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문화와 과학기술?

글쓴이
BizEng
등록일
2010-05-06 11:45
조회
7,1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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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건

"까라면 까"
"하면 된다, 밤새서라도 무조건 일정 맞춰"
"내 말에 토달지 말고, 시키는 거나 잘해" "
"(퇴근하면서) 내일 아침까지 결과 가져와"
"남들은 다 만드는데, 우린 왜 이런 거 못만들어?"

아마도 제가 회사연구소와 대학원에서 윗분들로 부터 많이 듣기도 했고, 또한 가장 상처받았던 말들입니다.

뭐...제가 무능해서 그런 거기도 하지만, 이런 말 들으면서 군대시절 듣던 말과 다름이 없어서 참 불만스러웠죠.


최근 논의 된 것중 "우린 왜 이런 거 못만드나" 라는 글에 달린 답글들을 보면 권위적, 계층적 기업과 사회 문화가 과학기술인들과 창의적 벤처기업가들을 짓누르고 이로 인해 우린 창의적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황우석 사태 때도, 과학기술계 연구실에서의 군사문화에 대해 지적한 적도 있습니다만. 어째서 21세기 들어서도 이런 것들이 계속 관행으로 계속 지속되는지 궁금하네요.

세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첫째, 왜 합리성을 추구해야 할 과학기술계에 군사문화가 만연할까?

둘째, 왜 창의성과 기발함을 중시하는 과학기술계와 과학기술인들이 군사문화의 잔재를 개선하지 못할까?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인들이 이러한 군사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상 세가지 질문에 대해서 서로 토론해 보고 의견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군대문화와 부정적 의미의 군사문화를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제가 의미하는 군사문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군사문화의 불합리한 관행들은 일본군의 잘못된 군대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생긴 것으로 엄벌주의, 피동적 복종, 권위주의와 맹종, 통제와 규제, 잘못된 계급질서 의식 등의 부정적인 요소를 들 수 있다." source1 참조. 


sources:

1. 21세기 군대문화의 발전 방향
http://www.army.mil.kr/army_catalog/246/72.htm

  • Tsailor ()

      군대 안갔다온 저의 외국인 지도 교수도 저러는 것을 보면 군사문화라기 보다는 '빨리빨리'의 변종인 것 같습니다.

  • 먼데 ()

      1. 선생님도 까시죠?
    2. 선생님도 밤세시죠?
    3. 시키는 거 다 했는데요? 멀 또?
    4. 저도 집에서 할 께요. 안되면 말고.
    5. 그 남에 선생님도 계시면 좋겠네요.
    이런 말 들으면서 일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봅니다. 그냥 못하니 배째라 하면 되죠.

  • 아나로그의추억 ()

      우리나라가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봅니다. 예전에는 먹고사는 것도 버거웠습니다. 요즈음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부산에 있는 인디고 서점을 보면 놀랍습니다. 깨어있는 한 명의 운동가가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또 반크는 집단지성의 최고 성공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선해야 할 것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재미있는 글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a href=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933 target=_blank>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933</a> 

  • 쉿비밀 ()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서예시간에 "하면된다"라는 네글자를 멋지게 써서 담임 선생님이 교실 벽 뒤에 붙여 놓으셨는데, 사회 선생님께서 들어오시고 보시더니 쓴 웃음을 지으시면서 뭐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

  • 지지지 ()

      과학기술계에서 군사문화를 쫓아내는데 방해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내 경험상 이공계인들이 인성이 부족하더라. 부족한 거 극복 좀 해봐."라는 이상한 요구를 이공계의 윗사람 일부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후 군사문화에의 적응 강화로 화답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과학기술계에서만 그런 건 아니죠. 성격이 다른 사람, 생각이 다른 사람 등을 적응력 부족, 인성 부족으로 해석해서 소위 '적응'할 때까지 정으로 두들기면 창의성이고 뭐고 없어지고 군사문화는 계속 지속되는 거죠.

  • 지지지 ()

      "이런 식으로 행동해서 사회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윗사람이 이런 말을 자주하는 경우도 군사문화 쫓아내는 데 방해가 되죠.

    윗사람이라는 개념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기 전에는 군사문화 극복이 힘들 것 같습니다.

  • 프로네시스 ()

      이런 설명과 해법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 교수와 학생, 선배와 후배의 관계는 대등한 동료의 관계는 아닙니다.
    교수는 학생에게 학위를 줍니다. 선배는 후배에게 지식을 전수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를 싫어 합니다. 나름대로 주는게 있으면 받길 원하지요. 교수는 학생들이 게으르고 멍청하다고 불평합니다. 선배는 후배가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화를 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원칙을 세웁니다. 너가 나에게서 학위를 받고나, 너가 나에게서 지식을 전수받으려면 어떠 어떠한 일들은 너가 해주어야 해. 라고요. 이에 못미치면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거나 합니다. 
    이에 대한 해법의 하나는 바로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고 평가로 상벌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의 완비입니다. 감정적으로 누구를 평가하고 상벌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임무 이행정도와 연구성과 등으로 학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학생에게 학위를 주지 않거나, 기준에 만족할때까지 졸업을 늦추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평가 시스템이 이루어진다면, 감정적으로 누구를 윽박지를 필요가 없어집니다. 월급을 줄이거나 졸업을 제한하면 됩니다. 이런 평가 시스템은 자발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게 이게 쉽지 않지요. 또한 교수에게만 이런 권한을 주면 안되고, 학생 또한 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현재 지도교수의 허락 없이도 자유롭게 전과 등이 허락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가 만들어지고 서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것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면 군대식 문화도 자연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김선영 ()

      군대문화라는게 꼭 군대를 다녀와야만 체득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동화현상으로서 군대다녀온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동화됩니다. 실제로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곳에는 신참 교수가 들어가면 3~4년 뒤에 더 악독해지는 것도 봤으니까요.

    결국 옛말 틀린거 하나 없습니다. 근묵자흑.

  • 훌륭한과학자가될래요 ()

      군대식 연구실에 있어봐서 아는데, 미래가 불투명하더라고요..
    고여 있다고 해야 하나... 선배 의존도가 너무 높고 그걸 또 아래 사람한테 강요하는게....
    뭐 지금은 나왔지만... 새로 온 신입생과 얘기를 해 봤는데.. 안타깝습니다.

  • Wentworth ()

      돌백님 이전 말씀중에...  눈 질끈 감는 거 쉽고 비슷한 부류 사이에 있으면 자기가 뭔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 먼데 ()

      돌백님의 가르침은 "그런 세상이니 알아서들 해" 입니다. 물론, 돌백님이야 낙원에서 골프나...

  • cool ()

      직장을 잘못 잡았다가 이직하느라고 한동안 고생했는데
    이전 직장에서 상사가 - 조센징은 몽둥이가 약이다 -
    라고 한국사람은 두들겨패야 정신을 차린다고 막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군사문화라기보다는 일본강점기에 잘못 주입된 식민지배의 폐습이 전해진
    것이라고 봅니다.

  • BizEng ()

      주로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네요....

    두번째 질문인, 왜 창의적이고 발랄하고 자율적이어야 할 과학기술계마저 이런 군사문화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하고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일까 하는 것도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전반적인 과학기술계의 사회적 규범 (Social Norm) 일까요? 아니면 편의에 의한 확대 재생산 일까요? 문제가 뭔지를 알아야 대책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 delightmm ()

      무한경쟁 사회속에 어쩔 수 없이..눈에 가시가 안되고 하라면 해야지 안하면 도태된다는 압박속에
    자기 처 자식 먹여 살려야 하니 아니꼽꼬 역겨와도 참아야 된다고 남자는 그래야 한다고 배워왔지 않나요 ?
    아무리 힘들고 짜증나도 남자라는 이유로 이겨내라고 은근슬쩍 세뇌가 된 듯한 느낌은 뭐지..그러면서 남자로서의 삶..그리고 군대식 문화.
    이상적인 남자의 삶은..상관에 대한 충성 .가족을 위한 희생..
    생존을 위한 몸부림..
    위에선 군대식 문화 + 어쩔 수 없는 남자의 운명을 알기에 ...

  • 김선영 ()

      BizEng님의 두번째 질문의 답은 간단하게 말하면 나이가 아닐까요?

    한국은 연공서열 문화가 강하죠. 나이 어린 사람이 윗 사람의 시스템에 감히 항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간 4가지가 없다고 매장당하니 누구도 군대식 시스템에 항명하기 힘들죠. 더군다나 사회나 학회나 너무 좁아서 한두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니...

    저는 저런 문화는 연공서열이 타파되면 자연적으로 없어질거라고 봅니다만, 연공서열이 타파될지는 의문입니다.

  • 지지지 ()

      북유럽에서는 교수 채용면접시에 학생이 참여하고, 교수의 강의방법에 대해 학생이 아무 꺼리낌없이 항의할 수있고 심지어 교수 강의법 맘에 안든다고 자습할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학생들 나이도 다양하고....

    정말 부럽더군요..

  • Simon ()

      군사문화가 과학에 적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의사 사회나 의대 트레이닝 과정 중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한국이나 미국이나...권위주의적이고 상명하복의 수직적 구도 말이죠). 암튼 다들 성공하기 바라고.

  • BizEng ()

      적절한 권위는 필요하지요. 다만, 선결조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존경할 수 있을 만 해야 한다는 점이죠. 예를 들면, 능력도 출중하고,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적고, 아랫 사람들에게 책임감이 있는 경우에는 존경할 수 있고, 그런 권위에 대해선 뭐 별다른 불만은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능력도 안되고, 도덕적으로도 그렇고, 아랫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사람들이 찍어 누르는게 문제가 아닐까요?

    한마디로, 존경할 만한 리더십이 없는 상태에서 권한만 행사하려고 하고 제 잇속만 차리려는 것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 언제나 무한도전 ()

      과학의 합리성이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 문화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만,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문화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성직자들의 모임이 무한이 성스러워야하고,
    경찰들의 모임이 법과 질서를 존중해야하고,
    검찰은 이 사회의 모법생이이라는 말과 별반 안 달라 보이는데요.

  • 三餘 소요유 ()

      성직자들의 모임이 무한이 ...... 검찰은 이 사회의 모법생 (2)

  • 산촌 ()

      선택의 폭이 적을수록 상명하복,연공서열, 조직에서 힘이 있는 사람들의 말이 강해질수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에 부락단위의 사회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을 대하는 예의범절이 각별했습니다. 이게 특별히 그때 당시의 젊은이들이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락단위에서 왕따 당하고 살기가 힘들어 지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인데요. 시골출신들이 대체적으로 나이가 위인 사람들에 대한 예의범절이 좋다는 것을 느낍니다. 군대에서도 그렇습니다. 반면에 도시(특히 서울) 아이들은 굳이 동네 어른들에게 꼭 인사 잘하고 잘 보일 이유가 적습니다. 그냥 자기 성격대로 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회사나 조직도 그 조직원들이 선택할수 있는 폭이 넓으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얘기할수도 있는데 선택의 폭이 거의 없거나 적으면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위와같이 될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 정중동 ()

      예의범절보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토론을 통해 복수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르는 것을 아주 어렸을때부터
    익히는것이 시급합니다.
    이건 사회생활에 필수적이 훈련이거든요.

    그런 훈련이 되지 있지 않으니
    대학에서 군대문화가 판치는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죠.

  • 통나무 ()

      도돌이표 얘기일것 같은데요.
    그냥 스케치식으로 얘기하면
    한화회장이 미국서 인재들 자기 회사로 오라고 하면서
    제일 큰 덕목으로 의리를 얘기한게 신문에 나왔었고
    엊그제 어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한겨레 독자투고란에
    릴레이 명단공개에 대해 의리 때문이라고 논지를 세우더군요.
    뭐 의리죠.
    지난주인가 어느 서울의 과학고에서 아파도 기숙사에 12시 전까지는
    자율학습에 사인한게 있어 규율상 못들어 간다는.

    어느 분야든 진짜 합리성을 경험하고 훈련을 해봤느냐?

    단지 자기 이익만을 합리적으로 계산하는것만 익숙해져
    군사문화를 스스로 더 재생산해내는것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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