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제 고민입니다.
- 글쓴이
- 박사과정
- 등록일
- 2002-04-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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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내 학위로 외국에서 현장 경험을 쌓고 들어오는 경우도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말씀인가요?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한국에서 자란 이공계인은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한 것처럼 들립니다.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어려서부터 꿈같은 과학자가 되기를 쇠뇌받아온 제 자신이, 제 사회가 싫어지기까지 하네요. 이러한 사실을 제 주변의 많은 대학원생들은 알고나 있을런지......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저희 lab의 석사 과정 학생들은 박사 과정에 오고 싶어 하는 편입니다. 박사 재수생까지도 있지요(정말 의외지요?). 제가 그들에게 칼이라도 들이대서 뜯어 말리는 게 옳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계속 머물고 싶은데, 현실은 한국을 떠나라고 강요하고 있느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네요. 그렇다고 벤쳐를 하자니, 성공률이 워낙 낮은 곳에 경험없이 시작하는 것이 무모하게 느껴지고, 대기업에 취직할 생각을 하니, 달갑지 않은 말들이 여기 저기서 들리고.... 국내에선 아무리 눈씻고 봐도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한 자리는 보이지 않는군요. 씁쓸할 따름입니다.
다른 사람들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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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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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박사과정중에 포기하려고 마음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국내기업에서 학위없이 엔지니어로 커보려고 순진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하다보니, 학위를 받게 되고, 그리고 취업하였습니다만. 제가 알고있고, 생각하던 직장생활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저는 최소한 열심히 하면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의 직장이라고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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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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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밥에 밀리고, 연줄에 밀리고,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야근을 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걸랑요. 하지만, 아무리 야근을 하고, 연장근무를 해도,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돈에 환장한 넘이란 소리까지 들었죠.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적응하기는 무척어려운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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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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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왕따당하지 않고, 외줄타기 하듯이, 대세에 속하는 중용의 길, 회색분자의 길을 강요하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의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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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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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있는 사람들은 유학을 권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최소한 엔지니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살 수 있는 곳입니다. 그 차이는 참으로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돈을 좀 더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 어딘가에 쓸모가 있는 인간이란 느낌, 태어난게 그래도 다행이라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돈 못지 않은 위안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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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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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국내에서 아직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때 '결행' 못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구요. 나름대로 역할을 찾기위한 노력이 10여년을 이어왔습니다.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기위해서는 '결행'을 했었어야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랬다면 다른 역할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전 제가 노력하면 해외파와 국내파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었거든요. 지금도 그럼 역할을 하곤 있어 즐겁지만 한편으로 저보다 잘나가는 놈들 보면 후회되기도 합니다. 포닥님 말씀대로 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과학자나 엔지니어에게는 돈보다 더한 것이 있습니다. 사실 전 이공계 문제를 생각할 때 돈보다 더한 것 때문에 떠드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