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창의력은 가둘 수 없는 새

글쓴이
K.Tommy
등록일
2002-11-12 16:54
조회
3,839회
추천
0건
댓글
7건
본문중에 인용한 문구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총에 맞아 죽은 새는 새가 아니다. 새장에 갇힌 새도 새가 아니다. 오직 푸른 창공을 본연의 모습으로 날고 있는 새만이 진짜 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구절입니다.
날은 어두워지고 바람은 살을 에이는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생살이라니..
========================================================================

창의력은 가둘 수 없는 새

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올해의 노벨상,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일본이 받은 두개의 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좁은 지면에 모두를 담을 수는 없으므로 두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는 일본 과학의 저력이며, 둘째는 운용 방향이다.

첫째 논점인 일본 과학의 저력은 두개의 상이 나온 분야를 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의 연구분야는 중성미자의 검출이다. 이 입자는 ‘유령입자’라는 별명에서 보듯 수많은 소립자 가운데서도 가장 신비로운 입자로 여겨진다. 그 질량의 존재 여부는 현대 우주론의 기본 구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그리하여 이를 밝히기 위한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고시바 교수도 말했듯 그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는다. 이른바 기초과학 가운데서도 핵심 기초과학이다. 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는 단백질의 질량 결정법을 연구했다. 그런데 이 분야는 생물학의 세기로 예상되는 21세기에 들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기초과학이면서도 매우 강한 응용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가 이룬 분석법은 현재 ‘단백질공학’(proteomics)에서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로 급속히 실용화되었다. 이처럼 가장 기초적 분야로부터 가장 실용적 분야에까지 걸친 광역적 분포에서 우리는 일본 과학의 굳건한 저변을 마음속 깊이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저변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투자가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적극적 투자와 육성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총생산의 1%인 약 240조원을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거울삼아 적극적 대책을 수립하리라고 한다. 그런데 노벨상,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은 단순히 투자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 내지 창의력이 꽃필 터전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둘째 논점인 과학 정책의 운용 방향이다.

이에 대한 예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이번 노벨상의 수상과 함께 그 예도 함께 전해졌다. 다나카는 전기공학도 출신으로 화학은 잘 모른다. 그러나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 쉬웠다. 무(無)에서 출발하니까 오히려 답이 빨리 나왔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곳은 정밀기계 회사지만 대학보다 학구적 연구 풍토의 전통을 130년 동안이나 이어왔다. 고시바 교수는 도쿄대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한 성적표를 휘날리며 간접적으로 이를 웅변했다. 때마침 영국의 한 신문도 “국가의 개입과 노벨상 수상은 반비례한다”, “관료주의와 천재는 섞일 수 없다”는 보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모기업과 독립적 연구활동을 하는 벨연구소(Bel Lab)와 IBM연구소의 명성이 이를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어떤 시인이 “총에 맞아 죽은 새는 새가 아니다. 새장에 갇힌 새도 새가 아니다. 오직 푸른 창공을 본연의 모습으로 날고 있는 새만이 진짜 새다”라고 말했다. 귀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새들은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가둬서는 안 된다. 과학자의 창의력은 가둘 수 없는 새와 같다. 앞으로의 정책은 근래의 ‘이공계 위기’와 함께 엮어 폭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크고도 치밀하게 풀어가기를 기대한다.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 배성원 ()

      맞는 말인데...또 우리의 관료 아저씨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일을 저지를지 함 두고보시죠....앞으론 프로젝트에 '노벨'이란 말 넣어야 됄지도 모릅니다. 한동안 'IT'를 넣어야 했지요. ^^;.

  • 인과응보 ()

      한국사람 중에도 노벨상을 탄 그들보다 뛰어난 학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 많습니다. 그렇지만 뛰어난 인재를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미약하지요. 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교수의 경우도, 1960-70년대에 일본정부로부터 중성미자 연구를 위해 약 1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고 합니다. 지금 한국경제 사정이 30-40년전 일본보다는 좋은데, 아직도 한국에서 순수과학을 위해 수십억,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꿈과같은 일아닙니까?

  • 인과응보 ()

      노벨상을 타려고한다면, 먼저 뛰어난 인재를 알아볼줄아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의미없는 성공과 의미있는 실패를 구별할줄 알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경험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지적재산으로 계속 남겨야합니다. 이렇게 계속하면, 20~30년쯤 뒤부터는 한국에서도 노벨상수상자들이 배출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 임호랑 ()

      명언이네요. 의미없는 성공과 의미있는 실패! 영국회사에서도 '실패에서 교훈을 배우는 것'을 중요한 연구개발과정으로 보더군요. 상식인데, 그게 안되는게 아마와 프로의 차입니다. 똑똑한 문과 관료는 현란한 언어를 이해하고 치밀한 논리로 기획을 하지만, 이런 단순한 실무적 교훈과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죠.

  • 소요유 ()

      임호랑님 말쌈이 가슘에....

  • 인과응보 ()

      저는 낙관적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곧 영국이나 일본처럼,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떠나서 의미있는 시도가 평가받는 사회가 될것입니다. 이제까지 과학기술은 선진국에서 돈주고 사왔기때문에 실패가 용납될 틈이 없었읍니다만, 이제는 돈주고 사올만한 과학기술이 없고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당장 제가하고있는 분야도 독일과 공동연구를 하고있지만, 정말 원하는 기술은 안판다고 하는군요.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읍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안팔아야 우리스스로 만들 기회가 오거든요.

  • Cognito ()

      인과응보님말씀에 적극동의한표!...한강은 망각의 강 같아요..아마 국회의사당이 여의도에 있는 걸 보면 좋은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높으신 양반 부터 학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쩝~~낡은 지도로 새로운 곳을 찾고 있는 사람들 처럼 보입니다^^



과학기술칼럼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382 답변글 [디지탈타임스] 리눅스PC 관공서 보급사업 "헛발질" 댓글 1 김용국 11-18 3039 0
381 답변글 [전자신문]英 "오픈 소스 SW 적극 지원" 댓글 2 김용국 11-18 2797 0
380 답변글 [연합] 日, 전자정부서 `脫 윈도' 추진 댓글 2 김용국 11-16 2763 0
열람중 [한겨레21] 창의력은 가둘 수 없는 새 댓글 7 K.Tommy 11-12 3840 0
378 [칼럼] "Copyright? Copyleft? 댓글 1 최성우 11-12 4187 0
377 EU-아프리카 단체, 윈도 대신 리눅스 잇단 선택 댓글 8 인과응보 11-11 3586 0
376 경제특구법에 대한 민주노총의 시각입니다. 댓글 6 이봉춘 11-10 2979 1
375 답변글 [매경TV]경제특구법 원안처리로 방향 선회 댓글 4 김용국 11-13 2888 3
374 [한경]경제자유지역 어디서나 신청 가능..국회 재경위 요건 완화 -> 누더기 경제특구법안이 통과..... 댓글 1 김용국 11-08 2953 1
373 [매경] 대선주자 정책점검 / (8) 新성장동력 뭔가 ; 과학기술 연구개발 빼고 뭐가 있습니까? 김덕양 11-08 2920 0
372 [칼럼] '빅 브라더(Big brother)와 파놉티콘' 최성우 11-07 4545 0
371 저희 학교 대학신문에 실렸던 진보정당 대선후보 인터뷰 내용입니다. 댓글 4 전기공학도 11-06 3105 0
370 [연합뉴스] "`겨레과학기술 도구 체험전' 개최" 댓글 3 소요유 11-06 2891 0
369 답변글 [re] [연합뉴스] "`겨레과학기술 도구 체험전' 개최" - 보충보도자료 소요유 11-06 2805 0
368 과학 박물관에 대해.... 댓글 7 김경우 11-05 3293 2
367 답변글 [re] why 비현실적? 영국, 일본, 미국 등의 경우... 댓글 8 임호랑 11-05 3179 0
366 2차 산업은 사양산업인가? 댓글 8 인과응보 11-04 3948 5
365 답변글 [re] 공감입니다 유종완 11-15 2784 0
364 [한겨레 기고 2. 10] 과학기술인이여 일어나라 여인철 11-02 3098 0
363 [칼럼] 사육되기를 거부하고 정글의 지배자가 되라 댓글 17 박상욱 11-02 4111 3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