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글쎄요, 단순하게 수요/공급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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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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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공계 기피의 원인을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측면 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는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듧니다.
 
제 (80학번)가 대학원을 다닌 1980년대 중반에 이공계통의 대학원 정원 대폭 늘었습니다. 제 옆과의 경우 대학원 정원이 50%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물론 우리과도 마찬가지구요.  한편 각대학에서 공대 신설 붐이 일었습니다. 아마 80년대는 사립대는 물론 국립대까지 너도 나도 이공대를 신설했습니다. 특히 대학원을 많이 늘렸습니다. 사립대는 돈벌이 수단으로 국립대는 '팽창주의적인 성격'때문이기는 했습니다. 그 당시 정부정책이 수도권 인구억제 정책을 취하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의 정원을 동결하는 정책을 취했지만 이공계통, 특히 공대를 신설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때 국가적으로 볼때 우리나라에서 이공 계통의 대학 혹은 대학원 정원을 늘려왔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갖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인재가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니기때문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고등인력 확보정책이 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단순히 수요공급 측면에서 보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우리가 걱정할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즉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가치로 회복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피상적으로 나타난 수요공급 측면, 현 젊은 세대의 가치관 (easy going), 뭐 이런 문제라면  우리가 여기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을 지 모릅니다.  공급이 달리면 당연히 가치가 올라갈 테고, 모든 젊은이 들이 easy going하는 것은 아니므로 '심지가 곧은'  젊은 이들이 있을테니가요.

논리를 비약해 생각해보면 현재 '한국에서 봐서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나 다른 곳으로 몰려간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우수한 인재가 반드시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재라 할수 없기'때문입니다. 즉 현재 이공계통이 미달된다 하더라도  시스템만 잘 갖추어져 있으면 그들만 데리고 잘 키운다면 세계적으로 그렇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타난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것이 이렇게 단순한 이유로  만으로 발생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은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보고 십습니다. 

첫째, 이공계통의 인재들에대한 사회적 지위문제입니다. 특히 과거의 사회적  문화적  뿌리깊은 악습이 아직도 현존하고 있단느 것입니다. 즉 이공계통 전공자는 영원히 '중인'신분이라는 거입니다. 특히  정부 고위관료직에 기술고시 출신들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기시출신이 무슨 현대의 '육두품'입니까 ?

개인적으로 대학 3년때 '문과' 계통 대학에 간 고등학교 동기의 말이 '이공대에 간 넘들하고는 이야기가 안돼' 하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못 느꼈지만 그때 벌써 차별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제가 근무하는 정부출연구소인 경우 가장 큰 구조적인 문제가 연구소의 주인이 연구원이 아니라 문과출신인 '행정원'이라는 것입니다.  이공계통의 연구원은 그야말로 '고용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이런 것이 연구소 최고잭임자인 소장이나 원장이 '이공계 박사출신'이라 하더라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원인인 이공계통이 사회문제나 사회를 이끌어 간다는 의식이 적을 뿐만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한 소양, 즉 연구소장의 경우 법리적 문제, 행정 절차문제 등의 공부에  소홀히 한 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때 공급이 지금보다 더 작았더라면 현재보다 더 적은 수의  이공계통이 관계나 정치계에 진출해서 지금보다 더 나아질게 없는 사회적 지위를 갖었었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둘째, 우리사회는 경제적 개방성과는 관계없이 너무 폐쇄적인 사회입니다. 특히 인적교류면에서 말입니다.  즉 우리끼리만 살고자 하는 사회입니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을 우리나라에 국한하여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어차피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해먹고 사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면 (실제 그렇고요) 개방은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로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이공계통에서 공부하고 외국에 취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즉 '진취적이되자'입니다. 
그러자면 국내의 고등인력시장, 예를들면 포스트닥 포지션등을 국제적으로 개방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것은 그 들의  능력을 우리가 가져다 쓰자는 취지와 함께 우리자체 시스템의 변활를 유도하자는 취지입니다. 즉 국제적으로 한국은 고등 인력을 교류할 수 있는 나라가 되야합니다.     
 
셋째, 교육의 문제입니다. 즉 그 많은 이공대를 세워 그 많은 인재를 배출했으면서 국제 경쟁력있는 인재를 많이 배출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여러 문화적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한 상위 50%인재들이 다른 나라에 포스트닥으로 경쟁하여 갈 수 있는 실력들을  갖추었느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제분야만을 국한해보면 최근 5년간 이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국내에 20명, 외국 유학 10여명입니다. 그중에서 국내포스트닥 장학금을 제외하고 외국에 '국제적 경쟁에서  포스트닥으로 간 사람' 수가 국내 3명, 외국 8명, 즉 국내의 국제경쟁률은 15%내외이고, 외국에 유학 가는 경우는 80%이상까지 경쟁력이 증대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넷째, 전문성과 적응력 문제입니다. 이공 이공계통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문제입니다.  이공계통으로 좁혀보면 '사람은 많은데 정작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문제를 저는 전문성과 적응력의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출신학과에 너무 매여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채용자나 지원자 모두 출신 과에 집착하여 해당분야의 효용성이나  다른 일에서 전문가가 될수 있다는 전문성을 모두 배제합니다.  너무 '이름'에 얽매인다는 뜻입니다. 대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물론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책임자의 경우에는 그 일에 정통해야 겠지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다른과 출신자 왜 못쓰느냐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지원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전공과 똑 같은 일이면 좋겠지만 자신의 평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새로운 공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섯째, 문제를 이와 같이 심화시킨 데에는 위 네가지와 함께 제일 중요한 원인으로 정부의 인식부족과 정책부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문제는 앞으로 이 게시판에서 여러가지로 논의 되어야 할 사항일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문제를 심화시킨 근본적인 원인 중에 하나 일 수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즉 이런 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소수의 이공계통 전공자들이  일시적으로 희소가치에 의한 '경제적 부'를  가져갈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상당기간 동안의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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