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세부계획읽고서]이공계 기피 원인 파악에 문제가 있지 않나요?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2-02-2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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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문화포럼(http://forum.postech.ac.kr)의 자유게시판에서 인용해 왔습니다.
현재 이공계 인력 수급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한 글입니다.
많이 읽고 답글 달아주시길...

p.s 우리 나라의 인력 수급 문제의 혼선은 이공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특히 중등교원과 사범대 및 교직이수 과정),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교대의 예를 들어 주셨는데 제 생각에 교대는 우리 나라에서 그래도 인력 수급이 그런대로 잘 맞는 몇 안 되는 부문이라고 생각합니다.(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제외하면 100% 국립이기 때문)

그리고 요즘 대부분의 시, 군 교육청별로 성적이 우수한 초, 중학생을 대상으로 이른바 '과학영재교실'이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비추어 1980년대 이후 추진해 온 소위 '영재교육'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혹시 한때 '과학 영재'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았거나 현재 '영재'인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들의 의견 또한 경청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 추진하고 있는 소위 '과학영재학교' 및 '영재교육특별법' 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 이름:박종우 (pjwp@dreamwiz.com)
◎ 2002/2/25(월) 14:39 (MSIE5.0,Windows98) 161.122.22.183 1024x768
 
 이공계 기피현상 토론회를 보고... 

요즘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 매스컴에서 정부 관계자나 각 계 전문가 및 학부모들의 의견을 많이 보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과기부 후원아래 서울대에서 토론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시된 의견들은 그 어느 것도 근본적인 원인분석이 결여되어 그 대책도 실효성이 의심되는 것이 많으므로 여기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모든 사회, 경제 현상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공계 인력 수급도 이와 같아서 지난 20 여년간 정부는 고등학교의 이과반과 대학의 이공계 정원을 대폭 늘리고, 이공계 석박사를 양산하여 고급인력을 저렴하게 활용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러한 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어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나라의 공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되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물과 공기가 보석보다 귀중해도 값은 형편 없듯이, 이공계 인력의 수요를 초과한 지나친 공급은 석박사 등 고급인력까지도 그 가치를 떨어뜨려 싸구려 인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더구나 최근 경제위기로 그 수요가 더욱 급감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심지어는 석박사 학위를 받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태가 수년 전부터 발생해 왔다. 즉, 기업은 이공계 인력채용을 줄이는 것도 부족하여, 기업부설 연구소의 문을 닫거나 이공계 인력을 우선적으로 축소하였으며, 정부도
출연연의 인력 축소, 정년단축, 계약제 강화 등으로 연구인력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

이와 같이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도 줄어드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므로 지금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런 사회현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공급적인 측면에서는 학생들을 억지로 이공계로 진학하도록 해서는 안되
고, 오히려 이공계로 진학하는 것을 억제 하여 공급 과잉을 막아야 한다. 한편 수요적인 측면에서는 기술인력과 개발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증대하고 각종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이공계 인력의 수요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수립에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꾀하고, 항상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주시하여 정책을 적절히 조정해 나가야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과거 정책은 비유하자면 초보운전과 같아서 자동차의 운전대(정책)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 차선을 한참 벗어나서야 운전대를 갑자기 다른 쪽으로 지나치게 틀어 반대 편 차선으로 넘어가게 하고, 또 반대편으로 한참 벗어나서야 잘못을 깨닫고 다시 그 반대방향으로 운전대를 확 틀어 또 다른 차선으로 넘어가게 함으로써 그 안에 탄 승객(국민)들이 갈피를 못 잡고 이리 저리 비틀대게 해온 것과 같다.

갈팡질팡 정책은 특히 교육정책에서 극심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아 왔으며, 이공계 수급과 관련해서도 과거에 이공계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여, 고등학교의 이공계 반과 대학의 이공계 정원을 급격히 늘림으로써 오래 전부터 이공계의 공급과잉이 초래되어 석박사학위를 가지고도 몇년간이나 취직을 못하여, 하는 수 없이 전혀 다른 분야로 진출한다는 보도가 허다하게 보도되었음에도 문제가 심각해진 지금에야 허둥대고 있다. 어디 이 뿐이랴! 지금 일부 학교는 건물이 없는데도 단기간에 일률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중고등 학급증설은 어떤가? 또 최근 학교 선생님들을 내쫓다시피 하고서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자라니까 일단 엉뚱한 곳에서라도 데려오고 보자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십수년 전에 많은 교대졸업생들이 갈 곳이 없어 몇년간이나 임용이 안되어 딴 길을 간 것을 벌써 잊었는가? 지금 모자란다고 다른 곳에서 당장 수천명을 데려오면 앞으로 교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몇년 후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의약분업은? 아이고 그만하자...이러한 것들이 모두 대표적인 갈팡질팡 졸속정책이다.

지금까지 이공계 기피에 대해 대중매체에 발표된 여러가지 대책들은 대부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것들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그 예로서 과기부 및 기초과학문화포럼에서 제시된 의견 중 "과학교육 확대", "과학을 국영수 수준의 핵심 과목화", "5백만 과학기술자와 청소년의 결연운동", "과학 대국민 널리 알리기 사업강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도대체 수요가 없는데 과학을 가르쳐 뭐하겠다는 것인가? 과학자가 자기 자식에게는 이공계를 가지마라고 하면서 결연맺은 청소년에게는 억지로 이공계를 가라고 유도하란 말인가? 그래서 그 청소년이 이공계를 나와서 실업자로 전전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리고 힘들게 박사학위를 받고, 요행히 연구소 등에 취직하였더라도 선택과 집중으로 일부 분야에만 치중된 연구비로 인해 어떤 연구팀은 연구비가 남아돌아도 연구원 충원이 안되어 연구를 포기하가 하면 다른 대부분의 연구팀은 연구비 확보(더 정확하게는 내부흡수액의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현실에서 계약제, 상대평가제(10%는 반드시 최하위평가를 주어 재계약에 반영, 이론상 5년동안 최대 50% 재계약 불허) 등으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하란 말인가? 그것도 부족하여, 이미 과학의 현실과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국민에게까지 과학의 무엇을 널리 알리잔 말인가? 국민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같은 포럼에서 연구원 모집에 응시자가 적고, 적임자를 뽑는 데 몇년이 걸린다는 것이 현재 이공계 인재가 부족한 데 기인한 것처럼 발표하였는 바, 이것은 이공계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줄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공계 대학을 졸업
하고도, 석박사학위를 받고도 오갈데 없는 사람이 주위에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연구원 모집에 응시자가 적은 것은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연구원을 기피하기 때문이요, 몇년 동안 적임자를 뽑지 못한 것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대학에서 배운 학문이 현실에서 필요로하는 것과 동떨어진 데다가 꼭 필요로하는 인재는 국내외 대학이나 기업에도 그 수요가 많기 때문에 신분이 불안하고 보수가 적은 국내 연구소를 기피한 결과이다.
 
결론적으로, 인위적이고 단기적인 억지 정책은 피하고, 지난 수년간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여 호구지책으로 마음에도 없는 분야에서 또는 일없이 떠 돌고 있는 이공계 출신의 일자리 창출과 활용책을 세움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서 이공계를 나오고도 다른 분야 못지 않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신분 불안에 떨지 않고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케 한다면 청소년들에게 이공계로 가지마라고 해도 가게되는 날이 올것이다.



 

>정부부처 관계자 여러분들 원인 파악하고 해결책 마련하는라 참 애쓰시는 것 같네요.
>내용이 그럴듯한것 같기도 하지만 다시금 쳐다보면 뭔가 석연치 않다라는 것을 느끼
>게 됩니다.
>
>우선 확인할 수 있는것은 <과학기술인력의 양적, 질적 수급 불균형>에 관한 내용입니다.
>간단히 말해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고급연구인력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문기술직 인력부족이라는 모순된
>판단을 내리는 군요. 어쨌든 논지는 향후 전략과학기술분야를 위해 새로운 인력을 양성
>공급하기위해 노력하겠단 겁니다. '전문인력의 차질없는 양성공급'이라 용어를 사용하는
>군요. 상확을 어떻게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입니다. 하긴 수험
>생을 '유도'하려면 지금껏 공수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양산(?)해낸 기존의 159900
>명보다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야할 신규 40000명을 위한 논리가 필요한건가요...
>
>한편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및 현장성 강화>을 보면, 목표가 '인력 수요자인 기업의 요
>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인력교육...' 입니다. 이부분은 -첫번째 부분과 연관이 되는데-
>여태껏 배출된 이공계열 인적 자원이 기업의 요구에 충족시키기 어려운 존재였다(?)는것
>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는 현 사태의 원인을 해결책으로 다시금 제안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이공계인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는 다시 내동댕이 쳐질 수 있는 것입니다.
>
>이 두사실로 본다면, 정부는 '시장이 요구하는 형태의 노동인력'을 공급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원인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선배들이 쓸데없는 공부를 많이 한게 죄라는 군요.
>
>지금의 문제는 시장원리에 의한 교육정책으로 인해 양적으로 팽창한 고급인력풀도 한몫을
>한것이고 (신입생때는 이 대열에는 인문사회계열만 서있는줄 알았고 기초학문 걱정 쪼~끔 했었습니다 --:), 장기적 안목으로 시장을 바라볼줄 모르는 관료주의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전자가 상처를 곪게했고 후자가 IMF를 이용해서 터뜨린거죠. 현재 논의되는 고용안정에 대한  걱정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적/사회적 환경에 대한 이 수많은 푸념들이 그 결과죠.
>
>고등학생들의 왜 이공계를 기피하겠습니까? 가봐야 박봉에 시달릴것을 눈치챘고, 언제짤릴지 모른다는 것을 눈치챘고, 졸업앨범속에서 스테이플러에 찍힌채 묶음으로 넘겨져야하는 수많은 익명의 공대생 중의 하나가 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고학력 실업률 추이의 경향과 전문기술직 부족률의 추이가 같은 경향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것을 참고 자료로 제시한 기술인력의 양적/질적 불균형이 진정 그 근본 원인이겠습니까? 
>
>
>
>
>
>
  • 손영일 ()

      제가 가장 걱정스러워 하는 것은 소위 수학과학영재로 판단되는 사람들조차 의대로 몰려가고 있다는 것이죠..

  • 손영일 ()

      과학고제도가 미래의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받치는 기둥과 같이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명문대 진학을 위한 지름길로 변형되더니.. 이제는 의대로 몰려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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