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토론 중 대안없는 비판의 허용 문제(?)

글쓴이
김선영
등록일
2008-03-26 19:20
조회
2,4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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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건
어떤 토론이든지 토론에서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지듯이
정과 반은 항상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어떤 조직이든, 혹은 친구관계나 각종 모임에서도
토론을 하면 양과 음은 항상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비판이라는 것은 토론에서 쓰이는 하나의 스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스킬이기 때문에 제대로 연습하지 않고서는 좋은 토론을 할 수가 없고,
좋은 토론이 안되는 모임이나 인간관계는 결국 파탄에 이르르게 됩니다.

저 스스로 많은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남에게
기분좋은 인상을 주고, 토론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클럽이나 문화는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어울리기보다, 좋은 토론을 통해서 기분이 좋아지고,
해법을 찾아내는 길을 열어주는 가능성이 장점이더군요.

그리고 그런 토론 스킬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와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남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는 토론스킬을 가진 사람(보통 대화스킬도 마찬가지)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적으로 지식의 발로가 넓어지고,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마치 선문답 같은 느낌입니다. 음... 똑같지는 않지만 일례로...

A: 이번에 이러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OOO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 근거는 종알종알...
B: 너 밥은 먹고 다니냐? 그런 말하는 X끼들은 이러이러한 OOO문제점을 전혀 모르는 거야.
    내가 발로 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 ㅂㅅ들...쳇~
A: -_-;;;

이런 대화가 되면 기분이 상한 A는 더이상 B와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대부분 피하려고 듭니다. 아무리 B가 옳은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얻는 것은 그럼 뭘해야 하는가? 어떤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가? 그것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지요.
그리고 B타입인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 A를 이겼다는 생각에 도취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상 무서워서 피한다기보다 더러워서 피하는 경우가 더 많죠.

C: ...A와 똑같은 상황...
D: 음... 그런 문제가 있군요. 저는 그런 점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시하신
    OOO문제점은 이러이러한 XXX 부분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C: 아닙니다. 그 부분은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이미 언급되었지요. 비슷한 제기가 있었습니다.
D: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그 부분을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제가 생각한 것과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군요.

이런 식으로 대화가 핑퐁이 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어가면,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더군요.
하지만 일단 와일드하게 욕부터 몇마디 하고 시작하거나,
지적과시를 위해서 일부러 억지스런 약점만을 찾아서 공격하는 사람과는
맞대응을 피하게 되고, 그런 사람은 결국 사회에서의 왕따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보게됩니다.

결국 d.hong님이나 로터리님도 언급하셨듯이 토론에서 대안없이 비판하는 것!!
그것이 실례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그것보다 대안없이 비판을 하더라도
비판이 비난이 되지 않도록 포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거꾸로
상대가 스스로 대안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닦는 것이 토론을 잘하는 것이 아닐까요?
전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요새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토론 잘하시는 분들과 그 분위기를 보면 정말 부럽더군요.
  • 진실은 다수결! ()

      네... 지금 생각해보니 저도 좋은 비판을 해주지는 못한거 같네요.
    반성해야겠다는...
    확실히 상대에 따라서 그게 핑퐁처럼 이어질 수도 있고, 그대로 끝날 수 있겠군요.
    후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

  • 한반도 ()

      구어체적인 일상생활에서의 대화에서도 매너가 필요하듯이, 인터넷상에서의 토론에서도 매너가 필히 갖춰줘야 할 듯 싶습니다. 물론 이게 바로 김선영님이 언급하신 토론의 '스킬'에 포함되는 거겠지요.

    핑퐁... 정말 멋진 비유네요. 탁구치면서 그저 혼자만 스매싱하려는 욕심을 앞세우다보면 함께 하는 게임의 묘미가 금방 사라지게 되죠. 자꾸 서로를 배려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 그런게 필요한 것 같아요.

  • rune ()

      예시하신 바람직한 대화 방식은 거의 토론의 정석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보기에도 좋고 거부감 없는 가장 바람직한 토론 문화의 예시로 생각됩니다.  상당부문 이 사이트에서 가끔 보이는 토론 문화와 닮아있는 듯도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인지라, 예시하신 토론의 정석이 아닌 경우도 현실에서는 많지요.

    예를 들어 첫번째 예시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로 시작하는 시비조 댓글역시 받아들이는 측에서, 오히려 저런 대응을 유머로 받아치는 여유가 있다면 유익한 토론이 (말초적인) 재미까지 있을 수도 있는 유쾌한 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비판에 재미붙인 비판은 큰 가치를 두지 않는 편입니다.  누군가 제시한 original idea에 반대 급부로 업혀가는 일, 그렇게 생산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반'의 의도와 결과가 '합'이라는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는데 유용한 경우에 그 가치를 인정하는 편인데, 사실, 의도라는 건 누구도 모릅니다.  그래서, originality를 갖는 아이디어의 제공자 혹은 그 아이디어 자체에 주는 credit과 그 반대 급부인 태클의 credit을 좀 다른 가중치를 두고 보려고 합니다.  대안 없는 비판, 대안을 찾을 때까지 유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랄까요.

    머 이런 제 말과 모순으로 들릴 수도 있는 데,,
    이런 것도 있습니다.
    '지적과시를 위해서 일부러 억지스런 약점만을 찾아서 공격하는 사람과는 맞대응을 피하게 되고, 그런 사람은 결국 사회에서의 왕따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보게됩니다'  이런 일도 말이지요, 어쩌면 지적과시를 위해 억지스런 약점을 찾아 공격한다는 인식이 사실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ㅎㅎ.
    이거 머 선문답 수준이 거의..
    머 요지는 이겁니다.
    내가 받아들이는 것, 전혀 다른 베이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떤 현상을 본 나의 인상일 수도 있다는..

    어찌 쓰다보니 X-file 분위기.
    '진실은 저 너머에..'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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