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7번 maybe 님의 글에 다는 사족

글쓴이
서왕모
등록일
2008-11-27 11:15
조회
3,2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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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건

 하름 데 블레이가 쓴 '분노의 지리학'을 읽다보니 미국인들이 지리적 지식에 무지한 이유가 일부 나오네요.

... 미국 문화는 역사에 집착하는 문화이다, 고고학에서부터 지질학, 고생물학, 언어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주로 통시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 1950년대와 1960년대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지리학에 정통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승리하면서 미국인들의 시선은 바깥 세계를 향하였고
지리학과에는 많은 학생이 등록하였다. 하지만 전문교육가들이 역사, 사회, 지리 등의 과목들을 '사회연구'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제공하면서 지리분야는 뒤로 밀리고 '사회연구'의제가 효력을 발휘하였다.

오늘날 미국의 학생들은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원까지 지리 과목을 단 한차례도 수강하지 않고 졸업할 수 있다.(여타 선진국이나 대다수의 개발도상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하버드 대학은 약 반세기 동안이나 지리학 과목을 개설하지 않고 있다 국가 전체에 미치는 그 대가는 상당히 크다.

헨리 키신저의 회고록 '재생의 시기' 에서는 미국 국가지도자와 고위관료들의 지리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 유엔 기념일 행사의 일환으로 모리셔스의 총리를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모리셔스는 인도양에 위치한 아열대의 섬나라이다..... 이 나라는 강수량이 풍부하여 농업이 번성했으며,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좋은 편이다. 그런데 우리 사무관 중 한 명이 모리셔스를 모리타니와 혼동하였다. 모리타니는 서아프리카에 있는 건조한 사막국가로서, 중동 전쟁이후 무슬림 형제단과 결연하여 1967년 미국과 외교 관계가 단절된 나라다.
이 오해 때문에 터무니없는 대화가 빚어졌다. 닉슨은 본론으로 들어가서, 미국과 모리셔스 사이의 외교 관계를 다시 회복할 때가 되었다고 제안하였다. 그러면 미국이 원조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고, 미국이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건조지대 농법을 전수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강수량이 과다한 나라에서 건너온 사절은 어안이 벙벙해서, 좀 더 장래성 있는 주제로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는 닉슨에게 미국이 자기네 섬에 유지하고 있는 우주 추적 기지의 운영 상황에 만족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이제는 닉슨이 당황할 차례였다. 그는 급히 메모지에 뭔가를 휘갈겨 써서 북 찢어 나에게 건넸다. "우리와 외교관계도 없는 나라에 도대체 왜 우주 추적 기지가 있는 거요?"(키신저,1999).....

또 하나의 사례

레이건 대통령은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에 도착하여 중요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자기가 볼리비아에 오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였다. 이 일은 브라질에 상당한 동요를 일으켰고, 그의 실언은 'USA투데이'의 1면을 장식하였다.

1980년대초에 대학의 학생신문이나 NBC가 미국대학생 일부를 대상으로 지리지식을 테스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미드웨스턴 대학에서는 세계지도에서 베트남의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학생이 전체의 5%뿐이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미국의 남쪽에 이웃한 국가의 이름을 멕시코라고 올바로 답한 학생이 전체의 42%에 불과하였다.

저자는, 미국이 베트남전쟁에서 헛발질을 한 것은 인도차이나의 자연, 문화 지리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미국의 지리적 문맹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라 전체의 지리적 교양이 과거에 비해서 현저히 낙후되어 있으며 아직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 돌아온백수 ()

      그렇다고, 미국을 움직이는 두뇌들이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안되고요. 원래 미국이라는 나라가 극소수의 두뇌들이 이끌어 가는 곳입니다.

    또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파병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귀국해서 사회 곳곳에 배치 됩니다. 그리고, 해외선교활동도 활발하고요.

    그런거 몰라도 사는데 지장없는 사람들은 모르고 살게 내버려 두는 거죠. 대한민국 처럼, 전혀 관계없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닥달하지는 않죠.

  • 서왕모 ()

      돌아온 백수님이 댓글을 다시니 긴장이 되네요 ㅋㅋ 말씀처럼, 인용된 국가지도자들의 사례는 드문 일이겠지요? 하지만 미국인들의 기본적 지리 소양은 저 책대로라면 좀 부족한 듯 보이는데요.  관심도 애정도 상대를 알아가면서 생기는 건데...

    파병이나 선교도 가는 나라의 여러 면을 미리 알고 가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텐데.... 팜플렛 정도의 안내야 물론 받고 가겠지만... 이 땅에 머물렀던 미군들이 이 나라를 어찌 생각할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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