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이공계 유학지원 논란

글쓴이
임호랑
등록일
2002-09-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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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책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제시되는 세부 목표들이나 동원되는 정책수단들을 보면 종종 상충되는 것들이 포함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그렇다고 해서 이것만 가지고 정책자체가 잘못됐다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기술도입이나 기술개발은 상충돼 보이지만 기술을 발전시키자면 모두가 필요한 일이다. 또 특정산업을 육성하자는 것과 경쟁을 촉진시키자는 것이 서로 모순된 것 같지만 서로 양립하면서 경제적 파이를 키워간다.

상충되니 어느 하나를 배제해야 한다기보다 정책의 배합(Policy Mix)또는 세부적 정책설계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다. 내년부터 이공계 대학 졸업생 1천명에게 유학경비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 죽이기""두뇌유출" 등 비판이 가해지더니 급기야 전국 공대 및 자연대 학장협의회는 이 방안의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애초 기획예산처가 이것을 발표부터 하고 나선 것부터가 그렇게 잘한 일같지는 않다. 이것을 고안했던 부처가 아니었으니 정책 배합의 비중이나 세부설계를 생각했을 리도 만무했다.

더구나 국내 이공계 대학(원)장학금 지원문제를 놓고 저리융자냐 그냥 지원이냐를 놓고 신경전이 있던 터였으니 스스로 논란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어쩌면 정책을 고안했던 과학기술부만 벙어리 냉가슴 앓게 생긴 것 같다.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생각한 여러 대책 중 하나일 뿐인 것이 마치 핵심이고 전부인 것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더구나 이공계 유학지원은 연구개발이 국제화되는 추세에 따라 미래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현지 연구개발과 연계한다는 차원에서 비롯됐다.

그것도 이공계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유학 인턴십 교환학생 공동연구 등 다양한 방법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설명을 못하고 있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사정이 이러니 공대 자연대 교수들이 들고 일어날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여러가지 선택의 기회를 제공,이공계가 아닌 다른 분야로 가려는 우수학생들을 학부과정으로 유인할 수 있다면 국내대학원도 반드시 손해라고만 할 것도 아니다. 옵션이 붙게 마련인 국비유학생을 두뇌유출로 연결시키는 것도 무리다.

국내 대학원 공백을 우려한다지만 그것이 유학때문인지,양적 팽창에 따른 것인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또 유학 선호에는 대학이 교수채용 등에서 스스로 길러낸 국내대학원 출신을 유학생보다 낮게 평가한 탓은 없는지도 물론 포함해서다. 어쨌든 이번 유학지원 방안은 찬반이 아니라 이공계 유인책이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정책상 배합이나 설계의 문제로 접근하는 지혜가 아쉽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8면) 
 
  • 임호랑 ()

      안현실님은 유학찬성쪽에 비중을 두신것 같군요. --- 다양한 시각

  • 임호랑 ()

      다만 몇가지를 지적하자면, 옵션으로 국비유학생 귀국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 장치가 얼마나 구속력이 있을 것인가가 의문시되고, 이러한 정책으로 이공계 학부로 우수인력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았는데, 글쎄 유학가기 위해 수천명이 이공계 학부로 왔다고 해서 학부교육이 제대로 될까? 오히려 유학시험반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그래서 전체적인 파급효과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파만파라고, 국비유학이 몰고오는 부작용에 의한 폐해를 더 크게 염두에 둬야한다는 겁니다. 해외 연구개발 기지건설 문제는, 이미 포닥 등의 형태로 외국에 진출하거나 경험하고 있는 국내 연구인력이 중심이 되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이고, 해외유학생들을 적극 수용할 수 있게 국내 연구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 임호랑 ()

      국내, 국외 이공계 우수인력이 모두 우리나라 인력풀로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국비유학이 촛점이 아닌 겁니다.

  • 소요유 ()

      사실은 두뇌 유출이 큰 문제는 아니고 이번 논란의 촛점이 아닐 것입니다. 대학교수들은 들어내놓고 '국내 대학원 황폐화'를  부르짖을 '염치'가  없으니 두뇌유출이라는 '국가주의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을 쓴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작 문제는 임호랑님이 지적하신대로 대학, 특히 이공대 '고시열풍'에 '유학고시' 열풍에 휩싸이리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런 속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고, 대학원 역시 '패배자들의 길'로 전락하는한  유학후 국내에 돌아와 설자리를  잃게 됨은 자명합니다.  특히 "이공계 유학지원이 연구개발이 국제화되는 추세에 따라 미래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현지 연구개발과 연계한다는 차원"이라는 점은 수긍이 가지만 이러한  세계적인 경쟁력이라는 것이 

  • 소요유 ()

      소수 인원을 보내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지난 30년간 유학정책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이 시점에서 '세계화주의자들 이야기하듯이 국내만 구지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정책적 판단이라면 정부는 국내 대학원을 포기하는 것이 나아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내놀 카드'가 없는데 과연 '세계화 속에서 우리몫'을  찾을 수가 있겠는가를 스스로 자문해봐야 합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 교육'으로의 방향은 개인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니 그것이 국내를 부정하는 바탕으로 출발해서는 안됩니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보다 신경써야 할 일은 국내 대학원 교육의 경쟁력 찾기 입니다.   

  • 소요유 ()

      이 시전에서 정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 자문해봅니다.  최근에 일어난 여러가지 문제들, 이르테면 병역, 원정출산,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교육, 뭐 이런 것을 보고 침소봉대해보면  이 나라가 과연  독립국으로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하는 의문이듭니다. 그럴 바에는 어느 큰나라 '속주'가 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뭐 한심해서 농담처럼 이야기해봅니다. 

  • 박병훈 ()

      세계일보 인가? 어디 신문에서 봤는데, 옵션을 붙여서 유학을 보내도 국내에 안들어 오면 소용이 없기때문에 문제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연락을 끊고 미국에서 체류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군요. 또한 유학 온 후의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다고 하더군요.. 한해에 천여명에게 유학비를 지원한다해도 누가 어떻게 관리 할것인가가 문제 겠죠?

  • 인과응보 ()

      국내대학원 교육이 경쟁력을 찾아야하는 것엔 동의합니다. 똑똑한 인재들 미국유학 보내봤자, 미국과 당사자들만 유익이되지,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지도 회의적이구요. 하지만 돈 300억원만 지원하면 현재 국내 이공계대학들이 경쟁력을 회복할지엔 회의적입니다. 아무나 무조건 지원하는 것도 문제있고, 적은 지원 규모도 그렇지요. 지금 문제가 되는 돈은 마늘농가에 지원하겠다는 돈 1조8천억원의 60분의1에 불과한 돈입니다. 저는 이런 적은 지원을 가지고 과학기술계가 떠드는 것자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배성원 ()

      더군다가 그마저도 기존 정출연등 정부의 과학기술관련예산에서 추렴해서 나올거라면 진짜 벼룩이 간을 내 먹는 꼴이죠. 그만큼의 예산이 순증가분인지, 예산의 효율적(?) 배분에 의한 것인지 확실치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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