. 그 너머에 있는 기업입니다.”(Apple is not just a technology company: it‘s more than that.)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아이폰4’ 출시행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인간애와 인문학의 결합’에서 애플과 다른 회사는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술주 시가총액 순위에서 수십년간 1위이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젖힌 애플이 스스로 “우린 기술기업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다니.

인문학은 지난 1월 잡스가 태블릿 피시(PC)인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도 등장했다. 당시 잡스는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고 정체성을 밝혔다. 인문학은 기술보다 훨씬 멀리 있다. 애플은 기술기업에 더 가깝지만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는 시구처럼 인문학은 어려운 여정에도 도달해야 할 목표라는 것이다.

애플의 인문학 추구는, 홍보 목적도 있지만 애플의 성공 비결을 알려주는 열쇳말로 볼 수도 있다. 인문학은 전문 기술과 거리가 멀지만 인간과 지식에 대한 근원적이면서 보편적인 통찰과 호기심에서 비롯한 학문으로, 국내 대학에서는 흔히 ‘돈벌이에 도움 안되는 학문’으로 여긴다.

스티브 잡스는 진보적 인문학의 전통이 강한 리즈대학을 다니다 첫해에 중퇴한 바 있다. 잡스는 중퇴 뒤에도 리즈대학의 다양한 인문학 강좌들을 청강했는데, 특히 붓글씨 강의에 매혹됐다.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잡스는 “붓글씨는 멋지고, 역사성을 담고 있는데다 과학으로 분석할 수 없는 미묘한 아름다움이다”며, 쓸데없어 보였던 청년시절의 탐구가 훗날 맥컴퓨터를 만드는 데 요긴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술이 압도하는 시대에 숫자 숨기고 인간 내세워

인문학을 중시하는 문화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단문블로그 업체 트위터 사무실을 방문해보니, 컴퓨터 전공자만이 아닌 다양한 경력의 직원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었다.

사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의 히트작은 음악재생기(MP3플레이어), 휴대전화, 태블릿 피시 분야에서 처음 나온 제품들이 아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시장에서 애플이 이뤄낸 성공은 사용자의 직관을 충족시켜주는 기능과 종전과 구조를 달리하는 산업생태계를 통한 가치 제공에 기인한다. 공급자 관점과 전통적 접근법을 버리고 사용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낸 제품들이다.

잡스는 아이폰4 출시행사에서 화상통화를 선보였다. 새로울 게 없는 서비스이지만 현장 참석자들은 영상을 보며 감탄했다. 군인은 병원에 누워 있는 아내랑 통화를 한다. 곧이어 아내의 뱃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화상전화로 보고는 감격한다. 연인인 두 청각장애인이 말이 없는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표정과 눈빛으로, 손말로 나누는 사랑의 대화였다. 화상전화가 왜 필요한지를 간단히 이해시키는 방법이었다.

모든 것을 숫자로 바꿔 기계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디지털 기술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전에 생각지 못하던 혁신을 이뤄내며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에 다니던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디지털 기술 진화의 선두에 서 있다. 수학적 알고리즘을 신봉하는 이들은 “과거의 업무 방식이 과학적이지 않고 비효율적이다”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구글을 디지털 변혁의 중심이 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사회현상은 숫자로 측정하기 힘들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바뀌지 않는 사람의 사는 모습이 있다. 혁신이 일상화한 디지털 기술일수록 더디게 변화하는 사람의 특성을 고려하고, 인문학적 성찰을 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구글드>의 저자 켄 올레타는 ‘구글의 장점은 곧 약점’이라는 지적을 했다. 그는 “구글의 엔지니어 위주 문화는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며 “애국심, 자존심, 두려움, 사생활 등은 측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8&aid=0002047731



잡스가 WWDC 2010 키노트 마지막에 '기술과 인문학 교차로' 사진을 다시 보여주고 개발진을 일일이 불러서워서 박수를 치게끔 한 장면이 놀랍기도 하고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160;&#160;그런데 잡스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 이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문학이 돈벌이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단편적인 인식이고 결국 기술의 수용과 성패를 예측하고 결정지을 수 있는 바탕이 인문학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160;&#160;'Homer is new this morning, and perhaps nothing is as old as today's newspaper.'라는 Charles Peguy의 어구가 생각나네요.

반면 돈 안 되는 학과를 없애고 줄이는 한국 대학의 현실은 암담하죠.&#160;&#160;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해야 할 텐데 그런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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