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내가 R&D쪽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글쓴이
겸손
등록일
2017-05-25 06:2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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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학 3학년 1학기 공부중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말해서
공업수학이나 회로이론 같은 필수 전공들을때는 크게 막히는 것도 없었고 어떤 논리적 흐름에 따라서 내가 시간이라는 인풋만 넣으면 아웃풋이 족족 나와서 공부 할만하다 생각했고 성적도 괜찮게 나와서 배우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고 그래서 석사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박사까지 해서 어떤 분야의 권위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석사2년동안 열심히 배우고 전문연 3년하면서 회사생활도 경험해본 다음 해외로 박사를 나가서 영어공부도하고 다른문화도 체험해보면서 심도있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심화 전공(반도체 같은)을 배우면서 자신감이 바닥을 기어가고 있습니다. 이유를 세가지로 분류해봤습니다.

첫번째는 전공 내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고 요약 하면서 정리를 해보아도 내용이 이해되지 않거나 와닿지 않습니다. 전에 공부할 때는 A->B->C->D->E->F->G 이므로 A->G 다 하면 그 논리적인 과정들이 다 이해되고 도출된 결론을 문제에 적용해보면 맞고 또 그런 과정이 즐거웠는데, 요즘에는 A-> D-> G 이런식으로 논리적으로 상당히 생략되어서 중간에 턱턱 막힌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를들면 이런것이지요
"정공의 농도는 ~이 되는데 이는 ~때문이다(응?왜지?) 그러므로 ~이므로 곧 ~이다.(응?) 따라서 ... ~식이 유도된다(????)"
혹은 간단한 VHDL 요약이되어있는 강의노트를 받고 어떠한 회로 시뮬레이션이 작동하는 코드를 짜서 결과를 제출하라는 과제를 받는데, 저는 너무 난감하고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몇몇 학생들은 능숙하게 해내는것 같은 기분에 좌절을 느끼기도 하구요

두번째는 다 이해하고 문제도 곧잘 풀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점수가 잘 안나올 때 그렇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석사, 박사, 교수님 혹은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뭐랄까 열등감 내지 조바심같은것을 느끼게 됩니다. 보통 박사님이 강의를 하는 수업도 있고 실험같은 것은 석사님들이 할 때도 있는데요,
제가 불과 1년 반 정도만 있으면 바로 석사생활을 시작하게 될텐데 내가 석사가 된다고 해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캡스톤이니 설계대회니 삼삼오오모여서 하는것을 보면 나는 아무것도 경험이 없는데 걱정도 되고요... 교재에 설계문제 같은 것을 보면 뭔가 손도 못댈 것 같은데 '너네 이거 배웠으면 당연히 이 정도는 풀어야되지 않겠어?' 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당하게 나와있으니... 위축이되고 여러모로 그렇습니다

학점이 생각보다 잘 안나오다 보니까(3.5 근처) 일류대학원이나 R&D쪽가려면 4.0은 나와야된다고 하던데... 내가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내가 능력이 안되는건가...능력이 안되는데 붙잡고 있는건가... 그냥 공부말고 생산관리 품질관리 이런 다른 직무가 나한테 맞는건가... 아니면 그냥 공학자체가 나한테 안맞는건가... 그런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머릿속이 복잡하네요

뭐 얘기들어보면 학부때는 다 그런거라고 프로그래밍도 학부때는 그냥 겉핥기식으로 코드짜놓은거 읽는 방법만 알면되지 직접 코딩해서 결과물 만드는것은 대학원가거나 나중에 취업해서 배우는거다 그런 말도 듣곤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좀 몰라도 용인이 되는데 입사시엔 당연하고 당장 석사만 하더라도 기업에서 하는 연구도 참여하고 하게된다하던데... 그렇다는것은 이미 학부때 어느정도 되어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요? 이제 3학년 초반인데 잘 모르는게 당연한건가 싶으면서도........ 될놈은 떡잎부터알아본다고...........R&D라 하면은 굉장히 영민해야 할거같은데....나는 싹이 아닌가............아 .....................................조언부탁드립니다 ㅠㅠ

  • 돌아온백수 ()

    일단, VHDL 이나 컴퓨터 언어들은 어떤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알아보는 규칙으로 만든 언어이고요. 그 언어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언어니까 언어로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영어 단어나 스펠링을 왜? 왜? 하면서 따지지 않으시죠?

    반도체 이론은 물리에서 사용하던 수학을 차용하면서, 그 배경과 역사를 생략하고 진도를 나갑니다. 배경이나 역사를 공부하고 싶으면, 물리책들을 참고 하라는 거죠. 그런데...., 그 책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죠.

    이럴때, 왜? 왜? 하면서 파고 들어가시는 방법이 있고요. 그냥, 그들끼리 쓰는 언어라고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를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공학은 실체를 다룹니다. 결과물이 있다는 거죠.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됩니다. 그 결과를 만들 수만 있으면 됩니다.

  • lifewithoutveri… ()

    갖고 계신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한 가지 사실을 알려드리자면, 지금 글쓴이께서 하시고 있는 고민(아, 나는 공학이 적성이 아닌거 같다. 저 천재들은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은 전국의 거의 모든 공대생, 심지어는 PKS급 대학에서도 하고 있는 고민입니다. 과장보태 극소수의 천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그런 고민과 좌절을 느끼고 있어요.
    원래 이공계 공부 자체가 보통 사람들의 머리와 잘 맞지 않습니다..ㅎㅎ 그런데도 이겨나가며 실력을 쌓으며 살아가고들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공부해서 남들은 이해 못하는 어려운 기술을 이해해내고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대접받고 사는 것이죠..(그렇게 대단한 대접은 아니더라도..)  아직 3학년이라면 시간이 있으니까 한번 죽도록 공부해서 뚫어내 보시기를 바랍니다. 학부 때 순항하다가 대학원 들어가서 이런 고민과 맞닥뜨리면 답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글쓴이께서는 천운을 만난 겁니다.

  • 댓글의 댓글 lifewithoutveri… ()

    그리고 글쓴이에게 좌절감을 주는 어려운 과제를 능숙하게 해내는 듯 보이는 학생들.. 제 경험상으로는 그 사람들도 안 보이는데서 날밤새워가고 육두문자 뱉어가며 과제 끝낸 겁니다. 한번 그 사람들처럼 이겨내보세요. 정 했는데 안되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도 답입니다.

  • 라울리스타 ()

    원래 반도체 물리 쪽 들어가면 대부분 그런 것들을 느낍니다. 2학년 때 회로과목이야 직관적으로 대충 이해가 가는데, 반도체 들어가면 양자역학부터 축약해서 설명을 하니 논리 생략이 많아지죠. 교수님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지금 나만 모르는 건가 싶어 용기 안나고 용기를 내도 교수님도 설명하려면 심화지식을 써야하는데 학부생이 그런게 있을리 없으니 당황해하구요 ㅋㅋ

    그러나 너무 좌절하실 필요는 없어요. 엔지니어에게 물리나 수학은 결과를 위한 도구이지 정복해야 할 대상은 아니니까요. 대학원에 가면 심화 학습을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연구 결과룰 내기위한 도구 입니다. 즉, 정확한 논리전개가 안되더라도 일단은 현상을 먼저 파악하고 문제를 풀고...더이상 궁금한거 나중에 찾아보는 순서대로 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현업 업무도 그런 순서로 이뤄지고 있구요. ..책에 있는 내용 전부 이해하려 하면 사실 학부 4년으로는 너무너무 짧고 불가능하기도 하고....제가 그렇게 공부하려다가 꼭 학기 중간에 퍼졌거든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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