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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언론에서 홀대받은 ‘배아복제’라는 혁명 ; 오세정 교수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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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양 작성일2004-02-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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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홀대받은 ‘배아복제’라는 혁명 

[한겨레] 몇 년 전 세계적 시사주간지 <타임>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아인슈타인을 선정한 바 있다. 케네디 같은 정치가나 간디 같은 사상가를 제치고 과학자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타임은 “20세기 인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어떤 정치나 이념보다도 과학기술의 진보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실제로 우리는 현재 컴퓨터·인터넷과 물류 수송기술의 발달이 초래한 세계화, 정보화의 물결이 인류 전체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가고 있음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일반 사람들의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보도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끼치는 영향은 대부분 장기적이어서 급박함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정치나 사회 문제보다 항상 언론 보도에서는 뒤로 밀리고 있다. 그래도 <뉴욕타임스>나 <르몽드> 등 선진국의 주요 신문에서는 가끔 과학 기사가 1면 머릿기사를 차지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예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며칠 전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이 체세포 복제를 통해 얻은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였다는 연구결과의 보도에서도 국내 언론은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워싱턴포스트>나 <피가로> <시엔엔> 등 외국의 유수 언론은 1면 머릿기사로 다루는 등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 것에 비하여, 한국 신문은 대부분 이보다 훨씬 못 미쳤고, 방송 보도는 신문보다도 더욱 소홀하였다. 게다가 그 내용도 치료 목적의 복제가 가져다줄 혜택과 인간 복제의 위험성 등 이 연구가 가져올 사회적 영향과 함의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하고 한국 과학자가 이룬 업적이라는 것만을 부각시킨 천편일률적 내용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한 신문의 엠바고 파기란 사건이 있어 다른 언론들이 크게 다루기를 주저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국내 신문과 방송이 머릿기사로 다룬 대선 비자금 수사나 공천 파동, 청와대 개편 내용 등은 몇 달 지나면 잊혀질 지나가는 이야기들이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앞으로 계속 우리들의 생활과 가치관에 영향을 줄 중요한 사건이다. 과연 무엇이 중요하고 머릿기사로 다룰 만한 내용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판단이 다른 매체와의 경쟁 때문에 뒤바뀔 만한 것인지 신문과 방송의 보도 책임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sjoh@plaza.snu.ac.kr
 

댓글 4

이민주님의 댓글

이민주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판단할 능력자체가 없으므로.. 그냥 다른 과학기술에 대한 사건처럼 일회성 기사로 눈요기로 여기고 지나가는것이지요..

김종중님의 댓글

김종중

  황우석 교수님 팀이 이번에 올린 성과는 윤리적인 측면을 떠나 우리 나라 과학의 위상을 높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최성우님의 댓글

최성우

  이런 것을 보면, 언론계에서도 이공계가 얼마나 홀대, 소외 받고 언론계 지도층의 과학 분야 마인드가 부족한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정치부, 경제부 등 세칭 끗발있는 부서에 비해 과학담당 기자들은 완전히 마이너,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최성우님의 댓글

최성우

  공직사회의 이공계 진출 확대 못지 않게, 과학기술인의 언론계 진출 확대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할 문제로 보입니다... 언론사 지도층의 과학적 마인드 확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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