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論 - (5) 재즈(Jazz)에 비친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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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ydos
등록일
2004-04-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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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재즈에 비친 원리입니다.

쉽기는 하지만 반대로 무겁고 다소 딱딱했던 분위기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입니다.


먼저, 내가 이 글에서 발표하는 내용이

내가 전에는 없던 어떤 신기한 치료법을
새로 개발하거나 발명했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원래부터 자연 안에 있던 원리를,
하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간단한 원리를 본 것입니다.

내가 만약 아직도 '나는 내가 아니에요'하면서
남들보다 더 잘나기를 원하고
또 남을 이기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내용을 쉽사리 알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헛된 '생각'에서 벗어난 사람으로서,
또한 이러한 역할을 사회 안에서 부여받은 사람으로서,

주위의 많은 이웃에게
또한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앞의 글에서 이미 설명한대로
한 일반 사이트에 글을 올린 결과,

영화 얘기를 다룬 1부는 조회수가 600이 넘는데,
글 2부부터는 조회수가 300 이하로 뚝 떨어집니다.

그리고 역시 1부에 대해서는
좋다는 의견과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며,
반박을 하는 글이 여럿 있었지만

2부부터는 그러한 반응조차 뚝 떨어집니다.


대략 1년 전, 글로 올리는 내용을 보게 되면서

한 편으로는 '이제 우리나라도 살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심정과

다른 한 편으로
'바로 이러한 우리 사회가 이를 받아들임에 있어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함께 마음을 스쳤었습니다.


병원을 찾아 상담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첫 시간 그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를 비쳐보여 주었을 때,
대략 반수는 다음부터 오지 않습니다.

나머지 반의 경우도 고통스러운 상담과정에서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소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게 되면

그 비율은 정확히 절반이 될 것입니다.


대략 1년 전, 이러한 사실을 보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진리는 매우 간단하다는 것입니다.

E = mC2(자승) 이라는 간단한 공식 안에
우주 만물의 운행 원리가 다 들어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패러디의 오른손법칙, 왼손법칙.
V = gt2(자승)이라는 만유인력의 법칙.

모두가 아주 간단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자연의 원리를
인류는 지난 10만년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무엇이든 알고 보면 참 쉽습니다.


이제 인류는 지난 10만년간 베일에 싸여 볼 수 없었던
인간의 '정신'과 '생각'의 간단한 원리를 보게 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있어왔던, 늘 있어 왔던 원리를
이제는 때가 되어 보게 된 것입니다.


도처에서 이러한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사인들이 있습니다.

한 때, 문화나 사상계를 지배했던
'포스트모던(Post-Modern)' 이란 화두 역시 그렇습니다.

고대, 중세, 근대를 넘어 지금은 '현대'이고
그 현대를 지나면 바로 그 현재가 다시 현대가 되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생각이거나 마음에는
'포스트모던'이란 이상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포스트모던이란 말은 모던(Modern),
즉 현대를 뒤따르는 그 다음 시대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현대까지를 완전히 벗어난 시대라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이 단어 역시 바로 얼마 후에 펼쳐질
인류의 상황을 미리 앞서서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또 앞에서도 말했지만, 20세기 초에 마트로시카 인형이 처음 나옵니다.
그리고 그 얼마 후 한 사람으로부터
모든 만물과 생명체가 바로 이러한 원리로 운행한다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다른 여러 부분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새로운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내가 지난 1년 간
더불어 보게 된 것이 바로 재즈(Jazz)입니다.



재즈를 가까이 접하게 된 것이 또한 바로 1년 전 부터입니다.

이전 전세로 살던 집에서 계약 기간이 다되어
집주인에게 문의할 때까지는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작스레 한 달도 남지 않은 어느 날까지 집을 비우라고 하더군요.

말로 될 사람도 아니고, 하는 수 없이
급하게 구해서 1년 전 지금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고층건물은 피했으면 했고,
1층이고 밟을 땅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마침 그러한 집이 있었고 집이 이전 살던 집보다는 훨씬 넓었지만
전세라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와 살다보니, 거실이 좀더 넓어서인지
오디오 소리가 오다가 맙니다.

그래서 크게 마음먹고 중고 오디오 장터를 들어가
좀더 힘이 센 것으로 오디오를 바꾸었습니다.

또한 이 무렵 병원의 컴퓨터가 너무 오래되어 다시 구입을 하면서,
앞으로는 자료를 Floppy Dlsc보다는 CD로 다룰 것 같아
구입하면서 선택사양으로 CD Writer도 포함시켰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간에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오랜 친구로부터 음악CD를 스스로 굽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뒤에 다시 말하겠지만 이 모든 것이
우연한 기회에 마치 재즈의 엇박자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그 얼마 후에 소리바다를 들어가서
70년대 즐겨듣던 팝송을 모아 처음 CD를 구웠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Ben,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등등.

그런데 그 좋아하던 것들을 한데 모아 만들었는데,
만들어 들어보니 별로 좋지도 와 닿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싫어했습니다.

이어 오래 전부터 조금씩 알아왔던 재즈를 모아
다시 CD를 구웠습니다.

그런데 들으니 예전 좋아했던 팝송들보다 훨씬 좋고 편하더군요.

그리고 더욱 놀라웠던 것이
휴일 같은 날 하루 종일을 틀어 놓아도
아이들이 거부감을 보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웬일일까?
아마도 재즈는 전자음이 아니라 모두 자연의 악기 그대로를
unplugged 상태로 연주해서인가 보다 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거부감이 없다면 재즈가 바로
자연의 소리이자 리듬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게 스쳤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이를 확인하게 됩니다.


하루 상담을 7시간씩 하고 어떤 날은
무지막지한 '생각'과 싸우느라 파김치가 되어 집에 옵니다.

그런데 아이들 자는 시간이 지나서
거실에서, 조금 후에 직접 들으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CD를 틀고
소파에 앉아있는데 어느새 잠이 들어있는 나를 보게 됩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트럼펫 주자인데
트럼펫을 참 힘들게 부는 사람입니다.

그런 힘든 음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나를 보았고
매우 신기했습니다.

요즘도 병원에서 잠깐 틈을 이용해 낮잠을 청할 때는
재즈를 제법 크게 틀어놓습니다.


이후 이전에는 모르고 있었던 재즈를 주로 소리바다를 통해
모으기 시작했고 여러 장의 CD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 또한 우연히 접하게 됐지만
재즈 연주자의 생애를 요약한 글을 역시 인터넷을 통해 보게 됐습니다.


어찌 보면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인터넷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다른 말을 한 가지 더하자면
생각은 생각의 방식대로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생각'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 바로 컴퓨터이고
또한 인터넷일 것입니다.

전 세계가 빛의 속도로 동시에 연결됩니다.
남에게 뒤질세라 우리 사회도 다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돼 있습니다.

이렇게 빠른 인터넷망을 통해
'생각이 없어지는 사실과 과정' 역시 빠르게 전파될 것입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재즈의 특성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째,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재즈를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간의 모든 생각은 잘 짜여져 있어야 합니다.
자기모순을 지녀도 안 되고,
쉽게 허점을 보여도 안 됩니다.

이것은 이것이고 또 저것은 반드시 저것이어야 합니다.
그만큼 행복이 있고 또 그만큼 불행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흐트러지게 된다면,
잘못해서 순간 방심한 사이, '나는 나예요'가 될 수 있고
그러면 끝장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돈된 생각(허상)을 지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재즈는 이러한 정돈된 생각을 흩트리게 만드는 위해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재즈를 싫어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차라리 가요나 클래식을 선호합니다.
틀에 맞게 잘 짜여져 자신의 생각과 같기 때문이고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흩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즈의 두 번째 특성은 엇박자입니다.
정확한 용어로는 당김음(Syncopation)이고 그래서
재즈 연주자를 Syncopator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재즈를 하는 사람들에게 재즈의 의미는 바로 '자유'라는 말로
정의된다고 합니다.

클래식에서는 지휘자의 지휘봉이 저점을 통과하는 순간 한 박자가 시작되고
지휘봉이 고점까지 갔다가 다시 저점을 통과하면서 한 박자가 끝납니다.

하지만 재즈에서는 이러한 고정된 틀을 무시합니다.
대신 이러한 박자의 시작과 끝을 자기의 '마음'에 맡겨 버립니다.

그래서 재즈의 정의가 '자유'가 됩니다.

멜로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틀에 정해진 대로, 악보에 쓰인 대로가 아닙디다.

악보의 주제를 모두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멜로디에 대해 자신의 마음이 반응하는 대로 따라갑니다.

이 '엇박자'가 바로 자연의 리듬입니다.


인간은 그 언제부터인가 시간의 흐름 위에 인위적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또 그 선은 인간의 '생각'과 같이 정확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정확하게 설정해 놓은 인위적인 시간에다
거꾸로 자연의 리듬을 옮겨 놓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제반 인간사가 인간의 '생각'대로
제박자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내가 재즈를 접하게 된 과정이 바로 그랬습니다.
또한 상담과정에서의 모든 상황이 그렇습니다.
엇박자입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건을 예로 보겠습니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이 터집니다.

그리고 역시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역시 비슷한 사건이 터집니다.

마치 재즈의 엇박자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사건이 터집니다.

그저 우연만이 아닙니다.

6부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들 사건은 바로 우리 사회가 이제는 집착의 시대가 끝남과 동시에
분노의 시대가 개막된다는 사실을
재즈의 엇박자처럼 직전에 또 직후에 알린 것입니다.

다시 다루겠지만,
애정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엄청난 병적인 동기 두 가지가
바로 집착과 분노입니다.

집착이란 사랑받지 못한 사람으로서 평생 사랑받겠다고 매달리는 동기이고,
분노 역시 사랑받지 못함으로써 생긴 엄청난 감정적 응어리입니다.

집착과 분노는 동시에 생겨난 것으로서
같은 크기이고 서로는 동전의 앞뒷면을 이룹니다.

또 하나의 원칙이 있는데,
분노라는 것은 집착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을 때 터져 나옵니다.

그러기 전에 미리 분노를 터뜨린다면
스스로 사랑받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현재 시점이 바로 그렇습니다.

88 올림픽까지 우리 사회는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오르려고
지난 800년을 통해 끝없이 집착했었고,

또 이것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이후로 잠시 평평한 시기(Plateau)를 보내는가 싶더니
곧 하강곡선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IMF를 겪게 되고,
이것이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겠지 하면서 다시 기대를 했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대 또한 어리석고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시 곧 드러나게 됩니다.

이 상황을 미리 알린 사건이 바로 대구 방화사건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우리 사회가 분노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자연은 엇박자로 미리 알려준 것입니다.


집착은 원하는 것을 통해 '나는 내가 아니에요'를 이루겠다는 것으로서
결국 '나는 내가 아니에요'를 하는 것이고,

분노 역시 자신이 평생 원했던 '나는 내가 아니에요'가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럴듯한 다른 대상이나 내용을 잡아 분노를 뿜어내는 것이고,

'나는 내가 아닌데, 바로 너 때문에 또는 어떤 것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라고 하는 것으로서

결국 끝내 '나는 내가 아니에요'를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재즈의 세 번째 특성은,
바로 재즈를 하는 사람들이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가당착을 일으켜 결국 '생각'이 해체된다는 내용입니다.

자유를 추구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런 자유라는 화두에 매달려 기존의 리듬과 멜로디를
스스로 해체시키는 과정에서
모든 생각이 같이 해체되는 과정을 함께 겪게 됩니다.


재즈 연주자들을 보면 거의 모두가 마약중독자들입니다.

마약을 하지 않고는 더 이상 새로운 리듬과 터치(touch)를 연주할 수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재즈의 역사가 그러하듯이, 재즈가 바로 흑인들의 한(恨)이라서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리듬과 멜로디 모두를 해체시키는 과정에서
기존의 모든 생각 또한 해체되고
또한 나 자신의 존재 또한 해체되면서 끝없는 '허무'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보여드리고 싶지만,
한달 쯤 전에 할인점에서 9,900원에 파는 DVD 타이틀 중에서
우연히 재즈 연주자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집에 DVD 플레이어가 없지만
컴퓨터로 볼 수 있어 구입을 했고 보면서 무척 놀랐습니다.

몽크는 피아노 주자로서,
재즈 장르로는 비밥(Bebob) 재즈의 대표 연주자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마약을 하지 않았지만,
점차로 나이가 들면서 이상한 기행을 일삼고
그 누구도 이 사람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정신병원에 몇 번을 드나들었고,
아마도 병명이 정신분열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아직 활동을 할 수 있는 체력과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연주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음악을 통해 기존 생각의 틀을 해체하면서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이 없어지는 그러한 지경까지 간 것이고,
이것이 두려워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음악을 결국
놓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의 병명이 정신분열병이었다는 것이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실제 상담과정에서 그 동안 '나는 내가 아니에요'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이 '나는 나예요'를 모두 받아들이고

모든 생각이 없어지는 과정이 이 사람이 아마도 겪었을
그런 경험과 매우 흡사합니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에게서
그 전까지는 정신분열병 상태가 아닌 상태로 있다가
정신분열병으로 이환되는 과정이 있습니다.

즉 어느 한 순간에, 아니던 사람이 정신분열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것으로서
이인증(離人症, Depersonalization)과
현실감소실(現實感消失, Derealization)등이 있습니다.

전자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고 또는
'내가 다른 내가 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후자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즉 이 상황에서 환자는 자신이 미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환자가 스스로 의사를 찾기도 하는데
종래의 상황에서도 이런 경우 그 치료적 예후(豫後)는 좋습니다.

이 둘을 합친 단어가
세계몰락감(世界沒落感, Welt untergangsgefuehl)입니다.
즉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사라지고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이 시기를 빠른 시간에 통과해서
결국 '생각'이 원하는 '가상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이 내용이 왜 중요한가 하면,
그 동안 평생을 '나는 내가 아니에요' 하고 살던 사람이
'나는 나예요'를 받아들여서 모든 생각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겪게 되는 것도 방향은 반대이지만 똑같다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가상의 세계로 들어갈 때나,
반대로 가상의 세계에서 모든 생각이 없어지면서 현실세계로 올 때나
같은 세계몰락감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상담 과정에서 이 과정을 갓 통과한 사람들은
순간 자신이 미친 것 아닌가 하는 공포에 싸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미친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아니에요'하면서 미친 사람으로 있다가
이제서야 그러한 있지도 않는 '생각'에서 벗어나
난생 처음으로 '현실 세계'로 온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음악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는 과정에서
더불어 생각이 해체되면서 아무 것도 남지 않는 '허무'를 겪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누구도 몰랐던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
많은 연주자들이 마약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재즈의 역사를 간단히 보겠습니다.

재즈의 역사는 19세기 말 프랑스 선교사들이
흑인들에게 서양의 악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흑인들의 토속적인 멜로디와 리듬으로 이루어진 음악이 나오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어 1910년대의 뉴올리언즈 재즈(New Orleans Jazz) 또는
딕시랜드 재즈(Dixieland Jazz),
1920년대의 시카고 재즈(Chicago Jazz)를 거쳐

재즈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30년대의 스윙(Swing)에 이르게 됩니다.

이어 1940년대의 비밥(Bebob)에 이르는데,
이 비밥 이전까지를 전통재즈(Traditional Jazz) 또는
고전재즈(Classical Jazz)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후 1950년대의 쿨재즈(Cool Jazz)에 이어
1960년대의 하드밥재즈(Hardbob Jazz)로 넘어가는데,

그 이후에는 1970년대에 프리재즈(Free Jazz)와 퓨전(Fusion)으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재즈는 일단 막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실제 음악을 들어보겠습니다.

재즈를 전문하는 사람들은 재즈를 위와 같이 분류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즈라는 것이 지난 100년 사이에 밀려 왔다가 멀어져간
한 시대의 음악 유형만은 아니라는 것을 본 나로서는

이러한 분류는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재즈는 재즈를 짓고 연주한 그 어떠한 사람들도 알거나 깨닫지 못했지만
그 동안 인류가 갖고 살았던 '생각'이 해체되는 과정이
음악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서
단지 음악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재즈를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 째 범주를 '생각'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즉 재즈는 흑인의 한(恨)을 노래한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주제가 바로 블루스(Blues)입니다.

그래서 이 '생각' 안에는 슬픔이 있고 불행이 있습니다.


음악을 들어 보겠습니다.

췻 베이커(Chet Baker)의 'Almost Blue'입니다.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뜨면 숨기기를 하시고 음악을 들으시면서
글을 계속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Real Player로 음악이 연주되도록 설정이 되었는데 안된다면,
Windows Media Player로 연주되도록 설정을 바꾸시면 됩니다.


[Click !]


곡이 길지만 내용은 쉽습니다.
우울하고 또 슬픕니다.

'슬픔이 가득하여 오히려 듣는 이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음악'이
바로 Chet Baker의 음악이라고
누군가가 평을 했습니다.

췻 베이커는 끊임없이 술, 마약 그리고 여자에 빠져있었고,
59세였던 1988년 네덜란드 투어 도중 자신이 묶던 호텔에서
의문의 추락사로 생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이런 블루스에 반해 1930년대 들어 주류를 이루었던 스윙(Swing)에는
이러한 슬픔이나 불행이 없습니다.

반대로 기쁨과 즐거움, 흥겨움으로 대체됩니다.

다시 말해 생각 안에서 블루스(Blues)의 반대 대극으로
보상된 것입니다.

우울증의 보상된 모습이 조증인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를 가지 못하고 비밥(Bebob)으로 넘어가면서
생각은 해체되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범주가 '생각의 해체'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Autumn Leaves'입니다.

[Click !]


처음부터 그럴 듯한 전주(前奏)가 흐릅니다.
재즈에 이렇게 화려한 전주가 등장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이어 트럼펫이 곡의 멜로디를 멋지게 꺼냅니다.
제목이 고엽(枯葉)이니 당연히 우울하고 외롭고 또 쓸쓸합니다.

이 곡은 생각을 가지고 생각 속에서 살던 사람이 의사에게 와서
그 모든 잘못된 생각을 깨닫고,
종국에는 모든 생각이 해체되면서
생각으로부터 깨어나기까지의 치료 과정과 너무 흡사합니다.

트럼펫이 바로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외롭고 우울하고 쓸쓸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의사에게 와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합니다.

멜로디를 다 연주한 트럼펫은 그 끝에서
마치 '내가 이렇게 외롭고 우울한데 어떻게 하면 되나'욧'?'하는 듯
의사인 색소폰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이를 받은 치료자로서의 색소폰은
트럼펫이 원하는 방식의 대답은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이런 생각도, 저런 생각도 다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가 하는일은 당신이 평생 그렇게 원하던 것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이 당신의 그러한 있지도 않은 생각을 보고 깨달아서
그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도록,
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트럼펫의 멜로디와 리듬을 결코 따라가지 않습니다.
모두 해체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트럼펫의 '생각'은 그 어느 것도 그렇지 않다고 하는것이고,
모든 '생각'이 다 틀렸고 있지도 않다는 것을 지적해줍니다.


다시 트럼펫은 색소폰의 말에 다시 응답합니다.

'그래도 이건 이것이고, 저건 저것 아니겠습니까.'

'다 아니란 말입니까.'

주장을 해보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근거를 댈 수 없습니다.
이전의 '생각'을 계속 주장할 수가 없습니다.

멜로디는 전과는 다르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그리고는 힘이 빠지고, 이어 괴로워 합니다.


이어 트럼펫을 피아노가 이어 받는데,
피아노 역시 트럼펫이 가졌던 그 어떤 멜로디의 형태도 보이지 않습니다.

피아노는 의사라는 거울 앞에 와서 '문제의 나'인 '생각'을
처음 보게 된 '해결하려는 나'이자 '마음'입니다.

이 마음인 피아노가 트럼펫의 멜로디를 이어 받아서는,
낮지만 진지하게 말을 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었지만 그 말이 맞아.'

그러면서 생각인 트럼펫에게 그렇지 않다고,
그 모든 것이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고 말해 줍니다.


이어 마지막에 다다른 트럼펫은 지금까지 가지고 살았던 '생각'을
다시 힘주어 주장합니다.
즉 처음의 멜로디를 힘주어 다시 연주합니다.

하지만 곧 힘을 잃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이를 피아노가 다시 받아서 그 멜로디를 마저 해체시킵니다.

생각이 아무리 주장해도 그것은 단지 있지도 않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보고 '마음'이 깨닫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생각'은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아노가 마무리를 합니다.
물론 멜로디는 이미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바로 '생각'이 해체되어 사라지는 과정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역시 한 때 마약에 빠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일스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 사람이고,
나중에는 락 음악가와 협연을 하기도 해서
기존의 재즈 연주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마일스는 재즈의 가장 중요한 속성인
'생각의 해체'를 가장 충실하게 수행한 재즈 연주자인 것 같습니다.

즉, 끊임없이 모든 기존의 또는 현존하는 '생각'들과 부딪혀서,
이들 모두를 해체시키려 했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일스가 재즈의 영웅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범주가 '그리고, 마음'입니다.

다시 췻 베이커의 'Mo' Better Blues'입니다.

[Click !]


곡이 단순합니다.
이 안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습니다.

간단한 주제를 한 쪽에서 부르면, 곧 다른 쪽이 응답합니다.
이러한 간단한 주제가 계속 반복됩니다.


내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재즈입니다.
집에서 이 음악을 틀어놓고,
어느 한 쪽이 먼저 멜로디에 가사를 붙입니다.

'준-비-됐-나-요?'

하면 다른 쪽이 응답합니다.

'다-아-됐-어-요.'

다시 먼저 말을 꺼낸 쪽이 이에 화답합니다.

'그-럼-갑-시-다.'

다른 쪽이 또 응답합니다.

'아-알-았-어-요'



생각에서 벗어난 세상은 간단하고 또 단순합니다.

여기에는 그 어떤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행복해지겠다고 안달할 필요도 없고,
불행해질까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반대로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의 모든 것이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곡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제목도 특이합니다.

'더 좋은 블루스'?

우울한 블루스가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누가 제목을 붙였는지

아마도 모든 '생각'에서 벗어나면
그 어떠한 문제로부터의 고통 또한 사라진다는 점에서
과거 '좋다'와 '싫다'는 개념에서의 '좋다'는 아니지만

자유롭게 해방되었다는 의미에서의 느낌을
'More Better'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번째 범주의 곡을 하나 더 듣겠습니다.

여러분 다들 아시는 'Take 5'를 연주한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의 'Unsquare Dance'입니다'

[Click !]

이 곡 역시 쉽고 간단합니다.

흔히 응원하면서 3-3-7 박수를 하듯
간단한 리듬에 한 사람씩 서로 어울립니다.

여기에도 역시 불행이나 행복은 없습니다.

간단한 원리(리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그런 모습입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박자입니다.
4/4박자에서 마지막 반 박자가 빠진 형태입니다.
말하자면 7/8박자입니다.

다들 아시는 'Take Five' 역시 제목처럼 5/4박자입니다.

이런 이상한 박자가 듣는 데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 않습니다.

4/4박자, 3/4박자 하는 것은
지난 인류가 가졌던 생각의 원리대로
정확하고 잘 짜여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인위적인 박자에 불과합니다.

자연의 원리는 '3한 4온' 같이,
또 이 곡의 제목과 같이 'unsquare' 합니다.

합리(rational)의 입장에서 보면 비합리(irrational)하지만,
이 비합리하기도한 것이 곧 자연의 원리입니다.

이러한 비합리의 자연의 원리를
딱딱하고 인위적인 '생각'에 모두 끼워 맞추려 했던
바로 그 '생각'이 오히려 비합리적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재즈는 단지 한 시대의 음악의 흐름만은 아닙니다.

인류가 이제는 바로 지난 오랜 시간을 당연한 것으로 가지고 살았던
헛된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때가 되었음을
한 세기를 앞서 알린 것입니다.

그 어느 재즈 연주자도 이런 사실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류라는 한 거대한 생명체는
이미 '생각'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한 세기 전부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마치 재즈의 엇박자처럼 그 직전에 나타나 순간 사라진 것처럼 됐지만,
역시 재즈의 엇박자처럼 곧이어 바로 이러한 원리를
인류는 보고 깨닫게 됐다는 것입니다.



쉬어가는 장이라 했지만
역시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음의 6부에서는 우리 사회로서는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한 구석 건강한 곳이 없고 다 해당됩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몇 가지를 집중적으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올리는 방법과 과정을 자세히 도와주신
골프스카이의 관계자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자정이 넘도록 두 번씩이나 친구에게 붙잡혀,

저자의 의도를 100% 반영하는 훌륭한 그림을
컴퓨터로 그려준 친구 신상균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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