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필기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글쓴이
윤덕턴스
등록일
2015-11-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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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ropbox.com/sh/a0yvi4abvw7zenj/AABotoivg3Pg4Jry8PAMbKc1a?dl=0
↑ 전자기학과 물리전자의 제 필기 원고입니다. 전 이렇게 공부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자공학과 학생입니다.
제 공부 습관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해결책을 찾고 싶어 질문드립니다.

이번 학기에 24학점을 듣고 있는데 몇몇 과목이 필기 문제로 저를 너무나도 극심하게 괴롭힙니다. 한 번에 1시간 15분씩 수업을 하고 주당 3시간씩 수업을 하는데,
1시간 정도 되는 수업이 끝나고서 녹취한 걸 들으면서 필기를 하는데 적게는 40분, 평균적으로 3시간 30분, 많으면 7시간도 걸립니다.
(첨에는 정말이지 고지식하고 꽉 막힌 스타일이었는데 이제 점점 능숙해져서 녹취를 안 듣고 바로 옮기기도 하고 수업 때 필기를 마치는 경우도 조금은 생겼지만 본질적으로는 변화가 없네요)

물론 모든 과목에서 필기의 고통을 겪는 건 아니고 수업 때 다 적는 게 도무지 불가능하거나 교수가 중요내용이 제대로 서술돼있지 않은 불친절한 강의자료만을 제공하면서(완전 레알 ppt용이어서 공부에는 부적합함)
말을 너무 빠르게 하고 칠판에 제대로 적지 않아서 완전 쌩짜 녹취로 떼워야하는 과목이 한 개가 있습니다(필기로 고통받는 과목은 이번 학기 듣는 과목 9개 중에서 총 4과목입니다).

문제는 시험이 임박하기 전까지 필기량이 너무 많아서 시험 전날까지 필기를 베끼고서는 과목 당 겨우 20시간 남짓만 공부해서는 쌩짜 벼락치기식으로(수학, 전자기학, 회로이론 조차도) 공부해서 점수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물론 성적은 B+ 이하는 한 과목도 없이 다 A나 A+만 받기는 하지만(4.5 만점에 4.0은 넘는다는 거죠) 제대로 이 과목의 진수를 맛보지도 못하고 벼락치기로 수박겉할기식으로밖에 공부할 수 없는 제 처지가 너무 괴롭습니다.
전자공학에 대해서 열정과 관심이 있어서 대학원 진학도 생각하는 중인데 공학다운 공학을 맛보지 못하는 제 처지가 너무 괴롭고 학기 중에 영어공부할 시간조차 나지 않는 게 막마~악 하네요...
그나마 위안인 건 벼락치기로 쌓은 지식이 시험이 끝나고 날아가지 않고 온전히 두뇌에 정착된다는 점이랄까요.

참 자괴감 드는 게, 저는 수업시간에 필기를 정말로 열심히 하는데, 주위를 보면 저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거나, 필기를 열심히 하긴 하는데 저보다 손을 적게 놀리면서 효율적으로 필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저보다 훨씬 필기를 적게 하고도 학점이 좋은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저는 모든 과목에서 항상 2등입니다)

필기하느라고 마음놓고 쉬지도 못하고 이틀 이상 편하게 있지도 못합니다. 시험이 올 때까지 필기를 끝내고 충분한 학습시간을 확보해야한다는 생각에 적적한 열람실에 매일 출근하고 있습니다.
밥먹고 필기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완전히 필기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전 수업 때 배운 것을 다 공부해오는데 저는 시험 전에야 부리나케 공부합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필기를 줄이고 제대로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싸이엔지 유저분들이 양식이 있으시고 식견이 좋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질문합니다.

저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라든지 저같은 부류의 특징,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싸이엔지 여러분, 저는 정말로 현 상황의 개선이 절실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 wannagoM ()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여기서 만나니 세삼 반가워 로그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종종 해오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계시네요..ㅎㅎ
    저의 경험을 얘기해보면.. 제 친구중 한 명은 수업때 그냥 전지를 사 왔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새 하얀 전지를 몇번 접더니 거기에 수업 필기를 하는데... 종이는 안보고 칠판만 보면서 필기를 하더이다.. 앞에서 수업하시는 분이랑 칠판만 보고 그냥 막 때려 적는데 하도 신기해서 수업마치고 본 적이 있는데 물론 엉망이긴 해도 공부에 필요한 만큼은 알아보게 받아적더라고요..ㅎㅎ

    저는 교수님들 PPT자료들을 활용합니다. 아무리 PPT가 공부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셔도 중요한 식이나 내용은 최소한 들어있잖아요? 그럼 그 정도만이라도 받아 적는 시간이 줄고 여백에다가 수업필기하는 거죠 뭐 ㅎㅎ

    그런데, 아무래도 필기에 시간을 많이 쏟으시는 듯 하네요.. 필기는 최대한 수업때 다 끝내고 그것으로 복습도 해야 교과서도 볼 시간이 나오지 않나요?
    필기를 제대로 못하는 것에서 오는 불안함과 녹취를 떠서 따로 시간 투자해서 듣지 않으면 불안한(?) 감정을 떨쳐내셔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한번에 쉽지는 않겠지만 말씀하셨다시피
    이미 수업때 듣는 시간만으로 다 끝내는 분들이 주위에 계시고 또 많이들 그렇게 하고 있으니 불가능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성적좋으신데 화이팅하세요!

  • 윤덕턴스 ()

    ㄴ근데 정리할 양이 너무 많아서 주변 둘러보고 여러 방법 연구할 시간이 없는데다 제가 만든 필기노트가, 먹기 좋게 딱 만들어놓은 훌륭한 요리처럼 이것만 따라가면 A+ 맞는 프리패스가 돼버려서 그 달콤함을 뿌리칠 수가 없습니다. (제 지식수준에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말이죠 ㅠㅠ 아무튼 추구해야 할 건 쉅시간에 다 끝낼 수 있는 필기테크닉을 정립하는 거겠네요 ㅠㅠㅠ

  • 세아 ()

    사실... 교재가 있는 과목이면, 교수가 가르치는 내용의 대부분은 교과서에 이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교과서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예습하고 들어가면,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에 없는 내용 중심으로 핵심만 적어 놓으면 끝납니다. 공부는 교과서 펼쳐 놓고 하면 되거든요.

  • 지복 ()

    님은 필기가 중요하다고 보시는 입장이고, 저는 그 반대의 극단인 사람입니다. 전 필기처럼 시간낭비인 게 없다고 봐요. 예를들어 저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가르치면서 필기강요하는 강의는 듣지도 않고 내던졌었습니다.

    대부분 필요한 것은 해당 과목의 주요 텍스트북에 모두 다 있습니다. 제가 필기를 하는 것은 저의 주 텍스트북에서 해당 내용의 이해를 도울만한 점이나, 아니면 제가 이해한 방식을 나중에도 볼 수 있도록 해당 페이지 여백에 기록합니다.

    강의는 보통 미리 예습을 해간 후에, 복습 또는 이해가 안갔던 것들을 이해하는 창구로 사용합니다. 필기라는 것을 할 것은 솔직히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문과도 아니고 이공계에서 필기를 그렇게 많이 할 일이 있나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님이 필기에 들이는 시간은 어디까지나 해당 개념을 읽고 문제를 풀고 복습하는 과정에 쓰여야 한다고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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